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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이용 돈벌이"vs "수요와 공급 논리" 모텔 '바가지 가격' 논란

수정 2022.08.11 09:50입력 2022.08.11 09:50

자영업자들 "크리스마스 때 가격 올리는 것과 달라" 격론
원희룡, 모텔 폭리에 분노.."대책 마련 건의"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8일 밤 서울 강남역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상도(商道)를 따르면서 장사를 해야죠!" ,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


지난 8일 수도권 내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등 재난에 가까운 수해 피해가 일어날 때, 숙박비를 올려 운영한 업주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폭우 속 모텔 바가지 요금'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1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천재지변에 한몫 챙기려는 사장님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50여 개 댓글이 달리면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가 "씁쓸하지만 원래 수요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니까요"라고 말하자 또 다른 사장은 "재난 상황에 적용될 수 없는 일이죠. 사람이 얼마나 더 죽고 다쳐야 이런 상황에 장삿속 생각을 않을는지..."라며 현재 상황을 한탄한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소상공인은 "이런 일들이 있으니, 일부 자신들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소상공인 자영업자 전체가 하나로 도매급 평가받아 왜 도와주냐는 말이 나오는 거죠"라며 개탄하기도 한다. 이에 다른 자영업자는 "그러게요. 생각해보니까 크리스마스 같은 건 이해해줄 법한데, 천재지변 때문에 갑자기 모텔비 확 올라서 돈 없으신 분들은 비 쫄딱 맞고 어딘가에서 밤 새셨을 거 같네요."라고 말한다.


9일 폭우로 침수 등의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한복판에 상인들이 가게를 정리하며 생긴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른 의견도 있다. 한 자영업자는 "재난이기 때문에 정상가로 하자거나 금액을 낮춰주자는 건 너무 유토피아 같은 이야기다"라면서 "저도 그 스샷(가격대를 올린 한 모텔의 이미지 캡처 사진)을 보면서, `와 장사치들 진짜 이가 갈린다` 싶었지만, 대한민국은 엄연히 자본주의 사회이고 울나라(우리나라)에 돈 많은 사람 진짜 많고, 그 돈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강남땅이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영업자가 아닌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누구는 홍수로 죽고 누구는 홍수로 돈 벌고, 좀 보기 그렇지만 이게 자본주의 아니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회사원 박모씨는 "(모텔 가격 인상은) 좀 지나친 것 같다"면서 "한 10만원 정도면 모르겠다. 30만원은 너무 나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 발생…이재민 대상으로 폭리 취해


시민들의 원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도 앞서 재난 상황 속 숙박 가격을 올려 운영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지난해 7월24일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7월18일부터 역대급 폭우로, 인근 지하철과 대중교통시설이 물이 잠기고 약 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 상황에서 일부 숙박업소 업주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며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하철 침수 사건으로 총 12명의 사망자와 8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던 당일 모텔 등을 찾은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폭리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비판 여론이 더욱 커졌다.


논란이 된 숙박업소들은 지하철 침수로 사망자가 발견된 정저우 기차역 인근 시안호텔 고속철역점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업주들은 1일 숙박비용으로 1500위안(약 27만원), 1688위안(약 30만원), 2888위안(약 52만원) 등으로 숙박 요금을 기습 인상했다. 수해 발생 이후 평소 가격보다 최대 10배 가량 가격이 치솟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숙박업체 상술에 정저우시 시장감독국 법집행부처는 "해당 신고 내용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논란이 된 호텔들에 대해 '중화인민공화국가격법'에 따라 총 50만 위안(약 90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숙박 플랫폼의 이미지. 원 장관은 모텔비를 과도하게 올려받은 업주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폭우 속 숙박 비용을 올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8일 하룻밤 모텔 비용이 25만원과 30만원으로 책정된 모텔의 사진 두 장을 올리면서 "남의 어려움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행태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관계부처에 대책 마련과 피해보상을 적극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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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만들 사람이 없다①]글로벌 수주 1위…"9월 부족 인력만 1만명"
수정 2022.08.11 16:12입력 2022.08.11 07:40

글로벌 수주 세계 1위로 일감 물밀듯 쏟아져
반면 인력 부족 문제는 갈수록 심화
구조조정·저가경쟁 여파…하청 저임금 고착화
수주선배 생산 돌입하는 올해 하반기 부담 가중

편집자주한국 조선업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을 앞세워 글로벌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 하지만 긴 불황의 터널을 거치며 빠져나간 인력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일감이 있음에도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어 '호황 속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전·현 정부가 잇따라 조선 인력 양성책과 외국인 인력 수급 대책을 내놨지만 구조적 문제를 풀지 못하는 대책이라는 평가다. 수주 호황기라지만 적자 지속·출혈경쟁·저임금 등 조선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인재들이 조선업계를 외면하고, 건조 작업을 할 숙련 기능공들은 조선소에 일손이 모자란다는 소식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장기간 지속된 불황으로 조선업계는 다른 산업 현장과 비교해 처우가 나빠졌고, 불황·호황에 따른 온도 차가 커 고용 안정성까지 낮은 탓이다. 숙련된 근로자만 수급하면 되는 게 아니라 친환경 선박 기술과 설계 등 고급 인력 확보도 시급한 조선 산업의 문제를 어떻게 풀지 들여다봤다.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전 세계 수주 1위를 지켜냈지만 현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인력 태부족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당장 다음 달 9500명 이상의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업계 안팎에선 "배 만들 사람이 없는데 수주 1등 하면 뭐하나"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저임금 고착화가 인력 부족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수주 후 10개월에서 1년간의 선박 설계 작업을 끝내고 본격 생산에 돌입하는 올해 하반기에는 제조 현장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1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994만CGT(184척·46%)를 신규 수주하며 4년 만에 중국을 제쳤다. 7월에도 116만CGT(19척·55%)를 추가, 석 달 연속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사가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LNG 운반선 발주량이 급증세다. 올해 1~7월 글로벌 LNG 운반선 발주는 103척으로, 1년 만에 184% 늘었다. 발주 증가에 따라 선가도 20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선박 건조 가격을 지수화한 신조선가지수는 7월 기준 161.6포인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올랐다.


고부가 선박 발주가 늘고 선가도 오르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생산 인력이 부족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9월 6만336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현재 5만827명에 그쳐 9509명이 부족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6월 예상 부족 인력은 1만1099명으로 늘어난다.

조선업 불황이 본격화한 2015년 인력 구조조정 여파가 크다. 조선업 인력은 2014년 20만명대에서 지난해 9만명대로 7년 새 11만명(54%) 넘게 줄었다. 조대승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업황 악화 시기에 숙련공을 포함한 조선 인력이 어쩔 수 없이 건설업 등 다른 직종으로 대거 이동했고 그렇게 빠져나간 인력이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라며 "불황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조선업계 전반적으로 용접이나 쇠를 깎는 그라인딩, 선체 도장 등 새 인력에 대한 기술연수를 소홀했던 측면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라고 진단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노동 강도 대비 낮은 임금이다. 현대중공업 생산직군에서 근무하는 김모씨(50·울산)는 "30·40대 젊은 인력이 들어와도 위험하고 힘든 일을 버티지 못하고 돈 더 주는 건설 현장으로 간다"라며 "기술 축적이 되지 않아 숙련공이 떠난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조선업 현장 일당은 10만원 안팎으로, 18만~20만원 수준의 육상 플랜트나 타 제조업체보다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중국의 저가 공세와 국내 조선 3사 간 과도한 출혈경쟁의 결과가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소 하청업체 관계자는 "현장 인력 대부분은 최저임금이나 이보다 1000~2000원 높은 시급을 받고 일한다"라며 "20년 넘게 일해도 초보 인력과 임금이 비슷하기 때문에 임금 상승이 불투명한 조선업에 돌아올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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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만들 사람이 없다③]외국인 노동자로 인력난 푼다는 정부
수정 2022.08.11 13:46입력 2022.08.11 07:39

외국인 노동자 신속 입국 지원·쿼터 확대로 최대 9000명 추가 투입 계획
실효성 논란…'고강도 노동 대비 저임금' 근본 원인 외면한 단기대응 불과

편집자주한국 조선업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을 앞세워 글로벌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 하지만 긴 불황의 터널을 거치며 빠져나간 인력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일감이 있음에도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어 '호황 속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전·현 정부가 잇따라 조선 인력 양성책과 외국인 인력 수급 대책을 내놨지만 구조적 문제를 풀지 못하는 대책이라는 평가다. 수주 호황기라지만 적자 지속·출혈경쟁·저임금 등 조선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인재들이 조선업계를 외면하고, 건조 작업을 할 숙련 기능공들은 조선소에 일손이 모자란다는 소식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장기간 지속된 불황으로 조선업계는 다른 산업 현장에 비해 처우가 나빠졌고, 불황·호황에 따른 온도 차가 커 고용 안정성까지 낮은 탓이다. 숙련된 근로자만 수급하면 되는 게 아니라 친환경 선박 기술과 설계 등 고급 인력 확보도 시급한 조선 산업의 문제를 어떻게 풀지 들여다봤다.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정부가 조선업 인력난 타개를 위해 발표한 외국인 인력 확대 방안은 '고강도 노동 대비 낮은 임금'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받고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늘리면 임금 하향을 부추겨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우려가 크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부족 해소 대책 골자는 외국인 노동자의 신속한 입국 지원과 쿼터 확대다.


앞서 정부는 4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외국인 근로자의 신속 입국 추진하는 '구인난 해소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구인난 해소 지원 방안으로는 ▲외국 인력의 쿼터 확대 및 신속한 입국 지원 ▲구인·구직 연계 고용서비스 밀착 지원 ▲산업별 특화 맞춤형 지원 강화 등 크게 3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인력난이 심각한 조선업계의 경우 용접과 도장공 같은 전문인력 쿼터를 폐지하는 방식으로 전문인력 비자(E-7)를 개선한다. 내년에는 법무부와 논의해 비전문인력(E-9) 비자를 가진 노동자를 전문인력 비자로 전환하는 쿼터에 조선업 별도 쿼터를 신설키로 했다.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작업자가 용접 작업 등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내국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시범운영 중인 '조선업 특화 내일채움공제'도 확대한다. 수혜자 연령 상한을 기존 39살에서 45살로 올리고 대상 지역도 기존 4개 지역(울산·거제·영암·해남)에서 조선업 밀집 지역 전체로 넓히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최대 9000명의 외국인 기능 전문인력을 추가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로 모면하는 일시적인 방책이라는 것이다. 조선업계 인력유출의 근본적인 원인인 저임금과 하청구조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미룬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일부 해소는 되겠지만 해결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완벽한 방안은 자금을 투입해 국내 채용을 확대하는 것인데 이게 어려우니 우회적으로 값싼 외국인력 늘리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서도 조선업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국가별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임금 수준 등의 정보를 공유한다. 저임금·고위험 등 열악한 근로환경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노동자는 통상 하청업체와 5년 계약을 맺고 시작한다. 임금은 최저시급이다. 1년 치 수령액은 3000만원 수준. 현장에선 얼마 못 가 이탈자가 속출한다. 부산, 창원 등 조선소 인근 지역의 타 업종으로 넘어간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외국인 노동자들도 바보가 아니다”며 “돈 적게 주고 힘든 곳에서 일할지 돈 많이 주고 업무 강도 낮은 곳에서 일할지 고르라면 당연히 후자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날 경우 하청 근로자의 처우가 더 열악해지는 식의 악순환도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인력이 증가하면 저임금·고위험 노동환경이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외국인 기술인력 지원책을 펼친다 해도 이들에겐 숙련공이 돼야 할 동기가 불확실하다. 이김춘택 사무장은 “용접, 선체 도장 등의 기술을 열심히 익혀서 소위 A급 인력이 되더라도 자국엔 조선업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면 기술은 아무 쓸모없어진다”며 “숙련공이 된다 해도 임금 상승분이 크지 않아 조선업에 남아있을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청업체 경영진으로서도 부담이 발생한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 시 숙식 제공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데다 한국어 소통 능력 부족 문제도 감당해야 한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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