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주문 : 해고
이유 : 취업규칙 제59조(징계) 6항 '정당한 이유 없이 회사의 물품 및 금품을 반출한 자'
회사에서 나눠주는 3만원짜리 스팸 추석선물세트 1개를 추가로 가져갔다가 해고된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불복 소송'을 낸 이야기다.
앞서 A씨는 경남의 모 방위산업체에서 품질관리 담당으로 일했다. 그가 입사한 지 1년2개월가량 지난 작년 추석을 앞두고, 회사는 직원들에게 추석선물 세트를 고르도록 했다. A씨는 '과일세트'를 신청해 받았다.
그런데 추석 엿새 전인 지난해 9월 15일 퇴근시간. A씨는 회사 건물 로비에 놓여 있던 '스팸 추석선물세트'를 한개 더 들고 갔다. 회사는 이를 문제 삼았고, 한 달 뒤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A씨는 위원회 출석 통지를 받은 날부터 이틀간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임직원용 추석선물 무단반출"을 징계사유로, '해고' 징계의결을 했다. 그러면서 '부서장 및 상급 직원의 지적에도 개선의 노력이 없이 무단결근, 회사물품의 절도 등으로 회사 및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등 갱생의 의지가 보이지 않음으로 참석위원 만장일치 해고를 결정함'이라고 의결서에 적었다.
A씨는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시가 3만원 상당에 불과한 선물세트를 절도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피고의 징계양정은 명백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근무하는 동안 다른 직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 모욕, 명예훼손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지만, (회사가) 방치했다"며 1000만원의 위자료 지급도 함께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해고 사유는 추석선물 무단반출뿐만이 아니다"고 맞섰다. A씨가 근무 중 수시로 가상화폐·주식거래를 하거나 동료에게 반말·험담·이간질을 하는 등 '직장질서 문란행위'를 했고, 잦은 실수로 직무능력이 떨어지면서도 개선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렴성과 보안유지를 중시하는 방위산업업체의 특성상 부당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1부(재판장 김영욱 부장판사)는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2021년 11월17일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2021년 11월18일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월 259만3492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사위는) 직장질서 문란행위, 직무능력 결여 부분에 대해 원고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사유로 삼지 않았었다. 이 사건 해고의 사유는 추석선물 무단반출, 무단결근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회사 취업규칙 및 사규 등을 볼 때, A씨의 무단결근은 다른 징계사유가 될 수는 있어도 해고사유로 까지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또한 "무단 반출한 선물세트는 3만원 상당에 불과하다"며 "비록 피고가 청렴성과 보안유지를 중시하는 방위산업 업체라고 하더라도, 선물세트가 보안이 필요한 물건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피고도 이를 로비에 보관해 놓은 채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가져가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 직원과 면담하면서 이 사건 선물세트를 되돌려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며 "추석선물 무단반출 행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까지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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