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14% 이하 신용대출비중 44.9%
한 자릿수 금리 대출도 4.3%→11.7%로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자 대출 어려워져
지난해 3~5만명, 불법사금융서 대출 추정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저신용자를 상대로 영업하던 2금융권이 최근 신용도가 높은 차주를 끌어들이고 있다. 대출금리 수준도 확 낮춰 1금융권에서 필요한 만큼 돈을 빌리지 못한 이들을 노리고 있다. 저신용자 대출에서 큰 이윤이 남지 않아서인데, 금융취약계층의 대출 절벽 현상이 심화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달 중·저금리에 속하는 14% 이하 가계신용대출은 전체 44.9%를 차지했다. 절반가량이 중·저금리 대출로 이뤄진 셈이다. 10% 이하의 한 자릿수 금리 대출도 11.7%로 집계됐다.
중·저금리 대출비중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6월 중·저금리 대출비중은 37.7%에 불과했다. 26.2%였던 2년 전과 비교하면 18.7%포인트 증가했다. 당시 대출금리 10%이하 여신은 전체 4.3%였다. 기준금리는 0.5%에서 1.75%로 올랐는데 저금리 대출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하향세다. 이달 저축은행 업계 주담대 금리는 4.74~5.73% 정도다. 지난해 6월(4.77~6.04%)보다 소폭 줄었고, 2020년 6월(5.06~6.45%)과 비교하면 0.32~0.72%포인트 감소했다.
신협에서도 고신용 차주가 돈을 빌려 가는 현상이 포착됐다. 신협의 CSS(신용평가모형)대출상품은 최대 1억5000만원을 10년까지 빌려주는 상품인데 신용도가 높을수록 금리가 낮아진다. 설계상 10%대 중반까지 금리가 오르는데, 실제로는 4~5%대 금리 대출이 주를 이뤘다. 서울 성동구 동호신용협동조합에서는 1금융권만큼 저렴한 3.857% 금리로 대출이 나가기도 했다.
새마을금고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기준 삼선새마을금고에서는 전체 신용대출 3분의 1이 1~3등급의 고신용자에 나갔다. 평균금리는 3.78%였다. 회기휘경새마을금고도 전체 절반이 고신용자에 실행됐고 평균금리 역시 4.13%였다.
2금융권에서는 주로 민간 시중은행에서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지 못했거나 특수한 사정이 있는 고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족한 돈을 메우러 오는 고신용자들이 제일 많다"면서도 "신용점수가 좋은데 다중채무가 있으면 민간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우니 돈을 빌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7월 법정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낮아지면서 저신용자를 상대로 대출을 내주기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2금융권의 경우 자금조달 창구가 적고 돈을 떼이는 경우가 많아 대출원가가 비싸다. 저신용자의 경우 대출원가만 20~23% 수준이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7~8등급 차주에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2금융권의 고신용자 영업으로 저금리 대출이 늘어나면서 저신용자가 갈 곳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금융권으로 분류되는 대부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결국 불법사금융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이 거절된 이들은 약 63만7000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3만7000~5만6000명이 불법사금융업체에서 돈을 빌렸을 것으로 조사됐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