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반지하의 역할 '가난한 사람을 눈 앞에서 숨겨라'

수정 2022.08.13 11:09입력 2022.08.13 10:00

폭우에 반지하서 사망한 가난한 사람들
사회서 배제 당한 가난한 사람이 향하는 곳, 반지하
반지하 해결책, 가난한 사람과 어우러져 사는 방법까지도 고민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 8~9일 서울 등 중부권엔 기록적 폭우가 왔다. 폭우는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은 차오르는 물을 피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다. 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 A씨가 익사했다. 이 일가족의 구성원과 A씨의 공통점은 반지하에 살던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것이다.


반지하는 냉전의 산물이다. 1970년 당시 정부는 북한의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 주택을 새로 지을 때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드는 법을 만든다. 북한과 전쟁이 났을 때 따로 공사를 할 필요 없이 진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즉, 애초에 거주 목적으로 만든 공간이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1970년대 산업화와 함께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자 반지하 건물을 거주용으로 개조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집처럼 보이게 지상부에 작은 창문을 뚫어 채광과 통풍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 공간을 사람들은 반지하라고 불렀다.


하지만 반지하는 지상부의 공간보다 일조량, 습도, 공기의 질 등이 턱없이 좋지 못하다. 곰팡이와 바퀴벌레는 기본이며 창문 옆에 자동차나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어 열고 지내기도 어렵다.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말이 반지하지 그냥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지하 공간이라고 봐야 한다"며 "창문 하나 뚫었다고 '집'이란 공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만이다"고 말했다.


집이라고 부르기 힘든 반지하…사회서 퇴출된 가난한 사람이 향한 곳
1971년 8월 10일 광주대단지 사건 당시 모습

반지하의 역사는 가난한 자들을 쫓아냈던 인류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동서양을 떠나서 인류는 가난한 자를 전염병에 걸린 병자, 범죄자 등과 묶어 사회에서 퇴출돼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했다. 눈 앞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치워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안타깝게 우리나라도 그러한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박정희 정부는 늘어나는 서울시의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민들을 쫓아냈다. 대표적 예가 광주대단지 사업이다. 박 정부는 서울시 빈민가에서 철거 당한 빈민들을 당시 경기도 광주군(현재 성남시)으로 이주시켰다. 하지만 졸속 사업, 부패한 행정 등으로 인해 빈민들은 광주군에서 제대로 된 집을 가지지 못했다. 결국 1971년 빈민 5만 여명이 경찰과 충돌한 '8.10 광주대단지 사건'을 일으켰다.

외신에서 이번 반지하 참변을 영화 '기생충'과 비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낮은 곳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으로 쫓겨난다. 2019년 5월 영화 기생충 개봉 이후 영국 공영방송 BBC는 반지하를 'banjiha'라고 부르며 "기본적으로 햇빛이 없으며 사람들이 시선을 내리면 내부를 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라고 묘사했다. 한 주요 외신은 관악구 신림동 침수 사건을 두고 "집값이 최대 정치 화두 중 하나인 한국에서 대기업이 건축한 고층 건물에 산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며 "가난한 사람들은 값 싸고 축축하며 곰팡이가 핀 반지하에서 산다"고 보도했다.


반지하 문제 단순하게 다루면 반발 직면할 수도…"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런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반지하 문제의 해결책은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사회에 섞이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서울시의 대책은 이러한 초점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서울시는 지하 및 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론 일몰제로 추진해 순차적으로 주거용 반지하를 없애고 반지하를 비주거용으로 용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원래 반지하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서울시엔 약 20만명이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어 반지하 일몰제는 주거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획기적인 대책을 펴기 어려운 환경이란 지적도 나온다. 반지하에 숨어 있던 가난한 사람들을 사회에 함께 섞이도록 하는 정책을 내놓을 경우 서울시는 사회 구성원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의 임대동은 다른 색 페인트로 칠한다거나 가벽을 설치해 구분 짓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어린 아이들조차 공공임대아파트 사는 아이들을 '휴거지' '엘사' 등 혐오표현을 쓰는 사회다. 아울러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에게 임대아파트를 비교적 쉽게 할당한다면 공정성 시비에도 휘말리기 쉽다. 가난한 사람들이 단순히 거주할 곳을 못 찾는 상황을 넘어 혐오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반지하에서 벗어나고 사회에서 어우러져 살려면 장기적으로 사안을 다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이 반지하에서 살지 않길 원한다면 단순한 정책만으론 안 되며 공공이 질 좋은 주택을 다수 확보하는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만 가능하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도 뒤바뀌는 데 이러한 현실에서 어떻게 반지하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침수차 폭탄]"폭우 달린 차 무상 수리 받으세요"
수정 2022.08.13 12:04입력 2022.08.13 09:30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역대급 집중호우에 침수차 피해 잇따라
차업계 무상지원 등 발벗고 동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에 침수된 차량만 1만여대에 육박하면서 자동차업계가 보상을 위한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무상 점검 및 수리비 할인 등은 물론 1년 무상 재점검 서비스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13일 손해보험 업계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지성 폭우가 쏟아진 8일부터 12일 오전 10시까지 12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침수 피해 차량은 총 9986대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추정 손해액은 1422억1000만원이다.


침수 차량이 급증하면서 자동차업계가 특별 지원 서비스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연말까지 ‘수해 차량 특별지원 서비스’를 실시한다. 수해 피해 차량 입고 시 수리 비용을 최대 50% 할인해주고 수리 완료 후에는 세차 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또 피해 고객이 수리를 위해 피해 차량을 입고하고 렌터카를 대여할 경우 최장 10일간 렌터카 비용의 50%를 지원한다.


다른 완성차 업체인 쌍용자동차,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쌍용차는 오는 10월31일까지 전국 서비스네트워크에 지역별로 수해차량 서비스전담팀을 운영하면서 특별정비 서비스를 실시한다. 자차보험 미가입 차량은 총 수리비의 40%를 할인한다. 여기에 침수피해를 입은 차량 소유주가 쌍용차로 대차 구매할 경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를 제외한 전 차종에 대해 2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르노코리아도 마찬가지로 직영 및 협력 서비스센터에서 다음달까지 집중 호우 피해 고객 대상 AS 특별 지원 캠페인을 실시한다. 차량 침수 및 파손 피해를 입은 고객은 보험수리 시 자기부담금(면책금)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유상 수리 시에도 차량 출고 연도에 따라 공임비의 최대 20%, 부품가의 최대 25%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집중 호우 피해자 또는 배우자가 이달 말까지 SM6 차량을 구매할 경우 20만원의 특별 할인도 함께 지원한다.


한국GM은 쉐보레 차량에 대한 지원을 실시한다. 자차 보험을 들지 않은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수해 피해 차량이 쉐보레 서비스 네트워크에 입고 시 수리 비용을 최대 50% 할인해 준다. 또 수해 발생 지역에 방문 서비스를 통해 긴급출동, 차량 무상 점검 및 소모품 교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차량 침수, 파손으로 신규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50만원의 현금을 지원한다.


수입차 업체들도 지원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무상점검 서비스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그 외 보험수리 고객 자기부담금 지원, 수리기간 렌터카 제공, 무상 픽업앤 딜리버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여기에 1년 무상 재점검 서비스 등이 함께 제공된다. BMW도 수해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한 차량에 한해 침수 부위 무상 점검을 실시하고 보험 적용 범위를 초과하는 수리비 또는 면책금을 지원한다. 또 수리 기간 동안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대차 서비스도 제공한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침수 피해나 수해 연관 교통사고로 인해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의 차량에 대해 무상 견인 및 기본 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텔란티스 콜센터를 통해 신청하면 가장 가까운 위치의 공식 서비스 센터로 24시간 차량 구난 및 이송을 지원한다. 또 침수 피해 사고 항목에 대한 기본 점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1일 이후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 차량을 대상으로 보험 수리 시 발생하는 면책금 50만원을 지원 받거나, 재구매 시 기존 재구매 혜택에 추가로 50만원을 더해 총 100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볼보자동차는 침수로 인해 유상 수리가 필요할 경우 공임 및 부품 가격에 대해 최대 300만원까지 30% 할인을 제공한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갤럭시폰도 e심 탑재…변화의 바람이 분다[차민영의 포스트it]
수정 2022.08.13 10:49입력 2022.08.13 10:49

정부, 9월 1일 e심 제도 도입 계획
단말·통신사·유통업계 동상이몽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 오는 9월 1일 스마트폰 자체에 e심(eSIM·내장형 가입자식별모듈)을 내장하고 인터넷에 연결해 집에서 원하는 통신사에 직접 가입할 수 있는 '1폰 2번호'의 시대가 열립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거대 생태계로 연결된 단말·통신·유통업계에서 e심 제도 도입을 바라보는 관점은 제각각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단말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삼성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공개한 ‘갤럭시 Z 폴드4·플립4’ 시리즈에는 e심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출시한 갤럭시 S20 시리즈 때부터 18여종 해외향 단말에서 e심을 지원해왔으나, 국내용 단말에선 선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이 갤럭시폰 최초의 탑재 건인 셈입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대부분 e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2018년 아이폰XS 모델부터 국내·해외향 단말을 가리지 않고 15종 단말에서 e심과 유심을 모두 지원하고 있습니다.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와 매장에서 e심 연결법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중국계 샤오미 역시 현재 한국에 출시된 국내향 단말인 미 시리즈와 레드미 시리즈 등 총 12종이 전부 e심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GSMA ‘글로벌 e심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세계 5억개 이상, 2025년 24억개 이상의 스마트폰이 e심을 탑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스마트 기기들의 e심 기능 탑재 건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스마트 워치의 경우 기존에도 통신사 스마트 기기 전용 요금제를 통한 e심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와이파이 전용이 아닌 LTE 연결 기능을 갖춘 삼성 갤럭시 워치 시리즈, 애플의 애플워치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2020년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11형’ 모델 때부터 아이패드에도 e심이 탑재됐습니다.

삼성전자의 10일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공개된 '갤럭시 Z 플립4' 단말 모델

이통사들은 9월 도입에 발맞춰 전산개발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단말기 고유 식별번호(IMEI) 통합관리시스템도 고도화 중입니다. 향후 e심 전용 요금제가 출시될 것이란 전망도 존재하는 만큼 상품에 대한 고민도 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변경사항을 대리점에 안내하고 교육도 실시해야 합니다. 이동통신(MNO) 사업자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사업을 하는 알뜰폰(MVNO) 사업자들에게는 기회로도 여겨집니다. e심의 경우 업무용 세컨폰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상황에서 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수요가 늘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편으론 중저가 스마트폰을 세컨폰으로 활용하던 사례가 줄게 돼 결과적으로는 제조사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유통업계에서도 e심 이용이 활성화되면 비대면 개통 사례가 늘면서 오프라인 판매가 주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번호이동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정된 번호 자원으로 인한 정부 측 고민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행법상 통신사들은 신규 번호를 1개월만에 재할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통신사들의 ‘전화번호 재활용 제한 기간’은 예외 사례를 제외하고 최소 28일입니다. 번호 자원이 한정된 만큼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이동통신사별 번호보유 수량은 SK텔레콤 3380만개, KT 2456만개, LG유플러스 1556만개며, 이 중 남은 미사용 번호 수는 389만개, 611만개, 352만개입니다. 비율로 보면 11.5%, 24.9%, 22.6% 수준입니다.


내달 국내 스마트폰 e심 서비스가 상용화될 경우 번호이동이 쉬워지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번호 자원을 늘리는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동으로 다음기사가 보여집니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