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 연령 만6세→만5세로
대치동 입시학원·영재센터 "추후 교육부 일정 확인, 조정 불가피"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골자로 하는 정부 학제 개편안에 대치동 학원가가 술렁이고 있다.
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들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과 관련해 최근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치동 소재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교육부가 전체 연령을 앞당기게 되면 유치원생들과 초등학교 1학년생 반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초등학교 2학년생부터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돼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후 학부모들을 통해 수요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수 정예와 영재센터 역시 분주한 모양새다. 대치동에 위치한 영재센터는 "현채는 초등학교 4학년 과정까지 선행학습을 마친 초등학생에 한해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서도 "교육부가 시범교육을 실시하거나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반을 일부 조정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부정 여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2023년 학제 개편시안을 마련하고, 2024년 확정해 2025년부터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는 김경희씨(38·가명)는 "생일이 빨라서 학교에 빨리 들어갔는데, 1년 차이가 어마어마했다"며 "영재가 아닌 이상 학습성, 사회성, 학교 규칙 등 모든 면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종로 소재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민희씨(34·가명)는 "공교육은 어린이집처럼 종일반 운영도 하지 않는데, 맞벌이부부한테는 너무 가혹한 정책"이라며 "방과 후 돌봄 등 다른 정책도 함께 뒤따라줘야 부작용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거주하는 서주희씨(40·가명)는 "8살 딸이 현재 수학, 영어, 논술학원 등 세 곳을 다니고 있다"며 "입학 연령을 낮추면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서 입학시키기 위해 안달 날 것이며, 조기교육 과열 조짐은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세종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심연희씨(37·가명)씨도 "조기교육만 빨라지고 사교육만 더 늘어날 뿐"이라며 "결국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지면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이고 국가 전체에 악영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원들은 초등 1학년 부적응 학생이 발생하고, 교육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초등학교 교사로 41년 근무하다 퇴직한 심현희씨(65)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조기입학을 허용한다고 해서 학교장 재량으로 입학을 허용했으나 조기입학한 아이들이 잘 적응하지 못해 시행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교육과정, 수업시수 조정 등이 안 된 상태에서 아이들의 입학을 허용할 경우 교육 현장에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교사로 41년 재직한 장규영씨(66)는 "순차적으로 적극 권장한 후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시행해야 한다"며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처럼 몇 년 안에 바뀌고 변화되는 것이 아니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교육걱정없는 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사립유치원연합회 등 36개 단체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학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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