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경남정보대 총장 “취업주문·발전기금 받으러 전국 뛰어다녀”
지방대·전문대학 위기시대, 돌파 비법 손에 쥔 ‘세일즈총장’ 이야기
김대식 경남정보대 총장이 집무실에서 대학 목표를 얘기하고 있다. 책상 위에 메뉴판이 눈길을 끈다. /김용우 기자 kimpro7777@[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Coffee or Tea?”
총장실 책상에 생뚱맞은 메뉴판이 먼저 눈에 띈다. 그 뒤편에는 이 대학 설립자의 초상(肖像)이 활짝 웃고 있다. 7년 전 작고한 고 장성만 설립자이다.
올해 2월 경남정보대학교 수장으로 취임한 김대식 총장이 집무실 벽에 설립자의 초상화를 걸어두고 있는 것은 그가 모셨던 ‘아버지’ 같은 분이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늘 사석에서 3명의 멘토를 두고 있다고 레퍼토리를 댄다. 교육의 멘토는 고 장성만 설립자(전 국회부의장), 행정의 멘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고, 정치의 멘토는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친이계’와 ‘친홍’ 핵심 인물을 지낸 거물 정치인이었지만 금뺏지를 단 적은 없다.
“정치를 하는 것보다는 ‘아버지’ 곁(학교)을 지키는 게 운명인 것 같다”고 그가 말했다.
총장 취임 5개월이 된 그를 만나 ‘회포’부터 묻자 딱 잘랐다. 학교 이야기만 하겠다고 선수쳤다. “이제 정치는 영원히 끝”이라고 내뱉고 1년여 전 학교로 컴백한 그였다.
그의 본래 직업은 교수였고, 지금 대학 총장이다. 시인, 작가, 정치인, 유튜버, 수집가라 해도 무방하다. 일본 문화와 풍습을 소개하는 유튜브 ‘김대식TV’의 제작자이자 진행자로도 일본을 공부하는 사람 사이에선 인기가 많다.
김대식 총장은 워낙에 ‘소용(笑容·웃는 얼굴)’이다. 지겹지도 지치지도 않는지 웃는 얼굴로 맨날 사람을 대한다. 워낙 미소로 대하니 정치할 때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을 ‘여야’ 통틀어 한 명쯤 찾아내면 성공이다. MB와 ‘준표 형’이 그래서 그를 평소에 더 찾았다.
대학 총장 맡은 지 5개월도 안됐는데 그가 대학발전기금으로 모은 약정금액은 본인이 4년 임기 동안 세운 전체 목표의 30%를 훌쩍 넘겼다. 지방 4년제 대학에서도 쉽지않은 기부금 유치 100억원 이상을 임기 중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을 때 다들 ‘공언’으로 들렸을 뿐이었다.
대학을 지원하는 대형 프로젝트들도 그를 피해 가지 않았다. 총장 부임 이후 120억원대 링크3.0 사업, 전문대학 혁신 지원사업 45억원, 고등직업교육 거점지구사업 45억원 등 벌써 200억원이 넘는 돈줄이 줄줄 이어졌다.
“잠들 때면 빨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어요. 출근해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일복을 즐기는 사람이다.
지방대 위기 시대 돌파를 위해 대학이 원하는 ‘세일즈 총장’ 모델을 보려면 그에게 답이 있다. 스스로도 자신을 세일즈 총장이라 부른다.
전국의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학교를 알리는 데 애쓴다. 특강 요청이 들어오면 5분짜리 학교 홍보영상 시청이 필수다.
김 총장은 “전국 174개 상공회의소를 찾아다니며 세일즈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 총장도 학교에만 있으면 안 되고, 전 세계 방방곡곡을 뛰어다녀야 한다”고 했다.
BNK금융그룹, 한국동서발전, 한국에너지공단, 삼성중공업, 토요코인 호텔 등과 MOU를 체결했고, 베트남 다낭대학교와 현지 대기업 FPT 그룹과의 교류도 추진 중이다. 국내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틸론과도 손잡았다.
김 총장은 33년 전인 1989년 이 대학의 일본어과 교수가 됐다. 더 거슬러 40여년 전에는 가정형편 때문에 늦게 81학번으로 입학한 학생이었다. 이 대학 57년 역사에서 배출한 13만 동문 중 1호 총장이다.
전문대 신입생이 41년 만에 모교 총장이 된 것이다. 4년제 대학교나 이른바 명문대에서 ‘모교출신’ 총장은 흔하지만 전문대 신입생이 훗날 그 대학 총장이 된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경남정보대학교 캠퍼스.정치를 해서인지, 그래서 정치가 그를 부른건지, 소통은 그의 천부 감각이다.
이 소통왕은 학교에 ‘튜톡데이’라는 ‘발명품’ 하나 남겼다. ‘튜즈데이 토크(Tuesday’s Talk)’의 줄임말이다. 매주 화요일 교직원과 교류하는 시간이다. 김 총장은 “여기선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소통한다. 생일이면 축하 메시지와 함께 사비로 커피 쿠폰도 선물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모바일폰 별명도 ‘만만’ 폰이다. 만형만제를 줄인 말로, 만명의 형·누나와 만명의 동생이 휴대폰 속에 들어있다는 뜻이다. 그의 휴대폰에는 지금도 소통 중인 5만여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그는 지역대학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로 지·산·학(지자체·기업·대학) 협력을 통해 역량 있는 전문대 인재를 4년제 대학보다 빨리 배출하겠다고 했다. 최근 3년 동안 665명의 졸업생이 대기업에 취업했는데, 올해는 한 해 목표를 500명으로 세웠다.
전국에서 최초로 클라우드 시스템학과를 신설해 내년 신입생 30명을 모집하고, 기존 반도체과 정원도 30명에서 40명으로 늘리면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4차 산업혁명 인재를 집중 육성하는 셈이다. 백미는 ‘취업보장형 주문식 교육’이다. 대기업 취업과 해외 취업까지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런 노력들의 끄트머리에 김대식 총장이 꾸는 야심찬 꿈이 있었다. 기·승·전 다음으로 겨냥한 ‘결’이 아무래도 ‘야무지다’.
“인도의 IIT와 미국에 MIT, 일본에 TIT가 있다면 한국엔 KIT(경남정보대)가 있다!” 대학 설립자인 ‘멘토 아버지’에게 그런 대학을 바치고 싶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전남 영광의 빈농 집에서 태어나 부산 부두의 선창에서 짐을 나르고 밤 공부로 청소년 시절을 보낸 뒤 입학한 전문대 신입생을 교수, 정치인, 대학 총장까지 이르도록 이끈 장성만 설립자에게 ‘전 상서(前 上書)’를 부칠 기발한 ‘카피’ 내용을 그는 미리 써놓고 있는 것이다.
김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통령의 ‘칙사’로 100여개국을 드나들며 모은 기념품 570여점을 학교에 기증했다. 경남정보대 11대 총장 ‘김대식 컬렉션’이 하반기 중 열릴 예정이다. 전시와 카페를 겸한 갤러리가 이 대학 도서관에 들어선다. “후배 재학생들이 전시품을 보며 세계 각국을 누비는 꿈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경남정보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와 일본 교토 오타니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9년 경남정보대 교수로 부임했다.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차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여의도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홍조·황조근정훈장을 받았고, 동서대 교수와 대외협력부총장을 거쳐 지난 2월 14일 경남정보대 제11대 총장에 취임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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