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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위험 직감한 아들의 마지막 한마디

수정 2022.09.08 08:12입력 2022.09.08 08:12

지하 주차장에 차량 이동하러 갔다가 봉변
"너라도 살아야 한다"
15세 아들 결국 숨진 채 발견

6일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주리 기자] "엄마,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침수로 인해 빠져나오지 못한 A군(15)이 엄마를 향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후 A군은 주차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7일 국민일보 등 보도에 따르면 A군은 전날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로 지하 주차장이 침수할 당시 아픈 어머니를 돕기 위해 함께 주차장으로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어머니 김 씨는 평소 어깨가 불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실종 신고 약 14시간 만에 의식이 있는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씨는 주차장 천장 30cm 아래 설치된 배관 위 '에어 포켓'에서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실종 주민 9명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

A군 아버지에 따르면 A군과 어머니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기 위해 차량에 탑승했지만 금세 차오른 물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결국 A군이 밖에서 차문을 열고 어머니를 빼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위험을 직감한 어머니는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보냈다. 자신은 어깨가 불편하고 수영을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까 염려스러워서였다.


이때 무언가 잘못됐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A군은 어머니를 향해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사라졌다. 7일 0시35분께 A군은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아직 어머니 김씨에게 아들의 소식을 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 아버지는 "아내가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오전 이 아파트에서는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의 침수를 막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려던 주민들이 갑자기 들어찬 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사고로 인해 7명이 사망했다.


소방 당국은 A군을 포함한 사망자 대부분이 출입구와 가까운 통로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희생자들의 빈소는 포항의료원에 마련됐다. 빈소는 현재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족과 친인척들의 슬픔으로 가득 차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주리 기자 rainbow@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패밀리레스토랑 흥망성쇠]코코스·마르쉐·베니건스 어디 갔나
수정 2022.09.08 10:33입력 2022.09.08 06:30

전성기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중반
1985년 투모로우타이거부터 브랜드 대거 쏟아져
외환위기로 일부 외국 브랜드 잇달아 한국서 철수
2000년대 제2전성기는 배달서비스가 이끌어
2010년대 정크푸드 이미지·한식뷔페에 쇠락의 길로




[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국내 외식업을 주름잡았던 패밀리레스토랑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변화되고 외식업계의 유행이 빠르게 변하면서 성장세가 크게 위축되면서다. 최근 들어서는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외식업계 전반적인 타격에 직격탄을 맞았다.


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시장은 현재 1조3000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패밀리레스토랑은 1985년 투모로우타이거 1호점을 시작으로 코코스(1988년), TGIF(1992), 판다로사(1993), LA팜스(1994년) 등 외국 브랜드가 잇달아 들어오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1995년에는 씨즐러,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플래닛헐리우드, 1996년에는 까르네스테이션, 마르쉐, 1997년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CJ푸드빌의 빕스까지 쏟아지면서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1990년대 800억원 수준이었던 시장규모는 2000년 약 17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고, 이후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는 3000억원, 2005년엔 6000억원을 돌파했다.



당시 패밀리레스토랑의 인기는 뜨거웠다. 기념일에 연인,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주말에는 예약하거나 한 시간가량 줄을 서야 했다. 넓은 주차장과 대형 매장을 내세운 패밀리 레스토랑은 집마다 차가 한 대씩 생기던 당시 연인들에겐 최고의 데이트 장소가, 가족들에게는 최적의 모임 장소로 손꼽혔다. 이전까지만 해도 경양식 식당이나 중식당, 가든형 고깃집이 전부였던 한국의 외식 문화에 패밀리 레스토랑은 문화적 충격이자 혁신이었다.

그러다 외환위기로 1990년대 후반 한때 위기를 겪었는데 이때 일부 외국 브랜드들이 잇달아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국내 최초의 패밀리레스토랑이었던 투모로우 타이거는 1992년 모기업 청원익스프레스가 부도를 맞은 이후 1994년에 한국에서 철수했고, 플래닛 헐리우드는 비싼 가격과 위생 논란을 못 이기고 운영을 시작한 지 단 7개월만인 1995년 철수했다. 코코스는 1999년 워크아웃 후 2003년 파산으로 철수했고, LA팜스는 1994년에 문을 열었다가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1998년 철수했다. 보노보스 역시 같은 해에 영업을 종료했다.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업계는 2000년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배달서비스로 피자 배달서비스를 대중화하는가 하면 각 통신사의 제휴 할인 경쟁으로 패밀리레스토랑은 대학생들의 파티 장소,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 주목받았다. 베니건스는 한때 연 매출 1000억원대를 기록하는가 하면 아웃백은 2008년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최초로 100호점까지 열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들어 정크푸드(칼로리 높은 비건강식)로 이미지가 점차 나빠지고, 한식뷔페 등이 등장하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내수 경기가 침체하면서 외식업은 큰 타격을 입었고 마르쉐, 베니건스 등 대중화 코드에 나섰던 곳들도 결국 각각 2013년과 2016년 문을 닫았다. 현재 TGIF는 전국에 매장 10여 곳을 유지한 채 간신히 명맥만 잇고 있고,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빕스는 딜리버리 매장, 매장 고급화 등을 전략으로 내세우며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엔데믹 이후에도 배달 확대는 외식업계에서 중요한 사업 전략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오프라인 매장을 고급스럽게 꾸미는 전략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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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수사 전담팀 꾸리자…형사들 '업무 마비' 곡소리
수정 2022.09.08 08:33입력 2022.09.08 07:00

강력팀 기존 사건들 줄줄이 수사 지연
지휘부 마약 특별 단속 강조하지만
수사 방식은 그대로 '한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112 신고 사실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절도, 폭행 등 민생 관련한 사건 조사들이 오히려 미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8일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형사는 이같이 말했다. 최근 경찰이 마약사범 특별단속에 나서면서 형사들은 가중된 업무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이 강남, 송파, 관악, 영등포, 강서, 용산, 남대문, 노원 등 10개 경찰서에 마약 전담팀을 꾸려 특별단속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추가 인력 충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강남경찰서를 포함한 6개 경찰서는 클럽과 유흥주점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형사과 내에 마약 전담팀이 꾸려지면서 적은 인원이 같은 양의 일을 감당하거나 강력팀 사건을 일부 받아서 처리하고 있다.


한 형사는 "불상 주거침입, 불상 폭행 등 강력팀 업무가 넘어와 사건이 감당 안 되는 수준"이라며 "매일 야근을 하면서 쳐내고 있지만 수사 자체를 이어가기가 힘들다"라고 밝혔다. 특히 신원 불상의 경우 피의자를 특정해야 하므로 일반 사건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한다.

또 다른 형사도 "당직을 서더라도 현행범 체포, 영장 신청 등을 하려면 자연스럽게 초과근무가 되는 구조"라며 "마약 단속으로 형사과 업무는 마비됐다"라고 밝혔다. 복수의 형사과 직원들은 마약 단속으로 인해 업무가 늘어난 형사도 포상 대상에 넣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토로한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마약 전담팀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기 때문에 하던 일이 일부 다른 팀들로 나눠질 수 있다"며 "불가피하게 업무 부담이 생길 수 있다"라고 밝혔다.


"마약 특별단속하겠다" 대대적 홍보에…검거 요원

일선서 마약팀은 서울경찰청의 '특별단속' 대대적 홍보로 오히려 검거가 요원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별단속을 의식해 유흥주점 등 공개적 장소에서 하는 경우가 줄었고, 조사를 받던 사람들이 잠적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오인 신고도 늘었다. 주변 행인이 술에 취해 길가에 널브러져 있거나 뛰어다니는 사람을 보고 '마약 의심' 신고를 하는 것이다. 한 형사는 "일단 마약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강력팀이 함께 동원돼 간이시약 검사를 해야 하는데, 최근 오인 신고도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별 수사라고 천명했지만, 수사 방식은 이전과 다를 게 없다. 유흥주점의 경우 마약 사건 조사 중 진술에서 해당 주점이 언급됐거나 112 신고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의로 수색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첩보 등을 통해 판매책·투약범들을 잡아야 하는데 외국인 불법체류자 등도 많아 검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약은 학생, 주부 등에게도 퍼지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올해 6월 기준 마약류 직업별 검거 현황을 보더라도 무직 2217명, 학생 194명, 주부 85명, 유흥업 85명 등이다.


한편 경찰은 마약류 사범 집중 단속 기간을 기존 10월에서 12월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일선서는 형사과·생활안전과 등이 협업해 집중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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