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에 차량 이동하러 갔다가 봉변
"너라도 살아야 한다"
15세 아들 결국 숨진 채 발견
[아시아경제 김주리 기자] "엄마,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침수로 인해 빠져나오지 못한 A군(15)이 엄마를 향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후 A군은 주차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7일 국민일보 등 보도에 따르면 A군은 전날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로 지하 주차장이 침수할 당시 아픈 어머니를 돕기 위해 함께 주차장으로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어머니 김 씨는 평소 어깨가 불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실종 신고 약 14시간 만에 의식이 있는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씨는 주차장 천장 30cm 아래 설치된 배관 위 '에어 포켓'에서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실종 주민 9명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
A군 아버지에 따르면 A군과 어머니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기 위해 차량에 탑승했지만 금세 차오른 물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결국 A군이 밖에서 차문을 열고 어머니를 빼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위험을 직감한 어머니는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보냈다. 자신은 어깨가 불편하고 수영을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까 염려스러워서였다.
이때 무언가 잘못됐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A군은 어머니를 향해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사라졌다. 7일 0시35분께 A군은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아직 어머니 김씨에게 아들의 소식을 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 아버지는 "아내가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오전 이 아파트에서는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의 침수를 막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려던 주민들이 갑자기 들어찬 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사고로 인해 7명이 사망했다.
소방 당국은 A군을 포함한 사망자 대부분이 출입구와 가까운 통로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희생자들의 빈소는 포항의료원에 마련됐다. 빈소는 현재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족과 친인척들의 슬픔으로 가득 차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주리 기자 rainb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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