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횡령 직원들 처벌 불원
검찰에 처벌불원서 제출…서울서부지법서 재판
고소 취하 아니지만…양형 판단에 유리
봐주기 논란 재점화…"일반 직원이었으면 가능했겠냐"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회삿돈을 횡령한 직원들을 고소하고도 처벌 불원서를 써준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앞서 불거진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횡령한 직원 중 한 명이 지난 2014년 사임한 A 전 대표이사의 아들(아시아경제 5월 19일자 ‘[단독]'35억 횡령' 아모레퍼시픽 직원 중 1명은 前 대표 아들’ 기사 참조)인 탓에 일종의 '전관예우' 차원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8일 검찰에 B씨 등 3명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회사 측 법무팀이 직접 검사실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B씨 등 아모레퍼시픽의 영업담당 직원 3명은 수년 간 회삿돈 35억원을 횡령해 주식과 가상 자산 투자, 불법 도박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가 내부 정기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재택 근무지나 사내에 모여 불법 도박을 일삼기도 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모레 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들을 징계 처분하고 해고 조치했다. 횡령 금액 환수와 더불어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에 재발방지책을 보고하고 사내에도 공지했다고 알렸다.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서류로 보통 당사자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을 때 수사기관 또는 재판부에 제출한다. 횡령죄의 경우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서 고소를 취하할 순 없으며 양형 과정에서 이를 참작해 달라는 취지다. 기소 전 해당 서류가 제출된 것은 기소 자체를 유예해달라는 의도로도 읽힌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달 3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에 이들의 사건 공소장이 접수됐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법원에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처벌불원서 제출을 양형에 반영할지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이지만 피해액 대부분이 변제됐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지 않는다는 점은 양형에 상당히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앞서 아모레는 내부에서 징계 조치를 마무리하고도 별도로 경찰 신고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본지 취재가 시작된 이후 등 떠밀리듯 고소 절차를 진행했다. 횡령 직원 중 한 명이 임원 자녀로 확인되면서 이런 사실을 쉬쉬하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었다. 이번 처벌불원서 제출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회사 직원이 횡령을 한 사실이 발각돼 회사가 고소를 해놓고도 뒤이어 직접 처벌불원서를 제출해준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에 부합하지 않아서다. 일반 직원이었으면 이 같은 배려(?)가 가능했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아모레 측은 이와 관련해 "해당 직원들이 대부분의 금액을 변제했고, 남은 금액 변제도 성실히 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내부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임원 자녀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선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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