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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도 출근한다'…재조명된 K-직장인 '애환'

수정 2022.07.03 12:16입력 2022.07.03 11:56

폭우에 지하철 침수됐는데…바지 걷어올리고 승강장 향하는 직장인 모습 '포착'
태연한 대처에 네티즌들 "K-직장인의 극한 출근"
감전, 미끄러짐 등 사고 걱정도…"천재지변에도 출근하는 모습 안타까워"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2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우산을 들고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폭우요? 출근부터 해야죠."


장마철 폭우로 인해 물이 급작스럽게 불어나 침수 피해가 잇따르면서 시민들도 교통 이용 등에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이 같은 물난리 속에서도 직장인들이 출근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위험을 감수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에 책임감이 강하다는 반응부터, 안전이 걱정된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까지 서울과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비가 시간당 50㎜ 이상 쏟아졌다. 한때 비구름대가 북상하면서 인천과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비가 시간당 20~40㎜씩 내렸다. 특히 밤새 폭우가 쏟아진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침수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폭우가 직장인들의 출근길을 막지는 못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1호선 전철 세류역은 빗물이 밀려 들어온 탓에 지하통로가 침수돼 물이 발목 높이까지 차올랐지만, 이를 시민들은 당연한 듯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린 채 승강장으로 향했다.

이 같은 장면을 찍은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호선 세류역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로 공유되기도 했다. 자칫 미끄러짐이나 감전 피해, 바닥에 떨어진 유리 등을 밟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지만 직장에 가기 위해 태연히 대처하는 모습에 네티즌들은 "K-직장인의 극한 출근", "직장인의 애환"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그런가 하면 감전·미끄러짐 등 사고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직장인 김모씨(25)는 "직장인이라 침수 상황에서도 회사로 향하는 마음이 이해가 된다"면서도 "감전되면 어떡하려고 맨발로 출근하는지 걱정된다. 천재지변 속에서도 무조건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지금 우리 학교는'을 패러디한 '지금 우리 회사는'의 한 장면. 좀비로 변한 직장인들이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찾아 QR(큐알)코드를 찍고 있는 장면./사진=쿠팡플레이 유튜브 캡처.

◆ 눈이 오나, 비가 오나…아파도 출근해야 하는 직장


지난 3월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에는 K-좀비물로 유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패러디한 '지금 우리 회사는'이 공개됐다. 직장인들이 세상에 퍼진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성을 잃었음에도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한다는 설정으로, '전쟁이 나도 한국 직장인들은 출근한다'는 우스갯 소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에피소드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웃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 A씨는 "좀비가 된 직장인이 재난 속에서도 출근하고, 상사 커피에 침을 뱉는 장면에서 직장인들의 애환이 보였다"며 "재밌지만 현실 반영이 제대로 된 거 같아 슬프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폭설이나 폭우가 내리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심지어는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출근을 택한다. '내 휴가'지만 쉬는 게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코로나19 대규모 유행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해야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해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는 4일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 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전남 순천시,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등 6곳에서 상병수당을 시범 운용한다고 밝혔다. 상병수당이란 업무 외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하기 어려울 때 쉬면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다.


올해는 하루 최저임금의 60%를 적용해 4만3960원을 지급한다. 대상자는 시범 지역에 거주하고, 아파서 쉬는 기간에 유급휴가를 못 받는 모든 취업자다. 정부는 먼저 내년 6월 이후 시범 운용 성과를 지켜보고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거쳐 본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국가인원위원회도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 27일 인권위는 '아프면 쉴 권리'가 현재 업무상 상병에만 제한적으로 보장되고 있어 문제라며 모든 임금 근로자가 업무 외 상병에도 휴가·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하라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현재 공무원·교원이 아닌 임금 근로자의 업무 외 상병 휴가·휴직은 사용자 재량이나 노사 간 협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 결과 업무 외 상병 병가 제도를 운영하는 민간 사업장이 매우 적어 쉴 권리가 양극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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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팔아줘서 고맙다"…비트코인 추가 폭락 경고에도 추가매수 나선 이유
수정 2022.07.04 15:11입력 2022.07.03 15:48

비트코인, 2만 달러 방어선 무너져
엘살바도르, 그간의 투자 손실에도 더 사들이는 '모험' 나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나연 인턴기자] 가상자산 시장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만달러선(약 2596만원)이 붕괴됐다. 2700만원대 내외를 유지하며 횡보하던 비트코인이 결국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이번 하락세의 원인으론 인플레이션 발생과 더불어 가상자산 헤지펀드 3AC 파산이 꼽힌다. 암호화폐 투자 큰손(고래)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즈캐피탈(3AC)이 파산 선고를 받았다.


3AC는 대형 헤지펀드로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돈을 빌려 가상자산에 투자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 중개업체 보이저디지털에 따르면 3AC는 미국 달러와 연동된 3억5000만달러(약 4543억원) 상당 스테이블 코인 USDC와 약 3억2300만달러 상당 비트코인 1만5250개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29일(현지시간) “3AC가 27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암호화폐 대출업체에서 받은 대출이 줄줄이 청산된 게 파산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3AC는 그동안 암호화폐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2012년 120만 달러(15억원)의 펀드로 시작해 지난 4월엔 30억 달러(3조8000억원)까지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국산 코인 루나에 약 2억 달러(2600억원)를 투자했는데 테라와 루나의 붕괴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암호화폐 시장이 휘청이자 레버리지 방식으로 투자했던 자산 대부분이 청산됐다.


3AC의 파산 소식에 비트코인은 2만 달러 방어선이 무너졌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30일 오후 5시 기준 1만9400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나 사태로 인한 손실은 3AC가 견딜만한 규모였지만, 루나 재단이 테라 가격 방어를 위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각하면서 촉발한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추락은 버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밑돈 지 오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달 초 1조3118억 달러(약 1701조원)에서 30일 오후 5시 기준 8699억 달러(약 1128조원)까지 하락했다. 한 달 사이 4419억 달러가 증발한 셈이다.


WSJ은 이날 암호화폐 대출 업무 등을 하는 지금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에 대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불러온 투자은행의 투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찾아온 혹한기는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 붕괴에 이어 추가 폭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늘어나고 있다.


월가의 투자분석업체 펀드스트랫의 마크 뉴턴 수석전략가는 2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저점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래프를 분석한 결과 비트코인 대규모 청산이 남아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은 앞으로 1만250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지난 28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이 110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 누군가에겐 엄청난 저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부도 위기에 처한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 80개를 추가 매수했다.


1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BTC) 80개를 개당 1만9000달러에 매수했다"며 "비트코인이 미래다. 저가에 팔아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 같은 발언과 함께 1만9000달러에 체결된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공개했다.


앞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일각에서 비트코인 시세를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차트를 보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 투자는 안전하다. 비트코인 가격은 약세장을 마친 뒤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라며 "인내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 엘살바도르 정부는 약 8억 달러(약 1조340억원) 상당의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만기는 내년 1월로 이전에 이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 위기를 맞게 된다.


지난 2월 신용평가사 피치는 엘살바도르의 장기채무등급을 'B-'에서 'CCC'로 강등했다. 이는 '디폴트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범주에 속한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엘살바도르 국고를 책임지는 알레한드로 젤라야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을 한 개도 매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젤라야 장관은 또한 비트코인 투자액이 엘살바도르 전체 자산에서 0.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엘살바도르 국민의 약 20%의 하루 임금이 5.5달러(7000원) 수준에 그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AP는 지적했다.




김나연 인턴기자 letter9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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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 전세계 원자로 장악했다"…美·유럽은 발만 동동
수정 2022.07.03 00:52입력 2022.07.03 00:52
독일 바이에른주 군트레밍엔의 원자력 발전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전이 에너지 안보의 중추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미 러시아와 중국이 원전 시장을 장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등은 주도권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2일(현지 시각)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성명을 내고 2017년 이후 건설된 신규 원자로 31개 가운데 27개가 러시아 또는 중국의 설계를 토대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전 주도권이 독보적인 설계 기술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에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위기 속에서 전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신규 원자로가 많이 건설돼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IEA는 이를 위해 원자력 발전량이 2020년 대비 2배로 증가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상황이 더욱 유리해졌다고 봤다. 친환경을 강조하던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공급난을 겪으며 화석연료로 돌아서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영국은 지난 4월7일 발표한 '영국 에너지 안보 전략'에서 원전 확대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는 현재 15%인 원전 비중을 2050년 25%로 늘리기 위한 자금조달과 건설지원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프랑스는 기존 원전 부지 내에 신규 원자로를 6기 건설하기로 했고 추가 8기 건설도 고려 중이다.


유럽 국가들의 태도 변화는 지난 5월11일 러시아가 발표한 천연가스 수출 통제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이 그간 대러시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EU에 치명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지난달 기준 석탄의 경우 46.7%, 천연가스는 41.1%를 러시아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IEA는 러시아와 중국의 원전 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원자력 건설 공백기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탄소중립 목표 등을 이루기 위해 원자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지만 기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 중인 일부 원자로 건설 사업은 완공 시기가 미뤄지거나 예산이 초과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안전 등 각종 이유로 수십 년간 원자력 설비 건설을 중단한 뒤 갑자기 원자로를 건설하려고 하니 경험 있는 기술자를 찾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노르망디 해안의 플라망빌에 건설 중인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EPR) 완공이 10년 이상 늦춰졌다. 당초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용접기술자들이 7년 전 경수로의 냉각시스템 주변에서 발견된 실수를 아직도 바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30여 년 만에 건설되는 조지아주의 원자력발전소 완공이 늦춰졌다. 예산도 수조 원이 초과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원전은 용접에서 문제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됐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부터 향후 15년 동안 신규 원전 최소 150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세계 나머지 국가들이 지난 35년간 지은 원전 수보다 많은 수다. 계획한 원전이 모두 지어질 경우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전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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