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폰 전자기기 판매 줄고
가상화폐 시장 혼란도 타격
韓기업 재고 줄이기 할인
3분기 서버용 D램 가격
최대 10%까지 떨어질 수도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정현진 기자]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불러일으킨 반도체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 붐이 처음으로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현 반도체시장 상황을 이렇게 보도했다. 코로나19 당시 수요가 폭발했던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소비자 전자 기기 판매가 줄고 지난 5월 한국형 가상화폐 테라UST·루나 폭락에서 시작된 가상화폐시장의 혼란이 반도체시장에도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견조해 가격 하락을 방어해왔던 기업 서버용 D램에서조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코로나19로 수요가 크게 늘었던 PC 등 IT 기기의 판매가 줄어드는 것이 수치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이 3억1000만대로 전년 대비 9.5% 감소해 모든 IT 기기 중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달 전 시장조사업체 IDC가 내놓은 전망치보다 1100만대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가트너는 지정학적 상황, 높은 인플레이션, 환율 변동, 공급망 붕괴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다른 IT 기기 판매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반도체시장의 경우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3분기 PC, 모바일, 서버 등 모든 용도의 D램 평균 가격 낙폭 하단을 기존 8%에서 10%로 확대하고 상황에 따라 10% 이상으로도 떨어질 수 있다면서 서버용 D램 가격은 올해 3분기 최대 1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PC, 스마트폰 등 IT 기기 수요 부진으로 D램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 하락이 덜했던 서버용 D램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공급자 측면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고를 줄이기 위한 가격 할인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며 "가격 경쟁이 더 심화하면 낙폭이 10%를 넘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수요 축소에 적극 대응하며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하반기 전망에 대해 이전에 비해 많은 잡음이 있을 것이라면서 현실에 대응해 설비투자 등을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일시적으로 지난달 PC 반도체 부문의 고용을 동결했으며 긴축 경영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엔비디아도 가상화폐 채굴과 영상 게임 업계 둔화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채용을 줄이기로 한 상태다. 엔비디아의 반도체는 주로 가상화폐 채굴과 같이 고난도의 컴퓨팅 작업이나 코로나19 시기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이 필요한 그래픽 카드에 사용되곤 했다.
두 분야의 수요가 줄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상반기에만 48% 하락했다. 캘리포니아 기반의 소매업체 센트럴컴퓨터스의 체스터 영 사장은 WSJ에 소비자들이 지난 2년간 기다려서 겨우 엔비디아의 그래픽 하드웨어를 살 기회를 얻었다면서 이제야 재고를 확보하고 올해 들어 팬데믹 기간 중 도입했던 공급 제한이 풀렸다고 말했다.
미 반도체 업체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PC 부문에 있어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냈으며 향후 수년간 수요가 늘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컴퓨터 제조업체 HP와 델 테크놀로지도 저가형 소비자 PC 수요가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도 지난주 실적 발표를 통해 "PC와 스마트폰 판매 감소로 업계 수요 환경이 약화하고 있다"는 메시지 내놨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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