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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의 굴욕'…3억 날려도 계약 취소하고 '로또 아파트'는 반토막

수정 2022.09.08 09:45입력 2022.09.08 09:45
서울 송파구 재건축 대장주 잠실주공5단지에서 지난달 계약취소 사례가 발생했다. 사진은 잠실주공5단지 전경.

[아시아경제 차완용·노경조 기자] 금리 인상, 거래 가뭄 등의 여파가 서울 핵심 지역인 강남 아파트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3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계약 취소가 줄을 잇는가 하면, 지난해 7월 입주한 ‘디에이치자이개포’에서는 최초 분양가격 수준인 15억원에 거래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8월부터 이날까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3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의 계약취소 건수는 총 5건으로 확인됐다. 강남 3건, 서초와 송파는 각각 1건이다. 초고가 아파트 매매의 경우 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거래 기간을 길게 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거래취소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강남구에서는 지난 2일 대치동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 중 하나인 한보미도맨션 2차 전용 126.33㎡(10층)가 거래취소 됐다. 지난 6월 24일 38억원에 매매계약이 이뤄진 물건이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39억5000만원의 매매계약(6월 14일)이 체결된 도곡동 포스코트 전용 200.9㎡(14층)가 계약 해지됐다. 또 지난달 16일에는 31억5000만원에 계약(7월 1일)됐던 도곡동 도곡렉슬 84.99㎡(15층)의 거래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서초에서는 초고가 아파트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에서 계약취소가 발생했다. 지난 4월 2일 43억1000만원에 맺었던 84.97㎡(12층)의 매매계약이 8월 26일 파기됐다.


송파에서는 재건축 대장주 잠실주공5단지가 지난달 9일 계약취소 됐다. 6월 24일 31억8500만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던 82.51㎡(14층) 물건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계약 철회에 대한 정확한 배경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매물 시세를 봤을 때 단순 매수 포기 사례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도곡렉슬의 경우 전체 228세대 가운데 14건의 매매 물건이 나와 있는 상태로 수개월째 거래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계약 후 취소된 84.99㎡와 같은 전용이 현재는 30억원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도곡동 소재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거래취소 된 매물들의 경우 매수자의 개인 사정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최근 강남권의 거래가 워낙 침체된 상태에 가격도 급락세"라고 말을 아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7월 입주한 ‘디에이치자이개포’에서는 지난달 25일 최초 분양가격 수준인 15억원에 실거래(직거래)됐다. 과거 2019년 2월 17억2117만원에 분양권이 거래된 이후 10억원대 거래는 처음이다.


올해 1월 직거래 된 가격(20억8273만원)보다 5억원가량 떨어졌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낙폭은 더 커진다.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29억원에 직거래 됐다. 공인중개사를 낀 매매가격은 29억5000만원이었다. 최고가(분양권 제외)는 29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8월 거래됐다. 불과 1년 만에 15억원가량 하락한 것이다.


최근에는 대출 규제와 잇단 금리 인상 속에 집값 하락세가 완연해지면서 수억 원씩 하락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디에이치자이개포 매매의 경우 수치상으로만 보면 최초 분양가격과 흡사한 가격대로 형성되면서 시세차익 자체가 사라진 셈이 된다.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이번 매매가 거래 절벽 상황 속에 이뤄진 데다 직거래여서 특수한 목적·형태일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단지 내 비슷한 평형대 급매물이 29억원 선이고, 인근 래미안개포루체하임도 26억원에 나온 물건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원동에 있는 A공인중개소 대표는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셋값이 15억원을 넘는데 매매가격이 이렇게 낮을 수 없다"며 "직거래여서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일종의 지분 거래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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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위험 직감한 아들의 마지막 한마디
수정 2022.09.08 08:12입력 2022.09.08 08:12

지하 주차장에 차량 이동하러 갔다가 봉변
"너라도 살아야 한다"
15세 아들 결국 숨진 채 발견

6일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주리 기자] "엄마,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침수로 인해 빠져나오지 못한 A군(15)이 엄마를 향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후 A군은 주차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7일 국민일보 등 보도에 따르면 A군은 전날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로 지하 주차장이 침수할 당시 아픈 어머니를 돕기 위해 함께 주차장으로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어머니 김 씨는 평소 어깨가 불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실종 신고 약 14시간 만에 의식이 있는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씨는 주차장 천장 30cm 아래 설치된 배관 위 '에어 포켓'에서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실종 주민 9명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

A군 아버지에 따르면 A군과 어머니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기 위해 차량에 탑승했지만 금세 차오른 물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결국 A군이 밖에서 차문을 열고 어머니를 빼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위험을 직감한 어머니는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보냈다. 자신은 어깨가 불편하고 수영을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까 염려스러워서였다.


이때 무언가 잘못됐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A군은 어머니를 향해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사라졌다. 7일 0시35분께 A군은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아직 어머니 김씨에게 아들의 소식을 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 아버지는 "아내가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오전 이 아파트에서는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의 침수를 막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려던 주민들이 갑자기 들어찬 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사고로 인해 7명이 사망했다.


소방 당국은 A군을 포함한 사망자 대부분이 출입구와 가까운 통로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희생자들의 빈소는 포항의료원에 마련됐다. 빈소는 현재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족과 친인척들의 슬픔으로 가득 차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주리 기자 rainb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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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레스토랑 흥망성쇠]코코스·마르쉐·베니건스 어디 갔나
수정 2022.09.08 10:33입력 2022.09.08 06:30

전성기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중반
1985년 투모로우타이거부터 브랜드 대거 쏟아져
외환위기로 일부 외국 브랜드 잇달아 한국서 철수
2000년대 제2전성기는 배달서비스가 이끌어
2010년대 정크푸드 이미지·한식뷔페에 쇠락의 길로




[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국내 외식업을 주름잡았던 패밀리레스토랑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변화되고 외식업계의 유행이 빠르게 변하면서 성장세가 크게 위축되면서다. 최근 들어서는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외식업계 전반적인 타격에 직격탄을 맞았다.


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시장은 현재 1조3000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패밀리레스토랑은 1985년 투모로우타이거 1호점을 시작으로 코코스(1988년), TGIF(1992), 판다로사(1993), LA팜스(1994년) 등 외국 브랜드가 잇달아 들어오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1995년에는 씨즐러,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플래닛헐리우드, 1996년에는 까르네스테이션, 마르쉐, 1997년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CJ푸드빌의 빕스까지 쏟아지면서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1990년대 800억원 수준이었던 시장규모는 2000년 약 17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고, 이후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는 3000억원, 2005년엔 6000억원을 돌파했다.



당시 패밀리레스토랑의 인기는 뜨거웠다. 기념일에 연인,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주말에는 예약하거나 한 시간가량 줄을 서야 했다. 넓은 주차장과 대형 매장을 내세운 패밀리 레스토랑은 집마다 차가 한 대씩 생기던 당시 연인들에겐 최고의 데이트 장소가, 가족들에게는 최적의 모임 장소로 손꼽혔다. 이전까지만 해도 경양식 식당이나 중식당, 가든형 고깃집이 전부였던 한국의 외식 문화에 패밀리 레스토랑은 문화적 충격이자 혁신이었다.

그러다 외환위기로 1990년대 후반 한때 위기를 겪었는데 이때 일부 외국 브랜드들이 잇달아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국내 최초의 패밀리레스토랑이었던 투모로우 타이거는 1992년 모기업 청원익스프레스가 부도를 맞은 이후 1994년에 한국에서 철수했고, 플래닛 헐리우드는 비싼 가격과 위생 논란을 못 이기고 운영을 시작한 지 단 7개월만인 1995년 철수했다. 코코스는 1999년 워크아웃 후 2003년 파산으로 철수했고, LA팜스는 1994년에 문을 열었다가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1998년 철수했다. 보노보스 역시 같은 해에 영업을 종료했다.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업계는 2000년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배달서비스로 피자 배달서비스를 대중화하는가 하면 각 통신사의 제휴 할인 경쟁으로 패밀리레스토랑은 대학생들의 파티 장소,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 주목받았다. 베니건스는 한때 연 매출 1000억원대를 기록하는가 하면 아웃백은 2008년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최초로 100호점까지 열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들어 정크푸드(칼로리 높은 비건강식)로 이미지가 점차 나빠지고, 한식뷔페 등이 등장하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내수 경기가 침체하면서 외식업은 큰 타격을 입었고 마르쉐, 베니건스 등 대중화 코드에 나섰던 곳들도 결국 각각 2013년과 2016년 문을 닫았다. 현재 TGIF는 전국에 매장 10여 곳을 유지한 채 간신히 명맥만 잇고 있고,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빕스는 딜리버리 매장, 매장 고급화 등을 전략으로 내세우며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엔데믹 이후에도 배달 확대는 외식업계에서 중요한 사업 전략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오프라인 매장을 고급스럽게 꾸미는 전략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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