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게임·애니메이션 협업
마니아 공략 효과, 판매 불티
CU 게임 쿠키런과 컬래버
매출 상위 1~5위 휩쓸어
GS25 메이플스토리와 협업
18일만에 판매 100만개 돌파
1990~2000년대 캐릭터빵 인기
랜덤 스티커 모으던 MZ세대
향수 자극, 수집 욕구 불러일으켜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1990년대 말 국찐이빵, 핑클빵, 200년대 초 케로로빵, 원피스빵……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추억에는 가게, 학교 매점에서 팔던 캐릭터 빵들과 이 안에 들어있는 랜덤 스티커를 찾고 모았던 재미가 남아있다. 빵 봉지를 뜯기 전 원하는 띠부띠부씰(스티커)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던 MZ세대의 심정을 공략하기 위해, 편의점은 2022년 다시 ‘빵 전쟁’을 시작했다. 포켓몬빵은 약 20년 만에 편의점으로 귀환했고, 추억의 게임과 협업한 빵도 등장해 MZ세대의 수집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단팥빵 등 그 시절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옛날 빵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역대 캐릭터빵 연대기.7일 업계에 따르면 CU는 현재 빵 70여종을 편의점에서 취급하고 있다. 이 중 인기를 끄는 것은 게임 쿠키런과 협업한 ‘쿠키런 빵’이다. 스마트폰으로 쿠키런 게임을 했던 10대부터 2030까지의 추억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CU의 쿠키런 컬래버 시즌1 상품들은 출시와 동시에 CU의 빵 매출 1위부터 5위를 모두 휩쓸었다. 실제로 쿠키런빵은 매출을 끌어올린 효자상품이 됐다. 6월 한 달 CU의 빵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대비 72.1% 신장했다.
150여종의 빵을 선보이고 있는 GS25는 최근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협업한 메이플스토리빵을 출시했다. 6월 17일부터 선보인 메이플스토리빵 5종은 출시 18일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고, 매장에서는 포켓몬빵과 같은 품절사태가 이어지는 중이다. 메이플스토리빵은 같은 기간 GS25의 빵 상품 매출까지 전월 동기 대비 64% 끌어올렸다. 6월 한 달 GS25의 전체 빵 매출은 47.8% 신장했다. 메이플스토리빵을 기획한 최원필 GS25 빵 담당 상품기획자(MD)는 “저도 메이플빵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라며 “처음 기획 당시에는 고객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여러 가지를 고민하다가 메이플스토리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이미지가 빵과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고객이 CU의 쿠키런빵을 구매한 뒤 스티커를 찾고 있다.세븐일레븐은 자체브랜드(PB) ‘브레다움’에서 띠부씰이 들어간 빵을 선보였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협업을 통해 카스테라, 크림빵 등을 선보였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나희도가 빵을 먹고 띠부씰을 찾는 장면으로 브레다움 빵은 ‘희도빵’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6월 세븐일레븐의 빵 매출은 전년대비 2배로 뛰었다.
이마트24는 레트로 열풍에 가세했다. 옛날빵 전문 베이커리인 대구 지역 유명빵집 '근대골목 단팥빵'과 손을 잡고 팥앙금을 주로 사용한 근대골목 시리즈 4종을 선보인다. 이마트24도 복고에 집중한 근대골목빵이 매출을 견인했다. 실제로 이마트24의 6월 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이러한 흥행은 구매력이 있는 MZ세대의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해 수집욕구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당시 띠부씰 열풍을 처음 일으킨 국찐이빵은 하루 60~70만개가 팔렸고, 연간 21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기록됐다. 최근 편의점 빵 열풍 속에서도 스티커 수집에만 몰두해 “스티커만 갖고 빵은 다 먹지 못하니 버린다”는 새로운 ‘플렉스’족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편의점은 최근 빵 전쟁과 같이 마니아들을 공략하는 이른바 ‘오타쿠노믹스’에 주력하고 있다.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협업상품을 출시해 마니아들의 수집욕구를 자극하고, 이를 소비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CU는 만화 원피스와 협업해 캐릭터 오뚝이 캔디를 선보였고, GS25는 포켓몬, 짱구 키링 젤리를 출시했다. 포켓몬 키링 젤리의 경우 6월 30일 입고된 초도물량 30만개 중 이미 20만개가 팔렸다. 세븐일레븐은 포켓몬, 산리오 캐릭터와 손을 잡고 키링 상품을 내놨다. 3사 모두 협업상품으로 관련 카테고리 매출이 상승하는 마니아 공략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 사이에서는 이색 컬래버레이션 등으로 재미와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비경험을 즐기는 키덜트 족이 많다"며 "브랜드의 차별화, 이미지 구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소비자 공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열풍 이면에는 MZ세대들의 유년시절에 대한 희구, 그리고 위안받고 싶은 마음이 깔려있다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MZ세대가 어릴 때 먹고 모으던 향수가 소비 열풍에 많이 작용했다”면서도 “어릴 적 소비 패턴을 반복한다는 것은 지금 현실에서 벗어나 위안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기저에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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