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비 못 받아 멈추는 인천 자기부상열차
10년째 적자 개선 요원한 부산김해경전철
사업자 파산 후 극적 회생한 의정부경전철
인천 자기부상열차가 연말까지 운영 중단되면서 국내 경전철 사업의 현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3000억원 넘는 혈세가 투입된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14일부터 올해 말까지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한국 '경전철 잔혹사'가 하나 추가된 사례로 꼽힌다. 경전철은 지금까지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에 도입됐으나, 수요 감소·적자 누적 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열차 정비 불가…연말까지 멈춰선 인천 자기부상열차
인천국제공항공사(공사)가 운영하는 자기부상열차는 2016년 건설비 3150억원이 들었고 공항 1터미널과 인천 용유역을 연결해 출퇴근 직장인을 실어날랐다.
운행 정지 이유는 중정비 미흡 때문이다. 전동차는 철도안전법에 따라 매 3년 정기적인 중정비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사와 제작사 사이의 일정 협의 등 문제로 중정비가 지연됐고, 결국 공사는 열차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경전철이 봉착한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공개된 '자기부상철도 이용수요 예측과 실제 이용량 비교' 자료에 따르면, 당초 열차는 개통 직후 2만494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실제 이용실적은 예상치의 12% 수준에 불과한 2479명에 머물렀다.
지난 2016년 공개된 인천 자기부상열차의 당시 모습.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된 중저속·도시형 자기부상철도였다. / 사진=연합뉴스국정감사 당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열차를 조성할 때 수출과 확장을 계획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새로운 기술을 선도적으로 (인천 공항에) 적용하고 운영 기록을 쌓기 위해 도입한 건데, 파급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열차를 출퇴근 시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한 것도 이용객 급감으로 이어졌다. 2019년 4012명이었던 열차 일평균 이용객은 2년 뒤인 지난해 320명 수준으로 축소됐다.
◆개통 11년 맞이한 부산김해경전철…적자 개선은 요원
2011년 9월17일 개통한 뒤 11년째 운영 중인 부산김해경전철도 지자체 도움 없이는 홀로서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은 부산과 김해, 그 중간에 있는 김해공항을 이어준다. 개통 후 10년 누적 탑승객 수는 1억5800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역시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요다. 사업이 추진된 2004년 사업성 평가를 맡았던 교통개발연구원(현 한국교통연구원)은 이 경전철이 개통 첫해에만 일평균 승객이 17만6358명에 이르고 이후로도 계속 증가해 결과적으로 2040년에는 하루 34만225명이 경전철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부산김해경전철의 일평균 승객은 2019년 기준 5만631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유행 뒤인 지난해엔 승객 수가 훨씬 급감해 3만4752명을 기록했다. 연구원의 같은 해 추정수요(27만2220명)에 13%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경전철 운영사는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부산과 김해공항, 김해를 잇는 부산김해경전철 / 사진=연합뉴스이렇다 보니 부산·김해시는 경전철 운영사에 매년 재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하는 김해시가 10년 동안 경전철에 낸 누적 재정지원금은 3145억원이었으며, 지난해에만 486억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연구원이 교통수요를 지나치게 부풀려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2013년에는 부산·김해 시민 500여명이 참여한 '부산-김해 경전철 시민대책위원회 소송인단'이 "교통 수요를 부풀려 사업타당성이 있다는 거짓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한국교통연구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불법이 있었다고 해도 시민은 간접적 피해자여서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민간사업자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의정부경전철
파산 선고로 폐쇄 위기까지 몰렸다가 극적으로 회생한 사례도 있다. 경기 의정부경전철은 2012년 7월1일 개통한 뒤 현재 10년째 운영 중이다. 이 열차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총사업비 6767억원을 투입해 건설했지만, 개통 후 실제 수요가 예상의 15% 수준에 그쳐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내해야 했다. 결국 누적되는 부채를 버티지 못한 2017년 경전철을 운영하던 민간사업자가 파산을 신청했다.
한때 열차를 운영하던 민간사업자가 파산 선고를 하며 위기에 내몰렸던 의정부경전철은 시의 발빠른 대응으로 극적인 회생에 성공했다. / 사진=의정부시의정부시는 '위기대응 TF'를 구성해 발 빠르게 대처했다. 시는 경전철이 멈출 경우 시민 편의와 지역 경제에 피해를 줄 것을 우려했다. 승객 수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저조하기는 했지만, 의정부경전철은 이미 5만명 가까운 시민이 이용하는 핵심 대중교통시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시는 민간사업자와 협상을 통해 3개월간 운영비를 공동 분담해 운영하기로 하는 등, 열차가 멈춰 서는 것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의정부경전철은 민간사업자의 파산 절차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승객들을 실어 나를 수 있었고, 1년 뒤인 2018년에는 대체사업자가 선정되면서 가까스로 본궤도에 올랐다.
한 차례 위기를 겪은 의정부는 경전철 운영에 필요한 최소 비용을 시가 보전해주는 형태로 사업 방식을 변경, 새 운영사의 사업 위험을 줄였다. 그 결과 의정부경전철은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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