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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 응대한 20대 편의점 알바에 욕설한 70대 노인 [서초동 법썰]

수정 2022.07.20 08:49입력 2022.07.19 11:03

반말이 뭐길래… 담배 사러 갔다가 말다툼
'모욕' 혐의 70대 노인, 1심 벌금 50만원에 항소

담배를 사러 편의점을 찾은 노인이 아르바이트 직원과 '반말' 시비가 붙어 욕설을 했다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저도 사회적으로 사람들한테 존경도 받고, 부하직원도 거느려보고 살았습니다. 그 순간엔 펄쩍펄쩍 뛰겠더라고요. 여러모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만, 제 '심정'도 참작해주십시오."(피고인)


70세 노인 A씨가 법정에 섰다. 그는 2020년 11월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 B씨(당시 24·여)에게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는 담배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섰고, B씨에게 제품 이름만 짧게 말했다. 그러자 B씨는 "2만원"이라고만 답했다.


A씨는 "어디다 대고 반말이냐"며 "내가 너희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다"고 따졌다. B씨는 "네가 먼저 반말했잖아"라고 응수했다. "야 이 XX야! 돼먹지 못한 XX야!" 격분한 A씨의 욕설이 이어졌고, B씨는 경찰을 불렀다. 검찰은 A씨를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 측은 법정에서 "(욕설 당시) '공연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 있어야 성립될 수 있는데, 욕설 당시 현장엔 A씨와 B씨 둘 뿐이었단 취지다. A씨의 발언은 B씨가 먼저 동기를 유발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모욕적 언사에 해당될 수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지난 1심은 A씨에게 벌금 50만원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존중받기 위해선, 피고인도 피해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나이가 훨씬 많다는 이유로 반말을 한다거나, 반말에 반말로 응대했다고 폭언에 가까운 말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것은 건전한 사회 통념상 당연히 허용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고 질책했다.


또한 "편의점 내부에 손님 1명이 있었고, 편의점 출입문 바로 앞에 어린이 2명이 내부를 쳐다보고 있었다"며 공연성이 성립된다고 봤고, A씨의 발언으로 B씨가 모욕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약 1년 만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양경승) 심리로 2심 재판이 열렸다.


A씨의 변호인은 "편의점 내부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것은 피고인의 욕설이 끝난 뒤였고, 아이들이 밖에 있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설사 공연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B씨가 어른에게 반말을 하는 것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격한 표현인 만큼 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그 애가 (욕설을 듣고) 112신고를 하길래 제가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고 푸념을 했습니다"라면서 "'아저씨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면, 저도 '아이고, 미안하다'라며 언행을 고쳤을 겁니다"라고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장 CCTV를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선고기일을 내달 25일로 잡았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코로나 걸렸는데 재택하라고"…6차 대유행에 직장인들 '울상'
수정 2022.07.19 14:11입력 2022.07.19 14:11

예상보다 빠른 코로나19 확산세
18일 신규 확진자 7만497명 …2주전 보다 4.11배↑
직장인들 "유급휴가 없어…아픈데도 재택해야"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우산을 들고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변이종이 잇따라 출몰하면서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직장인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아도 회사에서는 유급 휴가를 지급하기는커녕, 개인 연차 사용을 강요하거나 재택근무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18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7만497명으로 집계됐다. 1주일 전(11일·3만1805명) 동시간대 집계치와 비교하면 1.97배, 2주일 전(4일·1만7146명)보다는 4.11배 늘었다.


1주일 단위 더블링 현상(전주 대비 확진자가 2배가량 증가하는 것)이 이어진다면 오는 26일에는 19일(7만여명)의 2배인 14만명, 2주 뒤인 다음달 2일에는 26일(14만명)의 2배인 28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질병관리청은 9월 중순~10월 중순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최대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와 같은 증가 속도라면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중증 환자 수와 병상 가동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8일 0시 기준위중증 환자 수는 전날(71명)보다 10명 증가한 81명이다. 위중증 환자 수가 80명대로 올라온 것은 지난달 17일(82명) 이후 31일 만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가운데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아파도 쉴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3년차를 맞다 보니 계절 독감 수준의 질병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재택 치료 중에도 근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된 직장인 한모씨(25)는 "몸이 이상해서 자가검사키트를 해봤더니 양성이 떠서 진단소에 검사를 하러 갔다 왔다. 물론 연차를 썼다"며 "확진 이후 회사에 알리니 유급 휴가는 없고, 재택근무를 하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한씨는 "어쩔 수 없이 아픈 와중에 재택근무를 했다"며 "열·기침이 나오고 어지럼증도 심해서 앉아있는 게 힘들었다. 체력이 좀 떨어진 상태라 집중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강제 연차 사용 대신 재택근무를 하게 해줘서 다행이긴 한데 아픈데도 일을 해야하니까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으로 직장인 확진자가 늘어났지만 직장 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은 올해 1월부터 3월20일까지 부당처우 제보 19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급휴직과 연차휴가 강요 ▲임금삭감과 휴가권 박탈 ▲권고사직·해고 등의 사례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코로나19 유급휴가비를 줄인 것도 문제다. 이미 지급일(최대 7일→5일)과 금액(7만3000원→4만5000원)이 줄은 상황인데, 지난 11일부터는 지원 대상까지 축소했다. 종전 모든 중소기업에 지원하던 유급휴가비를 종사자 수 30인 미만 기업으로 한정하면서 중소기업 종사자의 75.3%만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생활지원금 역시 소득 하위 절반에만 지급한다.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일 경우에만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2022년 기준중위소득은 1인 가구 194만4812원, 4인 가구 512만1080원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73,582명 발생하며 83일만에 최다를 기록한 19일 서울 송파구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코로나19는 국가에 닥친 재난"이라며 "국가 재난이 발생했을 땐 국가가 나서서 책임지고,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백신의 경우, 무료 제공으로 백신 접종률을 빠르게 끌어 올렸다. 국가가 백신을 전면 부담했기 때문에 방역에 도움이 된 것"이라며 "하지만 그 외 모든 코로나19 관련한 책임을 개인으로 떠넘긴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유사 증상이 있어도 일을 하러 가는 사람이 생기면서 코로나 확산을 부추긴 부분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확산을 막기 위해선 국가가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다"며 "백신 접종, 유전자증폭(PCR) 검사, 격리 등에 필요한 휴가가 있는데, 격리 휴가만 지원하더니 최근에는 이것마저도 깎았다. 모든 비용 책임을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코로나19 관련 지원과 혜택을 축소할 게 아니라 유럽의 사례처럼 보상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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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폭염에 코로나까지…요즘 손님 정말 없어요." [폭염의 두 얼굴]
수정 2022.07.19 07:59입력 2022.07.19 07:30

대표 비수기 맞은 전통시장
상인도 고객도 연신 손부채질
코로나에 폭염 겹쳐 울상
"여름 장사, 너무 힘들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 무더위에 시민 발길이 뜸하다.

"떨이요, 떨이. 자두 한 바구니 3000원에 가져가세요."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 남은 자두 가격을 한 바구니에 3000원까지 내린 청과물 가게 상인이 연신 '떨이'를 외쳤으나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의 시선은 이곳에 길게 머물지 않았다. 이들은 "너무 덥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30도가 넘었다.


냉방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전통시장의 특성상 여름은 대표적인 '전통시장 비수기'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까지 겹쳐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이곳 상인들은 말한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간인 오후 3시께엔 다진마늘을 사러 온 고객 두 명을 제외하고는 시장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인들도 더위 때문에 가게 밖으로 나와서 호객행위를 하기 보다는 각자 가게 안 선풍기 앞에 있거나,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꽈배기집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여름철이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올해는 사람이 정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다시 심해지는 상황에서 폭염이 겹쳐 손님 발걸음이 더욱 줄었다"며 "원래는 밤 10시까지 장사했는데 요즘에는 7시면 닫는다"고 설명했다. 꽈배기를 사러 온 다른 손님도 "너무 덥다. 불 앞에 있는 사장님은 더 고생하시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시장 한켠에서 좌판을 운영하는 60대 강모씨도 "여름 장사는 정말 힘들다. 더워서 장사는 안 되고 야채는 더 빨리 시든다"고 푸념했다.

앞서 초복 대목을 앞둔 지난 15일 찾은 마포구 망원시장의 분위기는 이보다는 활기찼다. 시장 내엔 비바람을 막아주는 차양이 드리웠고, 천장에서 물을 분사해 후끈한 열기를 식혀주면서 삼계탕 재료 등을 사러 온 이들의 땀을 식혔다. 다만 시장까지 오가는 길, 시민들의 이마엔 이미 땀이 맺혔다. 내리쬐는 햇볕에 아스팔트 열기가 더해져 체감온도를 쭉쭉 올리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양산을 쓰고 연신 손부채질을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30대 권모씨는 "근처 볼일이 있어 온 김에 주말 먹거리를 사러 왔다"며 "손두부 맛집에서 두부도 사고, 군것질도 할 수 있는 전통시장 장보기를 즐겨하지만 한여름엔 엄두가 안난다. 이 앞은 교통체증도 심해 차는 가지고 오지 않고, 더울 땐 들르더라도 필요한 것만 후딱 사서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초복을 앞둔 지난 15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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