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이 뭐길래… 담배 사러 갔다가 말다툼
'모욕' 혐의 70대 노인, 1심 벌금 50만원에 항소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저도 사회적으로 사람들한테 존경도 받고, 부하직원도 거느려보고 살았습니다. 그 순간엔 펄쩍펄쩍 뛰겠더라고요. 여러모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만, 제 '심정'도 참작해주십시오."(피고인)
70세 노인 A씨가 법정에 섰다. 그는 2020년 11월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 B씨(당시 24·여)에게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는 담배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섰고, B씨에게 제품 이름만 짧게 말했다. 그러자 B씨는 "2만원"이라고만 답했다.
A씨는 "어디다 대고 반말이냐"며 "내가 너희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다"고 따졌다. B씨는 "네가 먼저 반말했잖아"라고 응수했다. "야 이 XX야! 돼먹지 못한 XX야!" 격분한 A씨의 욕설이 이어졌고, B씨는 경찰을 불렀다. 검찰은 A씨를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 측은 법정에서 "(욕설 당시) '공연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 있어야 성립될 수 있는데, 욕설 당시 현장엔 A씨와 B씨 둘 뿐이었단 취지다. A씨의 발언은 B씨가 먼저 동기를 유발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모욕적 언사에 해당될 수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지난 1심은 A씨에게 벌금 50만원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존중받기 위해선, 피고인도 피해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나이가 훨씬 많다는 이유로 반말을 한다거나, 반말에 반말로 응대했다고 폭언에 가까운 말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것은 건전한 사회 통념상 당연히 허용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고 질책했다.
또한 "편의점 내부에 손님 1명이 있었고, 편의점 출입문 바로 앞에 어린이 2명이 내부를 쳐다보고 있었다"며 공연성이 성립된다고 봤고, A씨의 발언으로 B씨가 모욕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약 1년 만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양경승) 심리로 2심 재판이 열렸다.
A씨의 변호인은 "편의점 내부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것은 피고인의 욕설이 끝난 뒤였고, 아이들이 밖에 있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설사 공연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B씨가 어른에게 반말을 하는 것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격한 표현인 만큼 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그 애가 (욕설을 듣고) 112신고를 하길래 제가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고 푸념을 했습니다"라면서 "'아저씨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면, 저도 '아이고, 미안하다'라며 언행을 고쳤을 겁니다"라고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장 CCTV를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선고기일을 내달 25일로 잡았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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