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현대차, 차량가격 올려
원재료가 급등에 차값 곧바로 반영
공급〈수요 지속…제작사 우위
물가·침체 우려 커져 수요 빙하기
금리·전기료까지 올라 소비자부담↑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메이커 테슬라가 국내 판매가격을 또 올렸다. 앞서 인상한 지 한달여 만이다.
16일 테슬라 코리아 홈페이지를 보면, 모델3 롱레인지는 8469만7000원으로 직전에 견줘 118만원 올랐다. 기본형인 후륜구동(7034만원)과 고성능 퍼포먼스(9417만5000원) 모델은 지난달 하순 한 번 오른 뒤 이번엔 변동이 없다.
테슬라의 보급형 차종인 모델3의 경우 올해 초와 비교하면 1500만원 가까이 인상됐다. 반년 남짓한 기간 만에 가만히 앉아서 경차 한 대 값을 더 얹은 셈이다.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현대차 아이오닉5도 연식변경 모델을 거치며 430만원(기본형은 310만원) 올랐다. 여기에 차량 구매 시 고르는 주요 사양별로 수십만원씩 인상돼 실제로 구매자가 부담할 금액은 500만~600만원씩 올랐다.
아이오닉5는 지금 주문해도 1년 이상 기다리는 차다. 아직 차량출고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예약고객은 기존의 대기순번을 그대로 이어가지 위해 오른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정도 차값은 부담된다면서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이가 여럿 보인다.
비싸진 건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다. 특히 전기차는 차량 성능과 직결된 배터리 단가가 높은 편인데, 배터리 소재원료 가운데 하나인 리튬은 1년 전보다 5배 이상 비싸졌다. 니켈이나 코발트 값도 많이 비싸졌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배터리 수요가 많아진 영향이다.
코로나19 이후 부품난에 따른 생산차질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점도 가격상승을 부채질한다. 생산차질이 한 두 업체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자동차회사에 한꺼번에 불어닥친 탓에, 시장에서 필요한 것보다 공급량이 훨씬 부족한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됐다.
차량공급이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비싸게 내놔도 살 사람은 산다는 인식이 번져 있다. 신형 전기차를 내놓으면서도 메이커가 가격을 올리는 데 부담이 적은 배경이다.
통상 신차개발에 4, 5년이 걸리고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대차는 전기차가 수익을 내는 시점이 올해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회사 안팎에서 꾸준히 불거지고 있다. 판매전략을 짜는 데 유리한 여건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는 얘기다. 비싼 차가 짧은 시간 안에 자리 잡은 건 신차 한 대당 1000만원을 훌쩍 넘기는 보조금 힘도 컸다.
앞으로 시장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일단 가파른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신차 가격이 부담스러워진 상황에서 할부금리도 올 초에 비해 1%포인트 안팎 인상됐다. 오르는 건 차값만이 아니다. 충전요금 특례할인이 폐지, 인상과 다름없는 효과를 냈다. 전기차 이용자 사이에서는 이달 들어 충전요금을 대폭 올린 한 사업자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태다.
반도체 등 부품난 여파는 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시장을 지탱해온 수요까지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적자생존 시기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풍부한 자금이 몰리면서 전기차 개발경쟁이 우후죽순 난립했는데, 이제는 뒤처지거나 낙오되는 곳이 선명히 드러날 것이란 얘기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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