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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대 수제버거·호텔빙수도 잘 팔린다…가치소비 트렌드에 매출 훨훨

수정 2022.06.24 15:30입력 2022.06.24 11:10

고든램지버거 연일 60개 품절
호텔 빙수 판매량 전년比 2배
중년 타깃이던 고가 화장품도
2030이 찾으면서 매출 신장

롯데호텔 서울의 애플망고빙수.

[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전진영 기자] #증권맨인 직장인 A씨는 지난 주말 개당 14만원을 호가하는 수제버거와 10만원에 육박하는 호텔빙수를 먹은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려 주변 동료들과 친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오랜 기간 마스크를 쓰면서 트러블이 생겨 거칠어진 피부를 관리해주기 위해 50ml 한병당 120만원이 넘는 영양크림도 백화점에서 과감하게 사들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받지 못하게 된 피부과 시술 비용을 화장품 소비로 대신 쓴 것이다. A씨는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취지인만큼 ‘과하다’라고 여기기보다는 ‘비싼 돈 낼 만 하다’라는 생각에 마음껏 먹고 바르며 코로나19로 무기력해진 일상생활에 스스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로 누리는 행복) 트렌드가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고가의 먹거리와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4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개당 8만3000원인 호텔신라의 애플망고빙수는 주말이면 일일 200개 한정수량이 모두 품절된다. 지난해 6만4000원에서 약 30% 인상됐지만 여전히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5월 한 달간 망고빙수(5만7000원)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호텔에서 빙수 판매를 시작한 2013년 이후 5월 판매 최대치다. 파라다이스 호텔도 5월 또바빙수(5만2000원)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같은 기간 수박빙수(4만8000원) 판매량도 10% 신장했다. 롯데호텔 서울 애플망고빙수(8만8000원)와 조선팰리스 카라향빙수(8만원)도 인기다.


고든램지버거의 '1966버거'.

호텔 빙수 뿐 아니라 고가의 수제버거도 잘 팔린다. 영국 출신 스타 셰프 고든램지가 올해 1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고든램지 버거 매장에서 매일 60개씩만 만들어지는 ‘1966버거’는 14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매일 전 수량 품절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매장 이용 고객 수는 이날 기준 11만명을 돌파했다. 시그니처 메뉴인 ‘헬스키친버거’(3만1000원)와 ‘포레스트버거’(3만3000원)는 월 평균 7000~8000개씩 판매되고 있다.


고든램지 버거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안에 2호점과 3호점도 차례로 문 열 계획이다. 현재 1호점인 잠실점은 미국 라스베가스, 영국 런던, 미국 시카고 매장에 이은 전 세계 4호점인데, 한국 내에만 매장이 여러 개 생기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유독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스위스퍼펙션의 알에스-28 셀룰라 인텐시브 트리트먼트.

초고가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코로나 이후 본격화한 가치소비 트렌드와 함께 증가하고 있다. 과거 4050세대의 전유물이었던 초고가 명품 화장품이 최근에는 2030세대도 즐겨 이용하는 상품이 됐다. 2020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활성 세포 화장품 개발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은 50만원~100만원대의 세럼과 크림 종류의 화장품 상품을 판매하는데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7% 늘었다. 대표적인 초고가 화장품 브랜드인 라프레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98억원으로 전년(187억원) 대비 6% 증가했고, 시슬리코리아 매출은 889억원으로 전년(843억원)보다 5%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가 빙수, 버거, 화장품 소비는 경험소비와 가치소비의 일환"이라며 "MZ세대는 먹고 구매한다는 행위에서 나아가 분위기나 브랜드의 의미 등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경험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MZ세대가 이러한 소비 형태를 보인다"며 "한번쯤 체험하겠다는 마음에서 그치지 않고 과시소비로 넘어갈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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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황금기' 끝났나…엔데믹에 문 닫는 배달 전문점
수정 2022.06.24 06:00입력 2022.06.24 06:00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배달 앱 이용↓
한은 "올해 물가 상승률 4.7% 넘을 수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배달전문점 업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비대면 여파로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지난 4월 방역지침이 완화하면서 배달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까지 치솟자 일부 업주들은 폐업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최근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배달앱 사용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주요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이용률은 3월 첫째 주 대비 5월 넷째 주에 각각 8.2%, 17.2%, 25.2%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음식점 예약 앱인 '테이블링'과 '캐치테이블'의 이용률은 각각 61.7%, 26.6% 증가했다.


앞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당시 계속된 방역 조치로 대다수의 자영업자는 매출에 직격타를 맞았다. 신한은행이 지난 4월 발간한 '2022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월평균 사업 매출액은 2445만원으로 2020년(2711만원) 대비 266만원(9.8%) 줄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3394만원)과 비교하면 28% 낮은 수준이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는 매출 회복을 위해 코로나19 사태 당시 매장 영업보다는 배달 및 포장 업무에 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상 회복이 본격화된 이후 배달 음식 수요가 급감하면서 업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시민들도 배달 수수료 등에 불만을 제기하며 포장 주문을 하거나 직접 가게에 방문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자취 중인 직장인 정모씨(26)는 "주문 최소금액을 맞추다 보면 혼자 사는데도 불구하고 최소 2개의 메뉴를 시켜야 한다"면서 "혼자 먹어도 1만원 이상 내야 하고 여기에 배달비까지 붙으니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배달 주문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서 배달원이 포장된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가운데 치솟은 물가도 자영업자에겐 부담으로 다가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인 4.7%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장사를 접으려는 자영업자들도 나온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중심으로 배달전문점을 양도·급매한다는 취지의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샐러드집을 개업했다고 밝힌 자영업자 A씨도 "코로나 시국에 배달 전문으로 샐러드 가게를 열었다. 처음에는 매출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고, 손님들이 좋은 리뷰도 많이 남겨서 재밌게 일했다"면서 "그런데 일상회복한 이후로 배달 매출이 100만원 넘게 떨어졌다. 결국 배달 전문 가게지만 홀 주문까지 받게 됐다. 우리 가게는 배달 매출이 가장 큰데, 배달 건수가 줄어드니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는 향후 배달앱 시장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면서 시민들의 외출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밖에서 음식을 직접 사 먹는 사례는 늘어난 반면 배달 수요는 줄어들었다"며 "또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려 노력하는데, 그 대표적인 비용이 배달비다. 그렇기에 배달앱 시장 규모는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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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50만원 버는데 시험 응시료 10만원…20·30 눈물겨운 '고물가 살아남기'
수정 2022.06.24 15:29입력 2022.06.24 08:25

"알뜰폰으로 갈아타고, 배달음식 끊고, 중고거래로 절약"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13년9개월 만 최고치
전문가 "올 연말까지 물가 인상 계속될 것"

올해 3분기 국내 밥상물가가 전년동기대비 5.0%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5일 통계청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3분기(7~9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상승했다. 밥상물가로 불리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 10월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1.6%로 둔화했지만, 11월에는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이 모두 강세를 보이며 다시 6.1%로 뛰었다. 사진은 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 취업준비생 20대 대학생 A씨는 이번 토익(TOEIC) 시험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그는 "이번달에만 토익과 KBS한국어능력시험 등 자격증 응시료로 10만원 넘게 썼다"며 "이번에는 꼭 높은 점수를 받아 시험을 그만 쳤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당장 어학점수 5점, 10점이 아쉬운 취업준비생들은 같은 시험을 여러번 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응시료로만 수십만원을 지출하게 된다. 주말 아르바이트로 한달에 50여만원을 손에 쥐는 A씨에게 응시료 부담은 '큰 산'이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고물가 시대 살아남기' , '아끼고 또 아끼자', '배달앱 지우기 인증샷' 등 줄줄이 뛰는 고물가 시대 속 이른바 생존비법 공유가 활발하다. 소위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는 것은 물론, 행사 반찬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여기에 아직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취준생들은 어학시험 응시료가 인상되는 등 더욱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4월 토익 응시료는 4만45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7.8% 인상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중국어능력평가시험인 HSK가 급수에 따라 5000원~2만원가량 인상됐다.


토익스피킹 응시료는 오는 7월부터 기존 7만7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훌쩍 뛴다. 시험 응시료 외에 지출해야 할 교재값, 학원비, 인터넷 강의비 등을 포함하면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그런가 하면, 고공행진 중인 밥상 물가도 2030세대의 큰 고민거리다. 치솟는 외식물가에 더해 비싼 배달료는 이들의 얇은 지갑에 큰 부담이 됐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배달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10명 중 3명은 배달비가 인상되면서 배달 서비스 이용 빈도를 줄였다고 응답했다. 또 올해 1분기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서울시민의 약 52%는 배달 음식과 배달비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 14일 서울 명동 먹자골목 모습./문호남 기자 munonam@

이같은 상황에서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2030세대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알뜰폰을 이용해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중고거래를 통해 물건을 값싸게 구매하는 등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초년생 최모씨(27)는 최근 휴대전화 요금제를 알뜰폰으로 변경했다. 휴대폰 2년 약정이 끝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이유가 컸다. 기존 7만원 후반대의 요금제를 알뜰폰으로 바꾸니 지출이 3만원대로 절반가량 줄었다. 그는 "데이터 때문에 통신사 요금제를 고집했는데, 알아보니 알뜰폰 요금제도 데이터가 넉넉하더라. 요즘 와이파이도 잘 되니까 요금이 싼 알뜰폰으로 갈아타버렸다"고 전했다.


최씨와 같은 알뜰폰 가입자는 늘고 있다.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통계에 따르면 알뜰폰 LTE 가입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월 20여만명씩 꾸준히 순증했다.


중고거래를 통해 절약하는 방법도 있다. 향수를 모으는 것이 취미인 대학생 윤모씨는 용돈이 부족할 때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모아둔 향수를 팔아 돈을 번다고 전했다. 또 직장인 박모씨(27)는 "필요없는 물건은 팔아서 쏠쏠하게 생활비에 보태고, 필요한 물건은 중고물품으로 싸게 구매해서 돈을 아낀다"고 말했다. 최근 박씨는 취미생활에 필요한 스케이트 보드와 건반뿐 아니라 폼롤러 등 운동용품까지 중고거래를 통해 값싸게 구매했다.


박씨의 중고거래 내역. 그는 취미생활에 필요한 스케이트 보드와 건반을 중고로 싸게 구매했다. 사진=박씨 제공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청년들의 일종의 긴축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배달 주문을 줄이는 등 필수 지출에만 집중해, 고물가 시대를 견디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올라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지면서 지출을 줄이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필수 지출은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배달음식을 끊거나 통신비를 줄이고, 비교적 저렴한 휴가를 떠나는 등 선택적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하반기에도 경제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2030세대들의 '짠테크(짠돌이 재테크)'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고물가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인 데다가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올 연말까지 물가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필품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6.7%로 가장 높았고 외식물가지수 역시 전년보다 7.4% 뛰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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