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적 탄약 생산도 어려운 상태" 지적
"연말부터 포병 공격횟수 줄여야할수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대규모로 탄약 수입을 추진 중이라며 대러 제재로 러시아의 무기 공급망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미국 정부가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선 고착화로 탄약 재고가 바닥을 보이는 가운데 전략 자원까지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기초적인 탄약 생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군이 주요 전선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개시한 가운데 러시아가 연말까지 무기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전황은 급속히 우크라이나 쪽으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 구매과정에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으며, 로켓과 포탄 등 수백만 발 규모의 탄약 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구매가 이뤄졌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뉴욕타임스(NYT)가 미 정보당국이 기밀해제 후 공개한 정보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고자 북한으로부터 탄약을 구매하려 한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를 백악관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미 당국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수입하고자 하는 정확한 무기 종류 및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 구매에 나선 것은 미국과 유럽의 대러제재가 러시아의 군사 공급망을 크게 압박한 성과라고 자찬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의 군 공급망을 질식시키고 있다"며 "러시아는 군사장비를 북한, 이란에 의존해야 할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주로 보유한 무기와 탄약이 단순하고 구식임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전략자원 부족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전쟁연구소(ISW)의 러시아 전문가인 메이슨 클라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도 앞으로 북한에서 뭐든지 수입해야만 한다는 현실에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달 이란으로부터 무인기(드론)를 대량 수입했다고 밝혔으며, 이때부터 서방 정보당국을 중심으로 러시아군이 무기 공급망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CNN에 따르면 이란제 드론은 불량률이 높은 것으로 악명이 높아 중동의 친이란 반군세력들을 제외하면 정식으로 대량 수입된 적이 없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된 가운데 러시아가 무기 공급망 문제를 조기에 해소하지 못하면 전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인 파벨 루진은 러시아 독립 언론매체인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강도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러시아군은 포탄 부족에 직면해 주력군인 포병의 공격 횟수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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