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받기 전
작년 호암상 수상해 화제
SAFFY·드림클래스 등 꾸준히 CSR 활동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뒤엔 삼성이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제안으로 지난해에 신설된 삼성호암상 물리·수학 부문 첫 수상자가 허 교수여서 주목을 받는다. 매년 노벨상 시즌만 되면 '일본 수상자 몇 대 한국 수상자 0' 식으로 기초과학 홀대론이 떠오르는데, 삼성은 일찌감치 이 분야 '거목'의 학문 성과를 인정하고 사회에 알려온 것이다.
10일 삼성에 따르면 지난 6일 필즈상을 받은 허 교수는 지난해 삼성호암상도 받았다. 삼성에 따르면 호암상은 1990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만들었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제일 및 사회공헌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다. '한국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과학·공학·의학·예술·사회공헌 등 5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낸 국내외 한국계 인사들에게 준다. 순금 50돈의 금메달과 상금 3억원을 줬는데 지난해부터 과학 분야를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으로 늘렸다.
주목할 점은 기초과학의 가치를 삼성이 확실하게 알고,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은 분야 시상은 이 부회장 아이디어다. 이 부회장은 최근 450조원 투자 발표 이후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기술경영에 공을 들이는 인물이다. 기초과학 분야의 학문 성과에도 관심이 많다는 전언이다. 지난 5월엔 6년 만에 시상식을 찾아 삼성호암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호암상은 첫 해부터 올해까지 총 164명의 수상자를 냈다. 총 307억원의 상금을 줬다.
삼성은 "허 교수가 필즈상을 받으면서 삼성의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며 "공학이나 의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초과학 분야 지원을 늘려 산업 생태계의 기초를 더 단단히 해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시상 분야를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만의 뜻은 아니다. 삼성그룹은 꾸준히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을 해왔다. 학문 지원뿐 아니라 청년 일경험 제공 프로그램인 삼성청년SW아카데미(SAFFY), 저소득 중고등생에게 제공하는 교육 봉사활동인 '삼성 드림클래스' 등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삼성이 '이윤을 창출해 사회에 환원한다'는 기업의 본분을 지켜 온 역사는 그보다 오래 됐다.
대한민국 대표 IT 기업으로서 삼성이 기술 인재 양성 및 지원에 정성을 쏟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평가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같은 핵심 산업이 선진국 간 끝장대결,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어 인재 유출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삼성의 호암상 지원이 더 주목받는 측면도 있다.
허 교수는 현대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비롯해 11개의 난제를 풀어낸 성과로 당시 삼성호암상을 받았었다. 보통 수학자는 평생 1개도 풀기 어렵다는 난제를 10개 넘게 풀었다. 지난해 삼성호암상 수상 당시 허 교수는 "수학은 나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며 "아직 우리가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는 이해의 통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허 교수 외에도 삼성호암상 수상자 중 필즈상 외에 노벨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학자가 여럿 있다. 세계적 학술정보 서비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옛 톰슨로이터)는 호암상 수상자인 찰스 리 미국 잭슨랩 교수, 유룡 KAIST 특훈교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등을 '노벨상을 수상할 유력 후보'로 꼽았다.
필즈상은 1936년 제정돼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향후 학문적 성취가 기대되는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이다.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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