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차완용·노경조 기자] 금리 인상, 거래 가뭄 등의 여파가 서울 핵심 지역인 강남 아파트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3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계약 취소가 줄을 잇는가 하면, 지난해 7월 입주한 ‘디에이치자이개포’에서는 최초 분양가격 수준인 15억원에 거래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8월부터 이날까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3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의 계약취소 건수는 총 5건으로 확인됐다. 강남 3건, 서초와 송파는 각각 1건이다. 초고가 아파트 매매의 경우 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거래 기간을 길게 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거래취소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강남구에서는 지난 2일 대치동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 중 하나인 한보미도맨션 2차 전용 126.33㎡(10층)가 거래취소 됐다. 지난 6월 24일 38억원에 매매계약이 이뤄진 물건이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39억5000만원의 매매계약(6월 14일)이 체결된 도곡동 포스코트 전용 200.9㎡(14층)가 계약 해지됐다. 또 지난달 16일에는 31억5000만원에 계약(7월 1일)됐던 도곡동 도곡렉슬 84.99㎡(15층)의 거래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서초에서는 초고가 아파트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에서 계약취소가 발생했다. 지난 4월 2일 43억1000만원에 맺었던 84.97㎡(12층)의 매매계약이 8월 26일 파기됐다.
송파에서는 재건축 대장주 잠실주공5단지가 지난달 9일 계약취소 됐다. 6월 24일 31억8500만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던 82.51㎡(14층) 물건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계약 철회에 대한 정확한 배경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매물 시세를 봤을 때 단순 매수 포기 사례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도곡렉슬의 경우 전체 228세대 가운데 14건의 매매 물건이 나와 있는 상태로 수개월째 거래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계약 후 취소된 84.99㎡와 같은 전용이 현재는 30억원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도곡동 소재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거래취소 된 매물들의 경우 매수자의 개인 사정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최근 강남권의 거래가 워낙 침체된 상태에 가격도 급락세"라고 말을 아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7월 입주한 ‘디에이치자이개포’에서는 지난달 25일 최초 분양가격 수준인 15억원에 실거래(직거래)됐다. 과거 2019년 2월 17억2117만원에 분양권이 거래된 이후 10억원대 거래는 처음이다.
올해 1월 직거래 된 가격(20억8273만원)보다 5억원가량 떨어졌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낙폭은 더 커진다.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29억원에 직거래 됐다. 공인중개사를 낀 매매가격은 29억5000만원이었다. 최고가(분양권 제외)는 29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8월 거래됐다. 불과 1년 만에 15억원가량 하락한 것이다.
최근에는 대출 규제와 잇단 금리 인상 속에 집값 하락세가 완연해지면서 수억 원씩 하락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디에이치자이개포 매매의 경우 수치상으로만 보면 최초 분양가격과 흡사한 가격대로 형성되면서 시세차익 자체가 사라진 셈이 된다.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이번 매매가 거래 절벽 상황 속에 이뤄진 데다 직거래여서 특수한 목적·형태일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단지 내 비슷한 평형대 급매물이 29억원 선이고, 인근 래미안개포루체하임도 26억원에 나온 물건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원동에 있는 A공인중개소 대표는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셋값이 15억원을 넘는데 매매가격이 이렇게 낮을 수 없다"며 "직거래여서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일종의 지분 거래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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