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KB선도아파트50' 지수 0.72% ↓
한달새 3배 낙폭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전국 대장주 아파트 50곳의 매매가격이 2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상승률에 하락폭도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대장주 아파트가 몰린 서울 강남권 단지에서는 최고가 대비 수억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9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8월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전달 대비 0.72%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달 -0.24%를 기록하며 하락 전환했는데, 한 달 만에 3배 낙폭을 보인 것이다. 2020년 4월 -0.91%를 기록한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이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0.23% 하락했고, 서울은 0.15% 하락했다. 이와 비교하면 대장주 아파트의 하락세가 전체 평균보다 더 큰 셈이다.
선도아파트50 지수는 전국 아파트 단지 중에서 시가총액(세대수와 가격을 곱한 것) 상위 50개 단지를 매년 선정해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이다. 전체 단지보다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보여주는데다, 전국 아파트 시세를 이끌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는 바로미터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전체 부동산 시장 동향을 선제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경기 과천 래미안슈르,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 등 각 지역의 주요 랜드마크 단지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단지에서는 최근 들어 하락거래가 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지난달 24억원에 팔려 지난해 11월 최고가 26억3500만원 보다 2억원 이상 떨어졌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34㎡는 이달 42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 5월 최고가(49억4000만원) 보다 7억10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역시 전용 76㎡가 한 달 사이 3000만원이 하락해 지난달 27억2500만원에 하락 거래됐다.
대장주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이 더 큰 것은 실제 거래가 이뤄진 단지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과 같은 거래실종 상태에서는 거래가 없어 보합인 경우도 많은데 대단지가 몰린 선도아파트는 실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그 때문에 시세가 더 정확하게 포착되고 있다"며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려면 선도아파트 지수가 더 정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하락장에서도 군집행동이 일어나 거래실종 상황, 시세 하락을 더 이끌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거나 집값이 저점을 찍었다는 하락 신호가 있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흐름이 내년 1분기까지는 계속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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