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100억원 가치로 추정되는 현금을 찾지 못해 당국에 도움을 호소하는 한 가족의 사연이 전해졌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상북도 예천군에 사는 70대 A씨는 부친이 1946년 발급받은 현금보관증을 40년간 보관 중이다. 현금보관증은 잠시 타인에게 돈을 맡기게 될 경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로 알려졌다.
A씨 부친은 1910년 일본으로 건너가 막노동을 하며 돈을 모은 뒤 1945년 해방과 동시에 귀국했다고 한다. 당시 거액의 일본 돈을 집안에 보관해두기 어려웠던 그는 조흥은행 예천군 지점을 찾아 돈을 맡기고 현금보관증을 받았다. 조흥은행은 1943년부터 2006년까지 존재했으며, 현재 통합 신한은행의 존속 법인 형태로 남아 있다.
이후 A씨 부친은 맡겨둔 돈을 찾기 위해 현금보관증을 들고 조흥은행에 다시 방문했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터져 많은 자료가 유실된 데다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진 탓에 은행에서는 출금을 미뤘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경제개발이 가속하며 많은 외화자금이 필요했던 영향으로 엔화의 출금이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A씨 부친은 돈을 찾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후 1982년 A씨의 딸이 창고에 보관돼있던 현금보관증을 발견한 뒤로 다시 돈을 찾기 위한 가족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보관증에는 1946년 3월5일 은행의 지점장이 A씨 부친의 일본 돈 1만2220엔을 받아 보관함을 증명한다고 적혀 있다. 또한 부친의 사인과 조흥은행 직인이 찍혀 있으며, 다른 사람이 소유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도 쓰여 있다.
부친이 맡긴 돈의 가치는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지만, 당시 환율과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할 때 현재 가치로 40억~70억원으로 평가된다. 또 76년간의 은행 이자까지 합하면 1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A씨 측은 최근 금융감독원과 신한은행 등에 민원을 내며 돈을 찾는 데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출금을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자료들이 대부분 사라진 탓에 현금보관증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씨 측은 "정부가 나서서 우리의 억울한 사연을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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