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대통령 특사로서 부산 엑스포 유치 위해 이달 영국 방문
M&A 추진 대상으로 꼽히는 ARM 만날까
ARM 기업 가치 크지만 인수 쉽지 않아…퀄컴·인텔은 컨소시엄 구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현민 기자 kimhyun81@[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국 방문과 더불어 최근 회장 승진과 관련해 인수합병(M&A) 전망이 나오면서 주목받는 곳이 있다.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팹리스라 불릴 정도로 반도체 업계에서 중요도가 높다 보니 삼성전자가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상당한 데다 독과점 이슈까지 있다 보니 단일 기업이 인수를 추진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컨소시엄 형태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재용 부회장, 부산 엑스포 알리려 '영국' 방문…ARM과 인수 관련 논의도?
3일 대통령실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이달 대통령 특별사절(특사)로서 영국을 방문한다. 차기 영국 총리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5일(현지시각) 총리에 취임한 후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 영국 방문을 계기로 현지에 본사가 있는 ARM과 사업 논의를 진행할 수 있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회장 승진을 앞두고 뉴 삼성을 위한 여러 작업을 진행하면서 주력 무기인 M&A를 추진하고자 ARM 인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2014년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활발한 M&A 활동을 진행했다. 2016년 80억달러(10조8720억원)를 투자해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이 대표 사례다. 그에 앞서서는 ▲프린터온(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스마트싱스(사물인터넷 플랫폼) ▲루프페이(모바일 결제) ▲비브랩스(AI 플랫폼) 등의 M&A 사례를 잇달아 선보인 바 있다.
1일(현지시각)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 개막 전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M&A 관련 "많은 진척이 있다"며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점 역시 M&A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그간 M&A 대상으로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온이 함께 거론됐는데, 이 부회장의 영국 방문 소식을 계기로 ARM 언급이 최근 두드러진 상황이다.
엔비디아 로고 이미지 / 출처=로이터연합뉴스ARM 인수 실패한 엔비디아…"단일 기업보단 컨소시엄 형태 인수 적합할 수도"
ARM은 1990년에 설립된 영국의 반도체 IP 기업이다. 일반 팹리스 기업보다 앞단에서 사업을 하는 곳이다. 팹리스가 반도체 설계의 모든 부분을 챙길 수 없으니 ARM 같은 IP 기업으로부터 라이선스 구매로 필요한 설계도를 얻고 설계도를 적용한 제품 판매의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식이다.
ARM은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설계, 라이선스 판매를 주력으로 한다. 특히 모바일 AP 제품들의 경우 기초 설계의 90% 이상이 ARM 기반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인텔과 퀄컴,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을 모두 고객사로 둘 수 있는 이유다. 매출은 2022년 회계연도 1분기(4~6월) 기준 7억1900만달러(9771억2100만원)로 그중 로열티 수익은 64%인 4억5300만달러(6156억2700만원)에 달했다.
ARM의 모체는 일본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7월 314억달러(42조6726억원)에 ARM을 인수한 뒤 2020년 ARM을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ARM 사업의 중요도가 큰 만큼 엔비디아가 그해 400억달러(54조3600억원) 규모의 인수전에 나섰지만, 독과점 우려에 따른 경쟁사 반발과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 불발로 올해 2월 매각을 중단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단일 반도체 기업의 ARM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컨소시엄 형태의 인수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기업이 인수에 참여해 ARM의 독립성을 살리면서 상당액의 인수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실제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5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RM 인수에 관심을 표하며 컨소시엄 형태가 적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인텔이나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역시 3월 SK하이닉스 주주총회에 참석해 컨소시엄 형태의 ARM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텔도 같은 의견을 내비친 상태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매각이 중단되자 투자 자금을 회수하려 ARM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런던 증시와 뉴욕 증시에 각각 상장을 추진하다가 영국 상황이 마땅치 않자 미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소프트뱅크는 2023년 3월까지 미국 나스닥에 ARM을 상장해 기업 가치를 500억~600억달러(67조9500억~81조5400억원)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향후 상장이 이뤄지면 특정 기업의 ARM 인수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이 이뤄질 수 있다. ARM은 IPO로 확보한 자금을 스마트폰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자동차, 메타버스, 데이터센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ARM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라이선스 계약 위반 혐의로 퀄컴과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누비아를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누비아가 ARM 라이선스를 토대로 CPU를 설계한 후 라이선스 계약이 끝났는데, 퀄컴이 지난해 누비아를 인수한 후 누비아 CPU 설계를 자사 제품에 적용하자 라이선스 무단 사용이라며 소를 제기한 상태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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