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능성 제기…사고, 범죄 피해, 극단 선택, 생존 등
"밤 9시30분 이후 통신기록 확인해야"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서 20대 여성이 실종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신변비관 글이 발견돼 극단적 선택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극단 선택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최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인터뷰에서 "가출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출 상황이라면 본거지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군다나 119에 전화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가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 피해 가능성에 대해 "경찰에서 발표한 바로는 범죄 피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고 가능성도 있고, 극단적인 선택일 가능성도 있고,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극단적 선택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지금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며 "일반적인 극단적 선택의 경우에는 평상시에도 시도를 많이하고 주변사람들이 그럴만한 상황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까지 소식을 올리고 언니와 문자를 나눈 기록이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사람의 행동 패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가양대교 쪽으로 걸어가고 있던 상황이었다면 굳이 119에 전화해서 언니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게 일반적인 자살시도자의 행동 패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갑작스럽게 극단적 선택을 할 마음이 들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완전히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라며 "충동적으로 그런 선택을 할 여지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니와 (마지막으로) 연락을 나눈 이후 누구와 연락을 했는지 통신기록을 토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실종된 김가을(24) 씨는 오후 10시22분쯤 택시를 타고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 내린 뒤 1㎞ 정도 떨어진 가양대교 남단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이후 행적이 묘연하다.
이날 김씨의 행적을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의 회사에서 퇴근한 그는 인근 미용실에 다녀온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사진과 함께 "파마하자마자 비바람 맞고 13만원 증발. 역시 강남은 눈 뜨고 코 베이는 동네"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밤 9시30분쯤부터 언니, 친구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김씨와 함께 사는 친언니는 실종 당일 밤 11시쯤 돌연 구급차가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급대가 출동해 '언니가 쓰러질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혀 의문을 더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 측은 김씨 소유의 태블릿PC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한글 문서를 발견했다. 문서에는 '유언, 내 죽음에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음 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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