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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도 결국 캥거루족"…치솟은 물가·집값에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청년들

수정 2022.07.12 14:55입력 2022.07.12 06:00

50세 미만 성인 10명 중 3명은 부모와 동거
독립 후 생활비 부담에 다시 캥거루족으로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시민이 영수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서울 양천구에서 경기 판교까지 출퇴근 하는 이지영씨(29·가명)는 직장 근처에 전셋집을 구하려다 포기했다. 그는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출근길이 너무 고돼서 집을 구하려 했다. 월세를 내고 살면 돈을 모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원래는 전셋집을 마련하려 했다"며 "그런데 금리가 올라 대출받기도 걱정됐다. 또 독립하면 식비 등 각종 생활비가 내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건데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결국 독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성인이 돼서도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 지원을 받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는 물론 사회활동이 왕성한 30·40대까지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를 대로 올라버린 집값과 치솟은 물가 등을 혼자 오롯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만 19∼49세 성인남녀 중 29.9%는 부모와 동거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취업하지 못했거나, 결혼하지 않은 경우 부모와 사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자의 64.1%, 비취업자의 43.6%가 부모와 동거하는 반면 기혼자의 동거율은 3.1%, 취업자는 23.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캥거루족이 늘어난 이유는 치솟은 물가와 주거비 부담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7%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가가 폭등했던 지난 2008년과 같은 수준이다. 거기다 천정부지 치솟은 서울 아파트 가격과 높아진 대출금리 또한 청년들에겐 부담이다.

직장인 조주영씨(28·가명)도 자신만의 공간을 꿈꿨으나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본가를 나와서 살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돈을 못 모은다"며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사는 게 쉽지 않다. 30살 전에는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은데 월급이 크게 오를 것 같지 않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부모 품을 떠났다가 주거비와 생활비 압박을 이기지 못해 다시 본가로 들어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결혼 후 독립했다가 전세난과 육아 문제 등으로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리터루족'도 나온다. 리터루족은 '돌아가다'는 의미의 '리턴(return)'과 '캥거루족'을 합친 신조어다.


다만 자녀들의 경제적 의존에 부모 세대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라이나생명 사회공헌재단인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서울 거주 만 55세~74세 남녀 1068명을 대상으로 중장년 세대의 은퇴 후 사회참여를 주제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7%가 '자녀를 돌볼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최선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인 자녀가 부모 집을 떠나는 것은 특정한 연령을 중심으로 규범화되어 있지 않고, 노동시장 이행과 결혼이라는 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루어진다"며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와의 동거가 지속되고 비동거 부모에게 계속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질이 아니라 제도와 정책의 문제 차원에서 더욱 심화된 연구를 통해 설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공무원 매년 1%씩 줄인다
수정 2022.07.12 14:53입력 2022.07.12 11:31

정부 5년간 총 5% 감축
새 정부 '인력운영 방안' 국무회의 보고…범정부 조직진단 실시
지방자치단체는 앞으로 5년간 올해 수준으로 유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정부가 매년 부처별로 국가공무원 정원의 1%, 5년간 총 5%를 감축하기로 했다. 현재 공무원 정원은 116만 3000여명, 이중 국가직은 75만여명, 지방직은 38만여명 이른다. 매년 1%는 7500여명, 5년간 3만7500명이 감축된다. 감축된 정원은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필요부처에 지원하기로 했다. 지방공무원도 향후 5년간 기준인력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되 매년 1%, 5년간 5%를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 인력운영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시절 97만8000여명이던 공무원은 이명박정부 99만명, 박근혜정부103만2000명으로 증가했다가 문재인정부에서는 116만3000명으로 급증했다. 윤석열정부는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돼 왔다고 보고 일반, 경찰, 교원, 지방 등 정부의 전 분야에 걸쳐 인력 효율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방안에 따르면 모든 중앙부처에 대해 환경변화에 따른 정부 기능과 인력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범부처 조직진단을 실시한다. 또한 범정부 차원에서 정원을 일종의 풀(Pool) 개념으로 공동으로 관리·활용하는 ‘통합활용정원제’를 도입해 매년 부처별로 정원의 1%를 감축하고, 감축된 정원은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필요부처에 지원하도록 하기로 했다. 예컨대 규제개혁, 기능쇠퇴 등으로 A부(10명), B청(15명), C위원회(5명) 등 30명 정원을 감축하되 반도체 육성(4개 부처 20명), 코로나 소상공인 지원(3개 부처 10명) 등에 정원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경찰도 신규 인력수요 발생 시 증원보다는 기존 인력의 조정·재배치를 우선 활용토록하고, 교원은 범정부적으로 수립한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에 따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자치단체별로는 민관합동 조직진단반을 구성해 자체 조직진단을 실시하고 불필요한 기능·인력 발굴 및 조직구조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배치 목표관리제를 통해 자치단체별로 지방공무원 정원의 1%를 매년 재배치(5년간 총 5%)해 지역발전을 위한 신규 증원 수요, 민생·안전 현장서비스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책임장관제 구현과 각 기관 역점사업의 적극적인 성과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각 부처의 조직운영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기관별 국정과제 및 핵심 현안에 필요한 기구를 장관 재량으로 신설·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장관 자율기구제’를 도입하고, 현재의 조직 규모 내에서 자율적 실·국간 기능조정 활성화, 인건비 절감을 통한 증원·직급조정 범위확대 등 각 부처의 조직관리 자율성 확대 방안을 마련·시행할 예정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행정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정부 기능과 인력 운영현황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체계적인 조직진단을 토대로 정부조직과 인력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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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캔에 1600원' … 고물가 시대 맥주 대신 발포주 인기
수정 2022.07.12 14:52입력 2022.07.12 08:56

발포주 한 캔 가격 1600원~1800원
일반 맥주보다 40%가량 저렴
맥아 함량 10% 미만으로 '기타 주류'로 분류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일반 캔맥주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한 발포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저렴한 상품을 구매해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물가상승 시대'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유통되는 발포주 한 캔(500ml)의 가격은 1600원~1800원 정도다. 이는 일반 맥주보다 40%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발포주는 맥아 함량이 70% 이상인 일반 국산 맥주와 달리,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맥주다.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오비맥주 '필굿'이 대표적이다.


편의점에 발포주가 진열돼 있다./사진=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포주 시장 규모는 36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00억원 규모였던 2019년보다 80% 성장했다. 지난 3월 홈플러스의 맥주·발포주 품목 매출은 전년 대비 386% 상승하며 약 4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2019년 5조원에서 지난해 4조5000억원으로 10% 감소했다.


발포주 시장이 커지면서 유통업계도 발맞춰 각종 발포주를 시장에 선보이는 중이다. 지난 2019년 '필굿'을 출시하며 발포주 시장에 진입한 오비맥주는 최근 발포주 '오엠지(OB Multi Grain)'를 출시했다. 후발주자로 나서는 신세계L&B는 지난 3월 발포주 '레츠 프레시 투데이'를 출시했다. 2017년 국내 첫 발포주 '필라이트'를 출시한 하이트진로는 이후 다양한 필라이트 라인업을 선보이는 중이다.

발포주가 일반 맥주에 비해 저렴한 이유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이라 주세법상 '기타 주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주세법상 기타 주류의 세율은 30%로 맥주·소주(72%)에 부과되는 주세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발포주 소비자 판매 가격이 일반 맥주에 비해 40% 저렴한 1600원~1800원 수준으로 형성될 수 있는 이유다.


최근 한 업체가 출시한 발포주 소용량 캔(330ml)의 가격은 1350원으로 이온음료 한 캔(250ml)보다 저렴할 정도다. 발포주의 가격 경쟁력은 판매 실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7년 필라이트는 12캔(355ml 기준)을 1만원에 판매해 출시 6개월 만에 1억캔이 판매됐다.


대형마트 주류 판매대에 맥주가 진열돼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물가 시대, 이렇게 일반 맥주에 비해 저렴하다 보니, 발포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발포주를 처음 접했다는 직장인 A씨는 "날씨가 무더울 때 생각나는 시원한 맥주를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었다"며 "편의점에 진열된 맥주가 많은데 요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저렴한 이왕이면 저렴한 발포주를 앞으로 찾을 것 같다"고 했다.


평소 집에서 홈술을 즐긴다는 직장인 B씨는 발포주에 대해 "맛도 맛인데 마시는 양도 중요해서 가격표를 안 볼 수 없다"며 "다른 맥주와 가격 차이가 30% 이상 차이 나다 보니 고물가에 가격이 저렴한 발포주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물가상승에 따라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발포주 인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 맞춰 조금 더 저렴한 상품을 원하는 게 현재 소비자 수요"라며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을 먹거나, 유통기한 얼마 남지 않는 상품을 구매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물가뿐만 아니라 경기가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발포주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많이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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