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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대출금리 4%' 대세…집 팔려하는 영끌족

수정 2022.09.05 08:28입력 2022.09.05 06:10

대출금리 오르자 월 이자비용 수십만원씩 증가

한은 기준금리 인상 지속 의지

영끌족 앞으로 금리부담 더 커질 것

부동산 자료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무리해서 내 집 마련했더니 이자가 감당이 안 됩니다. 집값이 더 내려가기 전에 아파트 팔아서 시세차익을 낸 다음, 일단 전세로 옮겨보고 싶어요. 지금보다 집값이 더 떨어지면 다시 아파트를 사면 되잖아요. 그런데 와이프는 반대해요. '1주택은 안전자산'이라면서 생활비를 더 줄여보자고요. 요즘엔 집 문제로 싸우는 게 일이에요. 아이도 있는데 라면만 먹고 살 순 없잖아요."


서울 강북구에 사는 최은호(37)씨는 2년 전 아파트를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로 4억 원을 받았다. 당시 이자는 2.71%로 월 이자 비용은 90만원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최씨가 은행으로부터 통보 받은 금리는 4.72%. 월 이자는 어느새 148만원까지 치솟아 2년 만에 약 60만원이 불어났다. 최씨는 "상환일인 매달 1일이 지나면 통장 잔액을 들여다보는 게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금리 상승 국면에서 이자 부담을 느낀 젊은 영끌족의 주택 매도가 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집합건물 매도인 중 30대 이하 비중은 지난 3월 13.31%에서 7월 16.04%까지 4개월 연속 증가했다.


대출금리는 4%이상이 대세가 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2%대 적용받는 경우 금융 소비자가 대부분이었는데 2%포인트(P) 상승한 셈이다. 은행에서 수억원씩 빌린 주택담보대출자나 전세자금대출자의 월 이자 비용이 수십만원씩 오르는 건 예삿일이 됐다.


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공시된 지난 7월 국내 예금은행 신규 가계대출 금액의 금리 수준별 비중을 보면 4~5% 미만 대출 비중이 44.7%로 가장 높았다. 금리 4%대 대출 비중은 2013년 2월(26.9%)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3~4% 미만 (32.5%)가 뒤를 이었고, 2% 미만은 6.5%에 그쳤다.

실제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는 4.39~6.37%다. 신용대출(6개월물) 금리는 4.95~6.13%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그 직후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의지를 밝혔다"며 "지난주부터 은행들이 대출 재원을 조달하는 금융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금리까지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금금리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예금은행 신규 정기예금 금액의 금리 수준별 비중을 3~4%미만이 45%로 제일 높았다. 2~3%미만(41.7%), 2% 미만(13.3%)과 뒤따랐다. 1년 전만 해도 2% 미만 비중이 99.9%였던 것에 비교하면 3~4% 예금금리 비중이 크게 뛴 셈이다.


금리 상승은 자금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며 예·적금이 늘어나는 중이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적금이 약 18조원 증가했다. 기준금리 연속 인상 등으로 예금 금리가 뛰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자 부담이 커지자 가계대출은 지난달 1조원 줄어들어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태풍 '힌남노' 강타한 日 오키나와 10만명 대피…북상중인 규슈도 비상
수정 2022.09.05 14:36입력 2022.09.05 13:52

순간최대풍속 50m…초강력 태풍
수천가구 정전·가로수 뿌리채 뽑혀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강한 바람이 불면서 4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 중심부에서 가로수가 부러져 넘어져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덮친 일본 오키나와는 수천 가구가 정전되고 강풍에 부상을 입는 피해가 속출했다. 오키나와에는 한때 순간최대풍속이 40m에 달하는 강풍이 불면서 건물의 유리창이 깨지고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북상하고 있는 ‘힌남노’가 5일 저녁부터 6일 사이 규슈 북부로 접근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날 이 지역의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50m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초속 50m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 무너지는 수준의 강풍을 뜻한다. 규슈 남부지역의 경우 순간최대풍속은 35m, 하루 강수량이 300㎜에 이르는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은 폭우와 강풍으로 이날 규슈 북부와 남부지역의 파도 높이가 각각 12m와 10m에 이를 것이며 번개나 회오리 등 거센 돌풍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한국보다 먼저 힌남노의 영향권에 든 오키나와현에는 강풍으로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대규모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지난 3일 오키나와현의 이시가키시, 미야코지마시, 다케토미초는 주민 10만9500명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렸다. 미야코지마시 주민 2만9295명은 주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시청 1층에 마련된 대피소로 대피했다.


이번 태풍으로 오키나와현에서는 총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나하시의 70대 여성과 80대 남성이 강풍이 넘어져 각각 팔과 머리를 다쳤으며 오후에는 80세 여성이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키나와현의 편의점 일대에는 레토르트 식품이 동이 나는 현상도 발생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미야코지마시 주민들이 태풍에 대비해 컵라면과 우유, 촛불 등을 구매하면서 식료품점 선반의 3분의 2가 동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키나와현의 한 호텔 앞에는 강풍으로 인한 건물 파손을 막기 위해 덤프트럭 3대가 건물 앞에 세워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농작물 피해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매년 8만~10만t의 사탕수수가 생산되는 미나미 다이토섬의 농장이 강풍으로 인해 사탕수수 대부분이 부러지면서 마을 전체 피해액이 수천만엔에 이르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태풍의 여파로 오키나와로 향하는 교통편도 끊겼다. 지난 2일 오키나와 미야코시로 향하는 항공편 40편이 결항했으며 오키나와와 가고시마를 잇는 여객선 114편도 운항을 멈췄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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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자영업자] 불황·금리상승·만기연장 끝…자영업자 부실 시한폭탄 터지나
수정 2022.09.05 10:25입력 2022.09.05 09:35

악재 겹치며 빚 겨우 갚던 자영업자도 위태
소득은 줄어 빚 부담은 더 커져
코로나 기간 중 자영업자 대출 큰 폭 뛰어
부실 위험으로 인해 금융권에도 빨간불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3일 서울 명동 한 음식점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은행에서 빌린 돈 하루라도 연체 안 하려고 발악하며 갚는 저 같은 상인도 시한폭탄이에요. 지금까진 버텼지만, 요즘처럼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고 경기도 안 좋아지면 내년엔 어떻게 될지 모르죠." 경기도 수원에서 삼겹살집을 하는 김창진(57) 씨는 그의 동네에서만 30년 넘게 가게를 한 토박이 사장이다. 코로나19 때도 단골들은 간간이 찾아왔고, 은행에서 대출받아 운영비로 쓰며 유지했다. 그는 "은행 대출금을 갚느라 올해는 내 양말 한 켤레도 안 샀다"라며 "코로나 때 동네 가게 사장들은 문을 닫거나, 빚잔치를 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팬데믹이 번진 2020년부터 현재까지 자영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뛰면서 부실 위험으로 인해 금융권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사업소득이 위축된 중소득층 자영업자들의 소득 대비 부채 상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 증가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간소득 자영업 가구(상위 30~70%)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41.3%로 집계됐다. 예를 들어 월 100만원을 벌면 41만원을 빚 갚는데 쓴다는 뜻이다. 저소득 자영업자는 38.8%, 고소득은 39.5%로 중소득보다 다소 낮았다.



경제적 충격이 추가로 가해지면 중·저소득 자영업자들의 채무부담이 급격하게 늘 것이라 한은은 예상했다. 세 가지 조건(올해와 내년 각각 기준금리 0.5%포인트(P) 인상·금융지원 9월 종료·손실보전금 효과)을 전제로 자영업 가구의 DSR 변화를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하위 30% 저소득 자영업자의 DSR은 올해 34.5%에서 내년 48.1%로 13.6%P 급등했다. 중소득 가구도 38.6%에서 47.8%로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들이 빚을 못 갚기 시작하면 1·2금융권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3일 서울 명동 한 음식점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한은은 "이번 달부터 대출만기 연장 지원 조치가 종료되고,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은 여러 은행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높아 특정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업권 간 부실 전염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대출·보증 연체 해마다 급증

이미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실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정부의 대출·보증 프로그램을 이용한 자영업자들 중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등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 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의 '소상공인 위탁보증 프로그램' 보증 사고율은 2020년 5월 0.2%에서 2022년 3월 2.2%까지 늘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최대 4000만원까지 보증을 서주는 게 소상공인 위탁보증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이 제도의 시작 첫해부터 보증사고가 발생해 계속 사고율이 증가하고 있단 점이다. 보증사고 건수는 채무자가 이자를 못 내거나, 원금을 상환할 수 없을 때 집계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돈을 빌리면 처음 2년은 이자만 갚다가 3년째부터 원금과 이자를 분할 상환하면 된다. 그런데도 대출을 받은 그해부터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연 1~4%의 저금리로 정부 정책 자금을 빌린 자영업자 중에서도 돈을 못 갚는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정책자금 연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정책자금을 대출 연체 규모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3일 서울 명동 한 상점이 폐업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12월, 정책자금 상환을 90일 이상 연체한 누적 건수는 2410건(1228억원 규모)이었다. 2020년 말에는 4400건(1862억원)으로, 2021년 말에는 8284건(2491억원), 올해 7월에는 1만2424건(3080억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연체 건수는 5배, 연체 금액은 3배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2016년부터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인 영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경영자금을 직접 대출해주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일반은행보다 낮은 이자로 훨씬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했음에도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이달 말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이 종료되면 정부가 부실 징후 포착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 기간에도 겨우겨우 빚을 갚아와 신용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거나, 연체자로 분류되지 않은 분들을 특정해서 이들의 부실 징후들을 살펴보고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며 "부실이 누적되기 전에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위험 관리를 위한 정부 차원의 금융 교육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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