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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경제학⑥]상추는 말라죽고 사료 안먹는 소·돼지…인플레 부추기는 폭염

수정 2022.07.29 08:21입력 2022.07.29 06:10


[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 전남 남원에서 엽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60대 농부 김병률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폭염에 2018년 악몽부터 떠올랐다. 역대급 불볕더위로 농사가 그야말로 폭삭 망해 가져다 팔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폭염일수는 35일로 근 10년래 가장 오랫동안, 무더운 해였다. 올해는 그때보다는 덜하지만 상황이 썩 나아진 것은 아니다. 폭염은 이제 일상이 됐다. 김씨는 "올해는 봄 가뭄에, 여름 폭염이 겹치면서 작황이 엉망"이라며 "열에 취약한 상추는 타버리고 고추는 말라 죽고 옥수수도 생장기에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복숭아는 상품 가치가 뚝 떨어져 B급은 투매 현상이 벌어지고 물량이 없는 A급은 가격이 폭등한 상태라고도 전했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하는 김씨는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엽채류와 과수류는 대부분 가격이 2~3배 이상 올랐다"고 했다. <관련기사> '폭염의 경제학'


가뭄에 이은 폭염이 ‘밥상물가’를 또 자극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력 저하는 농가의 생존을 위협하고 만성적인 수급 불균형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상수로 자리 잡았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5일 현재 적상추(4kg) 도매 가격은 4만2160원으로 평년(2만9961원) 대비 40.7% 올랐다. 특용작물 중 느타리버섯(2kg)은 1만7975원으로 1년 전(7274원)보다 147%나 급등했다. 돼지고기 가격은 평년보다 높은 kg당 5000~600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농식품과 축산물 가격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이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곡물 파동으로 사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게 1차적 이유다. 정부가 사료비 지원에 나섰지만 생산비용을 감당하기 힘겨운 수준이라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여기에 봄 가뭄이 심해 타격을 입은 데 폭염까지 겹치면서 추가 피해를 입었다.

식량작물 중 감자의 경우 7월 이른 폭염 속에 종종 비가 내리면서 최악의 고온 다습 조건을 맞았다. 불가피한 병해 발생이 늘어 가격이 최소 두 배 이상 올랐다. 참깨와 땅콩도 고온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분 부족으로 각종 병충해를 입었다. 채소류는 강한 햇볕에 노출되면 뿌리 기능이 약화해 잎의 끝이 썩거나 말라 죽는 ‘팁 번(tip burn)’ 현상을 피해갈 수가 없다.


축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고온 스트레스로 소나 돼지, 닭이 사료 섭취를 거부하고 소화율도 떨어져 발육이 나빠진다. 이는 산유량이나 산란율 감소로 이어져 가격 인상 요인이 된다. 폭염이 극심해지면 번식 장애는 물론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가축이 폐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북 익산에서 축산업을 하는 이만송씨는 "영양소 보충제를 곁들여 겨우 사료를 밀어넣다시피 한다"면서 "축사 내 적정 열량지수를 유지하기 위해 지붕에 물을 수시로 뿌려도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올해는 7월 27일 현재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가 총 7일로, 근 10년래 9위권에 머물러 있으나 8월 통계를 합산하면 2018년(35일)이나 2016년(24일), 2021년(18일)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7~8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50%로 관측됐다. 2012~2021년 평균 폭염일수는 14.6일로 연대별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폭염 시작일도 1990년대는 7월 11일, 2000년대는 7월 7일, 2010년대는 7월 2일로 발생일이 빨라지고 있다. 여름 기간 자체도 최근 30년이 117일로, 과거 30년(98일) 대비 19일 길어졌다.


박승무 농촌진흥청 농업기상환경팀장은 "미래 중반기와 후반기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현재 대비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9~6.3℃,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1.6~2.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양과 질 측면에서 농작물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폭염이 여름철 식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추석 등 가을철 물가에도 연쇄 충격을 주는 것으로 판단하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폭염 장기화 연도의 7~8월 물가 상승률이 연평균 물가 상승률보다 0.6%포인트 높았고 특히 농축수산물의 경우 평균 대비 3.8%포인트 높았다는 통계청 통계를 인용했다.



폭염을 딛고 사계절 내내 상추 같은 엽채류를 재배하는 ‘스마트’한 농가도 있다. 지난 25일 전북 김제 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 만난 류희경 그린바이트 대표는 "작물도 생명체라서 생체리듬이 있는데 이상기후는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면서 "우리의 경우 수경 재배로 온실 내 최고 기온을 32~34도로 유지하면서 5.5주를 1작기로 상추를 재배해 중간 유통상에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스마트팜이 많아질수록 궁극적으로는 시장 단가의 안정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농업 강국 네덜란드처럼 우리나라도 스마트팜으로의 전환은 가야 할 길이나 아직 갈 길이 먼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제시가 관할하는 이곳 스마트팜 농장은 엽채소와 딸기 등 저온작물을 재배하는 복합동과 파프리카, 토마토, 오이 등을 키우는 과채동 등 총 10호로 꾸려졌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라임라이트]투항한 일본장수의 ‘義’…혼돈을 눈빛으로 말하다
수정 2022.07.29 11:07입력 2022.07.29 11:07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준사役 배우 김성규
항왜 정체성 변화가 ‘義’ 찾아가는 과정으로…



조선 시대에 투항한 일본인을 항왜(降倭)라고 한다. 임진왜란 시기에 크게 늘었다. 왜군과 싸울 아군으로 주목받았고, 상당수는 조선에 남아 삶을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학술지 <지역과 역사>에는 ‘임진왜란과 민족 구성원의 확대’라는 글이 실렸다. 저자인 허준 연세대 글로벌한국학연구소 교수는 "항왜의 조선 정착 과정은 한 공동체가 ‘타자’의 유입에 대응, 수용하는 대표인 일례로서 전근대 사회의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의 자기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썼다. 뒤집어 보면 외부 구성원이 새로운 공동체에 흡수돼 연대감이 강화되는 일면 또한 비슷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항왜의 투항은 전쟁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한 일탈로 보기 어렵다. 대부분이 다시 전투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전황의 불리라는 외부적 요소가 작용한 결과로 보기에도 불충분하다. 대표적인 인물인 사야가의 경우 조선군이 불리한 상황에서 밀양부사 박진에게 투항했다. 다른 여타 전쟁에서 이뤄진 항복과 구별되는 특이한 성격의 귀복이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김한민 감독은 한산도대첩을 조명하며 이 점에 주목했다. 정체성의 변화를 ‘의(義)’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다뤄 전쟁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했다.


막중한 임무는 배우 김성규가 그린 준사가 짊어진다. 사천에서 조선 수군에 패해 포로가 되는 배역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결연한 태도로 일관한다. 이순신(박해일)은 "목숨을 거두지 마라. 분명 다른 뜻이 있는 자다"라며 살려준다. 준사는 진저리를 치며 묻는다. "대체 이 전쟁은 무엇입니까?" "의와 불의의 싸움이지."

의(義)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지키고 행하여야 할 바른 도리 또는 사람이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할 도덕적 의리다. 김성규는 신물이 난 듯한 목소리로 애초 준사가 불의와 거리가 먼 인간임을 표현한다. 전사(前史)를 늘어놓을 필요가 없을 만큼 함축적이고 상징적이다. 다리를 질질 끌려가며 옥에 투옥되는 모습을 본 부하들이 근심하고 염려해 평소 인간 상호 간의 참다운 사귐을 중요시한 인물로 각인된다.




준사가 생각하는 의는 무엇일까. 아시아경제를 만난 김성규는 "시나리오를 읽고 인간의 죽음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참전이 본인의 선택이었을지라도 대부분은 흥분된 분위기에 휩쓸렸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준사가 무엇을 위해 이토록 처절하게 싸우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했다. 그렇게 답을 찾아가다 보면 의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준사는 목적은 분명하나 구조상 표현에 어려움이 많은 배역이다. 양 진영을 오가지만 대사가 많지 않고 부각이 되는 장면도 손에 꼽힌다. 준사의 시선으로 임진왜란 형국을 보여주며 보편타당한 정의를 내리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김성규는 그 안에서 말에 무게 두고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길에 무사히 안착한다. 그는 "이순신과의 대화 등이 많지 않지만 준사의 성숙해가는 모습이 또 다른 이순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당시 항왜가 꽤 많았다고 한다. 하나같이 전란 속에서 수많은 죽음을 안고 살아갔을 듯싶더라. 그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연기한다면 처참한 광경과 한데 묶여 도리가 강조될 것 같았다."


자신감의 근원은 그늘이 깃든 특유의 눈빛이다. 드라마 ‘킹덤’, 영화 ‘범죄도시’ 등에서 맹수처럼 번쩍 빛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불안한 기운을 내곤 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도 배역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번 영화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영화의 주제 의식까지 가리켰다. 겉보기에는 무난하게 관통하나 구조상 연대감이 강화되는 과정 등이 생략돼 아쉬운 면도 적잖다. 김성규도 자각하는 듯했다.


"위태로운 상황에 계속 놓이는데, 갈수록 책임은 커지는 듯하다. 더 많이 공부하고 연마해야겠지만 표현할 기회가 조금 더 많아지길 희망한다. 준사의 다른 면면도 분명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을 테니."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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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싸움에 '일본' 등 터진다?…"대만 문제에 日 위험 처할수도"
수정 2022.07.29 09:52입력 2022.07.29 08:13
군사적 충돌 발생할 경우 美 지원 불가피
"충돌 대비에 앞서 소통지원·긴장완화 중재해야"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 간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뜻하지 않게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SCMP는 외교 관측통의 발언을 인용해 "안보를 유지하는 것은 이 지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의 공통 관심사이지만, 일본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정면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아시아·일본 정치을 연구하는 국제관계 전문가인 사사키 후미코는 "일본은 대만해협 문제가 발생하면 미국 편을 드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서 "대만해협 비상사태에 미국과 협력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 몽 일본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부교수는 일본이 지난 수십년 동안 대만문제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으나, 우발적 문제와 갈등을 다를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사키 연구원은 일본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그는 "가장 중요한 준비는 중국과 미국 간 소통을 지원하고, 역내 두 강대국 간의 긴장을 완화해 우발 상황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는 "일본의 목표는 분명하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 개선을 포함한 아시아의 안정"이라면서 "일본은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기 전에 충돌을 피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도 "대만해협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에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필수 요소로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치권을 가진 독립적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성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6일에도 펠로시 의장의 방문 계획을 대만 독립 지지를 위한 것으로 보고 "대만을 방문할 경우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면서 "강력한 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다음달 대만과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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