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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투항한 일본장수의 ‘義’…혼돈을 눈빛으로 말하다

수정 2022.07.29 11:07입력 2022.07.29 11:07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준사役 배우 김성규
항왜 정체성 변화가 ‘義’ 찾아가는 과정으로…



조선 시대에 투항한 일본인을 항왜(降倭)라고 한다. 임진왜란 시기에 크게 늘었다. 왜군과 싸울 아군으로 주목받았고, 상당수는 조선에 남아 삶을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학술지 <지역과 역사>에는 ‘임진왜란과 민족 구성원의 확대’라는 글이 실렸다. 저자인 허준 연세대 글로벌한국학연구소 교수는 "항왜의 조선 정착 과정은 한 공동체가 ‘타자’의 유입에 대응, 수용하는 대표인 일례로서 전근대 사회의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의 자기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썼다. 뒤집어 보면 외부 구성원이 새로운 공동체에 흡수돼 연대감이 강화되는 일면 또한 비슷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항왜의 투항은 전쟁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한 일탈로 보기 어렵다. 대부분이 다시 전투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전황의 불리라는 외부적 요소가 작용한 결과로 보기에도 불충분하다. 대표적인 인물인 사야가의 경우 조선군이 불리한 상황에서 밀양부사 박진에게 투항했다. 다른 여타 전쟁에서 이뤄진 항복과 구별되는 특이한 성격의 귀복이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김한민 감독은 한산도대첩을 조명하며 이 점에 주목했다. 정체성의 변화를 ‘의(義)’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다뤄 전쟁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했다.


막중한 임무는 배우 김성규가 그린 준사가 짊어진다. 사천에서 조선 수군에 패해 포로가 되는 배역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결연한 태도로 일관한다. 이순신(박해일)은 "목숨을 거두지 마라. 분명 다른 뜻이 있는 자다"라며 살려준다. 준사는 진저리를 치며 묻는다. "대체 이 전쟁은 무엇입니까?" "의와 불의의 싸움이지."

의(義)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지키고 행하여야 할 바른 도리 또는 사람이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할 도덕적 의리다. 김성규는 신물이 난 듯한 목소리로 애초 준사가 불의와 거리가 먼 인간임을 표현한다. 전사(前史)를 늘어놓을 필요가 없을 만큼 함축적이고 상징적이다. 다리를 질질 끌려가며 옥에 투옥되는 모습을 본 부하들이 근심하고 염려해 평소 인간 상호 간의 참다운 사귐을 중요시한 인물로 각인된다.




준사가 생각하는 의는 무엇일까. 아시아경제를 만난 김성규는 "시나리오를 읽고 인간의 죽음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참전이 본인의 선택이었을지라도 대부분은 흥분된 분위기에 휩쓸렸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준사가 무엇을 위해 이토록 처절하게 싸우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했다. 그렇게 답을 찾아가다 보면 의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준사는 목적은 분명하나 구조상 표현에 어려움이 많은 배역이다. 양 진영을 오가지만 대사가 많지 않고 부각이 되는 장면도 손에 꼽힌다. 준사의 시선으로 임진왜란 형국을 보여주며 보편타당한 정의를 내리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김성규는 그 안에서 말에 무게 두고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길에 무사히 안착한다. 그는 "이순신과의 대화 등이 많지 않지만 준사의 성숙해가는 모습이 또 다른 이순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당시 항왜가 꽤 많았다고 한다. 하나같이 전란 속에서 수많은 죽음을 안고 살아갔을 듯싶더라. 그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연기한다면 처참한 광경과 한데 묶여 도리가 강조될 것 같았다."


자신감의 근원은 그늘이 깃든 특유의 눈빛이다. 드라마 ‘킹덤’, 영화 ‘범죄도시’ 등에서 맹수처럼 번쩍 빛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불안한 기운을 내곤 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도 배역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번 영화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영화의 주제 의식까지 가리켰다. 겉보기에는 무난하게 관통하나 구조상 연대감이 강화되는 과정 등이 생략돼 아쉬운 면도 적잖다. 김성규도 자각하는 듯했다.


"위태로운 상황에 계속 놓이는데, 갈수록 책임은 커지는 듯하다. 더 많이 공부하고 연마해야겠지만 표현할 기회가 조금 더 많아지길 희망한다. 준사의 다른 면면도 분명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을 테니."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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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싸움에 '일본' 등 터진다?…"대만 문제에 日 위험 처할수도"
수정 2022.07.29 09:52입력 2022.07.29 08:13
군사적 충돌 발생할 경우 美 지원 불가피
"충돌 대비에 앞서 소통지원·긴장완화 중재해야"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 간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뜻하지 않게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SCMP는 외교 관측통의 발언을 인용해 "안보를 유지하는 것은 이 지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의 공통 관심사이지만, 일본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정면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아시아·일본 정치을 연구하는 국제관계 전문가인 사사키 후미코는 "일본은 대만해협 문제가 발생하면 미국 편을 드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서 "대만해협 비상사태에 미국과 협력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 몽 일본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부교수는 일본이 지난 수십년 동안 대만문제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으나, 우발적 문제와 갈등을 다를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사키 연구원은 일본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그는 "가장 중요한 준비는 중국과 미국 간 소통을 지원하고, 역내 두 강대국 간의 긴장을 완화해 우발 상황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는 "일본의 목표는 분명하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 개선을 포함한 아시아의 안정"이라면서 "일본은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기 전에 충돌을 피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도 "대만해협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에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필수 요소로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치권을 가진 독립적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성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6일에도 펠로시 의장의 방문 계획을 대만 독립 지지를 위한 것으로 보고 "대만을 방문할 경우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면서 "강력한 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다음달 대만과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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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7살부터 간다…교육부, 취학연령 하향·유보통합 추진
수정 2022.07.29 18:27입력 2022.07.29 16:44

교육부 업무보고, 2025년부터 취학연령 1년 하향 조정
출생월별 25%씩 순차 입학…국교위 통해 최종안 도출
유보통합 본격 추진…교육 중심 유치원·어린이집 일원화
자사고 존치·외고 폐지하는 '고교교육체제 개편' 연말까지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2025년부터 1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2018년생들이 7살이 되는 해에는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게 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단계를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추진하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존치시키기로 했다.


29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같은 내용의 새 정부 업무보고를 실시했다. 주요 내용은 취학 연령 하향과 유보통합, 자사고 존치 등을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 등이다.


2019년생부터 7살에 학교간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을 추진한다. 2025년부터 7세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초·중·고등학교를 6-3-3제로 운영하는 틀은 유지하되 입학하는 시기만 조정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만 5세 전면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 공약이 초등 입학 연령을 하향하는 학제개편으로 발전한 것이다. 교육부는 학제를 줄이기보다는 현행 12년 체제를 유지하되 앞당기는 방법이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방안이라는 시각이다.


2025년에는 2018년 1월~2019년 4월생,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까지 입학하게 된다.

교육부는 2022년 말까지 학제개편 시안을 마련해 2024년부터 희망하는 지역부터 시범 사업을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앞서 대국민 토론회와 공청회, 전문가 의견 수렴과 학제개편을 위한 교원·시설 등 교육 인프라를 분석하고 추후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역이나 가정여건으로 발생하는 교육격차를 조기에 국가가 책임지고 해소하기 위해 취학연령 하향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1년부터 국가가 책임지는 의무교육 기간을 앞당기고, 향후 국가교육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 것"이라며 "공간과 교원 등의 문제가 있어 일괄 시행하지 않고 4년에 걸쳐서 25%씩 확대하려는 것이다. 줄어드는 학생 수와 남아있는 공간을 고려해 25%씩 늘린다면 현재 시설에서도 수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취학 연령 하향 조정은 교수학습 방법 개선과 아이들의 성숙도 등을 감안해 이뤄진 것으로, 학제를 늘리기보다는 1년 앞당기는 안이 최선이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이 방안이 안착되면 만 17세부터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


박 부총리는 "당초 2년 앞당기는 것이 목표였지만 사회적인 쟁점 등을 고려해 1년 앞당기는 것으로 조정했다. 글로벌 추이를 보면 4~5세부터 의무교육을 시작하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교수 학습 방법과 교육 전달 체계가 개선된데다 아이들의 성숙도도 과거에 비해 빨라졌다"며 "기존 입학연령을 유지하되 1년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12년의 학제를 늘리기보다는 1년을 앞당기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유보통합 추진단 꾸린다…보육 업무도 교육부 이관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제공되는 교육·돌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유보통합을 추진한다. 교육을 중심으로 유치원-어린이집 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해 유보통합추진단을 8월 중 꾸리기로 했다. 기존 보육비용 재원을 교육부가 이관받고 추가 소요비용은 교부금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에서 이원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교사 자격과 처우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차이가 크다. 우선 어린이집은 전문대 뿐 아니라 평생교육시설 등에서 ‘학점이수’만 하면 교사로 근무할 수 있으나 유치원 교사는 3·4년제 유아교육과를 졸업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이같은 교사 처우나 자격증 통합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에 교육부는 교사·교육과정을 개선하고 0~2세 교육 지원 강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박 부총리는 "현재 보육 재원으로 10조원, 유아교육 재원은 5조원 규모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와도 논의해야하는 사항이지만 주체가 누가 되더라도 유보통합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교육으로 사회적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업무를) 교육부로 가져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자사고 존치, 외고는 폐지…고교체제개편 연말까지 마련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존치하되 외고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고교체제도 개편한다. 기존 자사고 제도는 존치하되 부실한 자사고는 정비한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교체제개편 세부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중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2025년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교과특성화학교를 운영하고, 온라인 학교 등을 신설해 강의를 공유할 수 있도록 교육역량을 높이기로 했다.


2025년부터 시행되는 '2022 개정교육과정'과 2028년부터 적용되는 '대입제도 개편'에 앞서 국민 의견도 수렴한다. 학생과 학부모 2만명을 대상으로 대입정책 관련 인식과 향후 대입개편 방향에 대한 수요조사도 9월부터 실시한다.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은 2023년 상반기 중 마련해 2024년 2월에 최종 확정한다.


박 부총리는 "외고는 폐지 또는 일반고에서 특수교과목을 정해서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시도교육청, 학부모 등과 논의를 거쳐 시행하되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관련 학부모와 학생 대상으로 대규모 수요조사를 실시할 것이다. 현 제도를 선호한다면 이 부분도 정책에 반영하고자 한다" 고 말했다.


경영난을 겪는 대학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구조개선을 위한 적립금 사용과 재산 처분규제 특례를 인정하고, 유연한 학교 통폐합도 지원한다. 사립대 구조개선 특별법을 제정하고, 고등교육 마스터플랜을 연말까지 마련하는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회생이 불가능한 한계대학은 지역공공기관(공익·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박 부총리는 "전문대 12곳, 4년제 18개 대학이 한계대학 범주에 포함되는데 청산 관련 규제를 풀고 법인으로 전환해서 복지시설이나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분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교원 인건비 체불 등을 정상화할 수 있는 한계대학에 대해서는 지원방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5년간 100만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수준별로 고급 7만, 중급인재 72만, 초급 21만명을 육성한다. 디지털 분야 석·박사 선도인력을 위한 대학원 교육연구단과 특성화 대학원을 확대하고 디지털 혁신공유대학 8개, 산학연협력 선도대학을 135개교까지 지정한다. 초·중등 정보수업을 2배 확대하고 코딩교육 필수화도 추진한다. 대통령 주재 인재양성전략회의를 통해 산업계와 교육기관, 정부가 함꼐 인력수급과 양성 전략 등을 논의한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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