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밥·학원 대신 집밥·인강" 고물가 영향에 공시촌 학생 줄어
공무원 시험 경쟁률 지속적 하락...9급 29대1, 7급 42.7대1
저연차 퇴사도 늘어, 2017년 5181명→2020년 9258명
지난달 28일 점심시간 서울 노량진 학원가 컵밥 거리의 일부 가게가 임시 휴점하고 있다. 인근 상인에 따르면 물가 상승 여파와 학원가 온라인 강의 등으로 일부 컵밥 집들이 비정기적 휴업 중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 1년차 박재찬씨(25)는 최근 노량진에서 나와 본가로 돌아왔다. 박씨는 지난 1년 아르바이트와 시험 공부를 병행하며 노량진에서 꿈을 키워왔지만, 최근 공무원이란 직업의 이점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최근 물가도 올랐는데 공무원 월급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더라. 연금이 장점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 안정성을 위해 투자해야 하나 싶었다"고 전했다.
퇴직 후 연금을 받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겨져 인기였던 공무원에 대한 20~30대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시촌으로 대표됐던 노량진도 변화하는 모양새다. 선호도 자체가 낮아져 학생들이 줄어든 것은 물론, 고물가 영향 탓에 컵밥 가격도 올랐다. 학원 강의 대신 온라인 강의로 재정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20·30 사이 공무원 수요는 현저히 낮아졌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9대1로, 지난 2017년 47대1에 비해 급격히 떨어졌다. 1992년 19.3대1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 역시 42.7대1로, 지난해 47.8대1 대비 10% 넘게 하락했다. 1970년 23.5대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30대 사이 공무원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 급여 대비 과도한 업무량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공무원이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관두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임용 5년 미만 공무원이 그만둔 사례는 지난 2017년 5181명에서 지난 2020년 9258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8~35세 공무원 중 퇴직자는 5961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7년 4375명에 비해 15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방직 공무원 1년차인 이모씨(20대)는 "야근도 많이 하고 생각보다 업무량이 너무 많다"며 "급여 대비 너무 많이 일하는 것 같다. 아직 20대인데 이런 일을 평생 하며 사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줄어드는 이유를 몸소 체감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청년 세대의 공무원 선호도가 낮아진 탓에 노량진에는 학생들이 줄어들었다. 그런가 하면 고물가 영향으로 노량진 컵밥거리의 물가도 올랐다. 공시생 김모씨(24)는 "대부분 3500원이었는데 이제 4000원대로 올랐다. 물가 상승이라고들 해도 매번 컵밥만 먹어서 별 체감 못 했는데 크게 와닿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500원이지만 부담이 커졌다"며 "알바 시간을 늘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점심시간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의 한 가게 메뉴가격이 수정되어 있다. 상인들은 치솟은 물가 여파로 재료비가 오르며 컵밥 가격을 인상했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고공행진하는 물가에 공시생의 한 끼 식사로 대표됐던 컵밥도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식재료 가격이 전부 상승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도 동월 대비 5.4%나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의 상승률도 4.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닭고기(16.1%), 돼지고기(20.7%), 수입소고기(27.9%) 등의 물가가 상승했다. 가공식품 역시 밀가루(26%), 식용유(22.7%) 등 73개 중 69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식초(21.5%), 된장(18.7%), 간장(18.4%) 등 주요 식료품의 가격도 10% 넘게 상승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공시생들 사이에선 컵밥 대신 집밥, 학원 대신 온라인 강의로 재정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조모씨(25)는 노량진 부근 학원을 다니며 컵밥을 사 먹곤 했지만, 이제는 집에서 온라인 강의로 혼자 공부하면서 집밥을 차려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있지만 매 끼니 먹는 밥이고, 공부하다 보면 배고파서 저녁에는 푸짐하게 먹고 싶기도 한데 부담이 됐다"며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집에서 공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온라인 강의가 익숙해지기도 해서 겸사겸사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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