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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원에 청소·빨래·사우나까지…호텔 '한 달 살기' 열풍

수정 2022.08.14 10:07입력 2022.08.13 09:00

코로나19 이후 호텔 장기투숙 상품 유행
평균 숙박일 31일·비용 200만원
전문가 "'가심비' 중요한 MZ세대에 적중"

1~3개월 단위의 호텔 장기투숙 상품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 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수도권에 거주하는 A씨(27)는 최근 '호텔 한 달 살기' 상품권을 결제했다. 1개월간 고급 호텔실에서 장기 투숙할 수 있는 이용권으로, 가격은 청소·세탁 등 투숙 서비스와 사우나·피트니스 센터 등 부대시설 이용료까지 포함해 약 120만원이다. A씨는 "직장인에게 적은 돈은 아니다"라면서도 "한 달 동안 집안일 걱정 없이 호텔룸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휴가라도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호텔 한 달 살기'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일부 호텔들이 빈 객실을 채우기 위해 내놓은 장기 투숙 상품이 2030세대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 달 살기는 호텔이 제공하는 일종의 장기 숙박 프로그램이다. 호텔실 숙박권을 1~3개월 단위로 나눠 판매하는 것으로, 가격대는 100만원대 이하부터 5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의 숙박권은 무료 주차, 간단한 조식 및 객실 청소·세탁 서비스, 부대시설 이용권 등을 포함한다.


이미 MZ 세대 사이에서는 한 달 살기 상품권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호텔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개념의 '호케이션'(호텔 + 베케이션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한 달 살기 상품권 '리뷰 영상'을 게재하기도 한다.

유튜브 등에는 '한 달 살기' 상품 리뷰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한 달 살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편리함'에 끌린다고 말한다. B씨(27)는 "꼭 룸서비스 받는 날이 아니더라도 매일 쓰레기통을 비워주고, 배달 음식을 시킬 때 나오는 각종 쓰레기도 다 처리해 준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라며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서비스를 생각하면 손해 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장기 투숙객 C씨(32)는 "한 달 정도 회사 일이 바빴던 적이 있는데, 출퇴근 시간을 아껴보려고 한 달 살기 상품을 구매했던 적이 있다"라며 "비용이 100만원 쯤 들긴 했지만, 야근을 마치고 돌아와도 몸이 그리 피곤하지 않아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호텔 한 달 살기 플랫폼 '호텔에삶'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장기투숙 상품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7% 폭등했다. 이용객 1인당 평균 숙박일 수는 32일, 평균 200만원을 상품에 지출했다.


호텔 한 달 살기 상품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프로모션으로 처음 등장했다. 사진은 서울 한 호텔의 한 달 살기 광고 모습 / 사진=연합뉴스

장기투숙 상품은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했던 2020년부터 등장했다. 같은 해 '신라호텔' 등 유명 호텔 체인이 한 달간 숙박할 수 있는 '한 달 살기 이용권' 프로모션을 진행한 게 시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외여행 제한 등으로 인해 당시 국내 호텔업계의 피해가 극심했는데, 손실을 줄이고 객실을 채우기 위한 방안으로 장기투숙 고객 붙잡기에 나선 것이었다. 처음은 곤경에 처한 호텔들의 활로 모색에서 시작했지만, 한 달 살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국내 호텔업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전문가는 한 달 살기 상품권의 성공 요인이 이른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이르는 준말)'에 있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 달 살기는 단기 숙박보다 살짝 저렴한 가격에 호텔룸을 장기 대여해주는 것"이라며 "적절한 가격과 '경험'의 만족감을 중요시 여기는 MZ세대의 욕구에 적중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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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가뭄 이어 '괴물 산불'까지…'최악의 여름' 보내는 유럽
수정 2022.08.13 07:48입력 2022.08.13 01:00

프랑스 대형 산불 발생, 수일째 불길 안 잡혀

지난 9일 프랑스 보르도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10일(현지시간) 남서부 지롱드주 보르도 남부에서 불을 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는 프랑스에 또 대형 산불이 번졌다. 영국도 46년 만에 가장 건조한 날씨로 화재 위험 최고 경보가 내려지는 등 유럽 곳곳이 기후 문제로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보르도를 포함한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주에서 수일째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BFM 방송 등은 이번 화재로 주택 16채가 불에 탔고 주민 1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에 시작된 산불은 74㎢에 달하는 면적을 태웠는데, 이는 약 30만 명이 거주하는 프랑스 서부 도시 낭트보다 큰 규모다.

소방당국은 다른 지역에서 인력을 지원받았지만 불길은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알리온 프랑스소방관연맹(FNSPF) 회장은 RTL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산불이 마치 "괴물"처럼 번지고 있다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지역 생마뉴에서 산불이 타오르며 화염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올여름 여러 차례 폭염을 겪은 프랑스는 지난달 1961년 이후 가장 건조했던 7월을 보내면서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롱드를 비롯해 아베롱과 드롬 등 8곳에서 동시다발로 큰불이 났는데 폭염과 가뭄까지 겹쳤다. 무더위와 함께 가뭄까지 찾아와 프랑스 일부 마을에서는 송수관이 말라 트럭으로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 집행위는 현재 가장 심각한 프랑스에 소방대원과 비행기 등을 급파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화재 진압을 돕기 위해 우리의 파트너들이 오고 있다"며 "유럽의 연대가 작동하고 있다"고 글을 올려 감사를 표했다.

프랑스와 남쪽으로 국경을 접한 스페인에서도 6개 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포르투갈에서도 코빌량 산악지대에서 시작된 불이 며칠째 꺼지지 않고 있다.


영국의 한 저수지가 말라붙어 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산불뿐만 아니라 극심한 가뭄도 문제다. 최악의 가뭄과 건조한 날씨는 유럽의 산불 위험을 높이고 있다. 영국도 열돔 현상으로 폭염이 계속되며 건조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부 지역에 화재 위험 최고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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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36일만의 기자회견 연 李…대통령과 당 실명 비판하며 '눈물'(종합)
수정 2022.08.13 14:44입력 2022.08.13 14:44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실명 거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말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권현지 기자] 성비위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지 36일만에 기자회견을 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13일 비대위 전환 과정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과 데칼코마니라며 당을 비판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사태에 대해서도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며 강하게 질타하는 한편, '윤핵관' 들의 실명까지 거론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당이 한 사람 몰아내려고 몇 달 동안 위인설법을 통해 당헌·당규 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으며 정치사에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의 비대위 전환 과정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향후 비대위에 대한 투쟁 의지를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이번 비대위 전환을 위해 누더기로 만든 당헌·당규와 그 과정은 검수완박 한다고 모든 무리수를 다 동원하던 민주당의 모습과 데칼코마니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비대위 출범에 대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선당후사'하라는 지적이 당 내에서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 선당후사라는 을씨년스러운 말은 4자 성어라도 되는 양 정치권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지지만 사실 근본이 없는 용어"라며 일축했다.


여론조사와 지지율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여론조사 상에서 이미 파악됩니다. 민심은 떠나고 있다"며 "대통령이 원내대표에 보낸 어떤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는 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이 공개되면서 큰 논란이 인 것을 가리킨 것이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문자 노출 사태의) 결론이 당 대표를 쫓아내는 일사불란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면 전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판단"이라고 꼬집는 한편, "씹어 돌림의 대상이 되었던 저에게 어떤 사람도 그 상황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은 인간적인 비극"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젊은 층이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데 대해 "여당과 정부에 대한 젊은 세대의 기대치가 급전직하한 것은 여가부를 폐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젠다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며 "윤핵관들과 윤핵관 호소인들은 그들의 조그만 장원에서 벗어나 좀 진취적인 것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부 인사들의 실명까지 거론했다. 이 전 대표는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윤핵관들, 그리고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등 윤핵관 호소인들은 윤석열 정부가 총선승리를 하는 데에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라"며 "여러분이 그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절대 오세훈과 맞붙은 정세균, 황교안과 맞붙은 이낙연을 넘어설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이상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 더 많은 당원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는 한편, 당의 혁신방향에 관한 책도 탈고를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감정이 북받친 듯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큰 선거에서 3번 연속으로 우리 국민의 힘을 지지해주신 국민이 다시 보수에 등을 돌렸다"며 "국민에게, 그리고 당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전선에서 뛰어서 승리에 일조한 당원들이 이제는 자부심보다는 분노를 표출하는 상황을 보면서 많은 자책감을 느낀다"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모두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수진영 내 변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국가 중심의 고전적 가치를 중시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있다면, 그에 못지않게 자유와 정의,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당원과 지지자도 있다"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의 힘을 넘어서 이제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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