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만 달러 방어선 무너져
엘살바도르, 그간의 투자 손실에도 더 사들이는 '모험' 나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아시아경제 김나연 인턴기자] 가상자산 시장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만달러선(약 2596만원)이 붕괴됐다. 2700만원대 내외를 유지하며 횡보하던 비트코인이 결국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이번 하락세의 원인으론 인플레이션 발생과 더불어 가상자산 헤지펀드 3AC 파산이 꼽힌다. 암호화폐 투자 큰손(고래)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즈캐피탈(3AC)이 파산 선고를 받았다.
3AC는 대형 헤지펀드로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돈을 빌려 가상자산에 투자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 중개업체 보이저디지털에 따르면 3AC는 미국 달러와 연동된 3억5000만달러(약 4543억원) 상당 스테이블 코인 USDC와 약 3억2300만달러 상당 비트코인 1만5250개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29일(현지시간) “3AC가 27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암호화폐 대출업체에서 받은 대출이 줄줄이 청산된 게 파산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3AC는 그동안 암호화폐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2012년 120만 달러(15억원)의 펀드로 시작해 지난 4월엔 30억 달러(3조8000억원)까지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국산 코인 루나에 약 2억 달러(2600억원)를 투자했는데 테라와 루나의 붕괴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암호화폐 시장이 휘청이자 레버리지 방식으로 투자했던 자산 대부분이 청산됐다.
3AC의 파산 소식에 비트코인은 2만 달러 방어선이 무너졌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30일 오후 5시 기준 1만9400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나 사태로 인한 손실은 3AC가 견딜만한 규모였지만, 루나 재단이 테라 가격 방어를 위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각하면서 촉발한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추락은 버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밑돈 지 오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달 초 1조3118억 달러(약 1701조원)에서 30일 오후 5시 기준 8699억 달러(약 1128조원)까지 하락했다. 한 달 사이 4419억 달러가 증발한 셈이다.
WSJ은 이날 암호화폐 대출 업무 등을 하는 지금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에 대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불러온 투자은행의 투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찾아온 혹한기는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 붕괴에 이어 추가 폭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늘어나고 있다.
월가의 투자분석업체 펀드스트랫의 마크 뉴턴 수석전략가는 2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저점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래프를 분석한 결과 비트코인 대규모 청산이 남아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은 앞으로 1만250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지난 28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이 110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 누군가에겐 엄청난 저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부도 위기에 처한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 80개를 추가 매수했다.
1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BTC) 80개를 개당 1만9000달러에 매수했다"며 "비트코인이 미래다. 저가에 팔아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 같은 발언과 함께 1만9000달러에 체결된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공개했다.
앞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일각에서 비트코인 시세를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차트를 보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 투자는 안전하다. 비트코인 가격은 약세장을 마친 뒤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라며 "인내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 엘살바도르 정부는 약 8억 달러(약 1조340억원) 상당의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만기는 내년 1월로 이전에 이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 위기를 맞게 된다.
지난 2월 신용평가사 피치는 엘살바도르의 장기채무등급을 'B-'에서 'CCC'로 강등했다. 이는 '디폴트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범주에 속한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엘살바도르 국고를 책임지는 알레한드로 젤라야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을 한 개도 매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젤라야 장관은 또한 비트코인 투자액이 엘살바도르 전체 자산에서 0.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엘살바도르 국민의 약 20%의 하루 임금이 5.5달러(7000원) 수준에 그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AP는 지적했다.
김나연 인턴기자 letter9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