‘공조2: 인터내셔날’ 이석훈 감독, 흥행작 속편 감독의 딜레마
정해진 틀에 스타일 드러내기 어려워…대단한 걸 보여줘야 한단 강박관념도
휴지 액션 등 과감히 삭제, 액션·웃음 공존으로 새로운 시너지 효과 노려
‘공조2: 인터내셔날’은 기획 영화다. 상업적 흥행이 목표라서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다. 사전에 관객, 사회문화적 성향 등을 철저히 분석해 반영한다. 다 차려진 밥상 같지만, 감독들은 난감해한다. 정해진 틀을 벗어날 수 없어서다. 무엇보다 개인적 취향이나 스타일을 마음껏 드러내기 어렵다. 흥행한 영화의 속편이라면 더 그렇다. 전편의 아쉬움을 보완하거나 익숙한 재미를 배가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거나 개연성을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해운대(1145만3338명)’, ‘국제시장(1425만7115명)’ 등 1000만 영화를 제작한 JK필름은 이석훈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겼다. ‘방과 후 옥상(2006)’, ‘댄싱퀸(2012)’,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등의 연출자다. JK필름과는 ‘히말라야(2015)’로 먼저 인연을 맺었다. 후배 대원의 시신을 찾으러 떠난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익숙한 웃음과 감동으로 전달해 관객 775만9473명을 동원했다. 그러나 산악 특유 액션이 부재하고 신파로 점철된 평면적 이야기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번에도 반응은 대동소이하다. 지난 7일 개봉한 ‘공조2’는 12일까지 관객 334만4582명을 동원했다. 추석 연휴 극장가를 사실상 점령해 손익분기점 추정치 300만명을 일찌감치 돌파했다. 전형적인 이야기와 장르 간 부조화 등으로 호평까진 얻지 못했다. 이 감독은 속편의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는 환경 등을 탓하지 않았다. 그는 "좋은 평가까지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면서 "흥행이란 목표 하나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석훈 감독과 일문일답.
-기획 영화를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나.
▲가치관의 차이가 아닐까. ‘공조2’처럼 온 가족이 모여 편하게 관람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제작 성격부터 여타 영화들과 다르다. 같은 잣대로 판단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다. 비판이 있더라도 피하지 않을 거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 믿고 관객과 계속 소통할 생각이다.
-처음부터 흥행을 최우선 가치로 두진 않았을 텐데.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히말라야’ 등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작품을 연출하다 보니 잔잔한 이야기를 다루면 사랑받지 못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 무언가 대단한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공조2’도 그 연장선이었던 것 같다. 차기작까지 흐름이 계속 이어질 듯하다.
-‘공조2’ 메가폰을 잡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우연히 만난 윤제균 감독이 시놉시스를 이야기해줬다. 기존 체제에 다니엘 헤니를 추가해 새로운 사건을 수사하는 내용 정도로.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임성순 작가와 함께 각본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익숙한 틀 안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내용이 풍성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양한 변수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정리해갔다.
-전편 ‘공조’가 관객 781만7446명을 모으며 흥행했다.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배가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무엇보다 전편에서 주효한 재미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림철령(현빈)과 강진태(유해진)가 서로를 경계하면서 형제애를 쌓아가는 과정이 대표적인 예다. 다시 보여주면 맥이 빠질 수 있어 과감하게 지웠다. 대신 잭(다니엘 헤니)을 등장시키고 세 형사가 제각각 나라를 위해 움직이는 형태로 구도를 재설정했다. 그 덕에 전편보다 액션 규모를 키우고 박민영(임윤아)의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
-헤니를 제외하고 전편의 주연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의견을 많이 참고했을 듯한데.
▲섭외 전에 출연할 명분부터 만들어야 했다. 전편과 똑같은 내용이라면 배우들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으니까. 잘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새로운 요소를 대폭 가미했다. 시나리오를 공유하며 두루마리 휴지 액션 등 기시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과감히 쳐냈다. 그런 약점은 배우들이 더 잘 잡아낸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림철령을 경쾌하고 유연하게 설정했다. 강진태는 액션할 여지를 대폭 넓혔고.
-캐릭터는 늘었지만 정작 악역인 장명준(진선규)의 깊이는 크게 약해졌다. 극적 긴장이 전반적으로 옅어진 느낌이다.
▲전편에선 림철령과 차기성(김주혁)이 사건뿐 아니라 개인적 원한으로 엮여 있었다. 악행의 동기나 영향력을 보여주기에 더없이 쉬운 구조였다. 비슷한 구도를 써먹고 싶었으나 숙고 끝에 장르에 더 집중했다. 전반적인 색깔을 경쾌하게 가져간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듯했다. 진선규가 줄어든 분량 속에서 효과적으로 표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2시간이 넘는 분량 탓에 삭제된 신들이 꽤 있다. 미안할 따름이다.
-가족을 대상으로 한 영화라는 점도 악역의 입체성 구축에 어려움으로 작용했을 듯하다.
▲15세 관람가 영화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더라. 특히 액션 장면에서 잔인하게 느껴질 법한 장면들은 모조리 빼버렸다. 그래서 피 튀기는 장면조차 나오지 않는다. 총을 맞아도 ‘맞았구나’라고 인식할 정도의 느낌만 나타나고. ‘범죄도시(2017)’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진선규에게 상당한 어려움이었을 거다. 배우에게 과감히 연기할 수 없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을 테니까.
-대신 액션과 웃음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나올 만한 판을 깔아줬을 뿐이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찍을 때 유해진이 그러더라. 우리들끼리만 웃고 떠드는 영화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코미디 영화에 출연해도 절대로 웃기는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억지로 웃기려고 하면 매번 실패했던 것 같다. 이제는 하나같이 진지하게 임한다. 여기에 배역 간 이해관계가 얽히고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면 큰 웃음이 나온다. 앞으로도 계속 시도해 즐거움을 선사하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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