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임산부에 음주 강요"…제왕적 이사장이 좌지우지[비리온상 새마을금고②]

수정 2022.06.24 08:31입력 2022.06.22 11:15

이사장들 막강한 권력행사
내부통제 시스템 부족
간선제 선출 방식 대의원과 유착 반복
직선제 법안 통과됐지만 허점 존재


#새마을금고의 직원 A씨는 이사장의 패악질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공익단체인 ‘직장갑질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이사장이 임산부에게도 야근과 음주를 강요하고, 직원들에게 이삿짐을 나르게 하고 자녀 결혼식 청첩장까지 전달하게 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 B씨는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 상납이나 정치후원금 납부를 강요한 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년간 97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고, 금품을 상납하지 않은 직원에 대해서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위해를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왕적 이사장이 경영

직원의 40억원 횡령, 가짜 다이아몬드를 통한 380억원 사기대출 등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비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민들의 자금이 모여 자산 규모 239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몸집이 커졌지만 구시대적인 비리와 악습들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22일 새마을금고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제왕적 이사장’과 내부통제 시스템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새마을금고는 이사장들이 대표이사처럼 독립적인 경영을 하는 방식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영업점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전국에 본점 1297개, 지점수 3218개를 운영하고 있다. 1300개에 가까운 각각의 본점을 이사장들이 운영하는 형태다. 지점은 본점의 분소 개념이다. 각 금고의 이사장들은 독보적이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한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이사장들이 인사까지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실무직원들은 거의 이사장 뜻대로 따른다"며 "실무관리자인 전무급도 이사장의 마음에 안 들면 나가야 할 정도라 (이사장쪽 사람이라면)비리 등을 눈감아 주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이사장과 중앙회장의 선출 방식이 악습을 반복하게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간 이사장 선출은 ‘간선제’ 방식이었다. 각 지역 금고의 회원들 중 대의원을 뽑아서 이 대의원들이 이사장을 뽑는 형태다. 이 때문에 이사장들은 대의원과 유착해 비리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현행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이사장의 임기는 4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임기 이후에도 상근이사 등으로 군림하는 형태가 다반사다.


금고 이사장은 지역 토착세력으로 자리잡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역의 한 기초의원은 "금융권 경력이 없는 이사장도 지인들을 동원해 10만원짜리 통장을 개설하게 하고, 대의원으로 세워서 당선되는 경우도 있다"며 "금고에 감사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이사장의)러닝메이트 수준이라 견제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이사장들을 감독하는 컨트롤타워이지만 내부통제를 엄격하게 하지 못하는 구조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도 일선 이사장들 중에서 대의원을 선출해 뽑는 형태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차훈 회장 역시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선물세트, 골프장 이용권 제공 등 금품을 돌린 혐의로 1심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2심을 앞두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직선제’ 법안 통과됐지만 시행령 허점

국회도 새마을금고의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전국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회원들이 직접 선출하게 되고 중앙회 회장도 직선제를 통해 선출한다. 선거 관리 업무는 시·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여전히 허점이 존재해 이사장 비리, 내부통제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새마을금고 직원들의 시각이다. 지난 4월 시행된 새마을금고법 시행령에 따르면 총자산 2000억원 미만인 지역금고는 이사장을 직접 선출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 선출과 대의원회 선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지역 새마을금고의 약 70%가 자산 2000억원 미만이다.


이희동 전국새마을금고 노조위원장은 "이사장들은 인사권한도 쥐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며 "법안이 개정되긴 했지만 (대다수) 이사장들이 간선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의미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움츠리는 기업들…고용한파 온다
수정 2022.06.22 11:35입력 2022.06.22 11:35

인플레로 임금 인상 요구 커져…기업 경기침체 우려로 고용 포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1일 "가까운 시일 내에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꽤 있다"며 "앞으로 3개월 동안 전체 직원 수의 3~3.5%를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각국의 고강도 긴축이 고용 시장에도 한파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근로자들이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에 적극적인 감원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벌써부터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채용 정보 사이트 인디드의 최근 몇 주간 구인 건수가 감소한 점을 지적하며 "경기침체 공포에 고용주들이 조용히 채용 계획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채용 컨설팅 업체 콘페리의 데이비드 비드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직 최고경영자(CEO)만이 승인할 수 있다는 등의 은밀한 방식으로 채용을 줄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블룸버그통신이 주최한 카타르경제포럼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꽤 있다"며 "앞으로 3개월 동안 전체 직원 수의 3~3.5%를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양대 고용주인 아마존과 월마트도 최근 시간제 근로자 수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근로자들은 치솟는 물가에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전 세계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이날 영국 철도노조는 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33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승객 수가 예전에 비해 적기 때문에 노조의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최고 3% 인상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노동 시장에 대한 연구로 201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더 많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고용 시장은 1970년대보다 더 나쁘다"며 "기술 발달에 따른 자동화에 더해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르포] '모아타운' 마포구 성산동, "재건축 추진만 10년째…이번엔 변화 기대돼"
수정 2022.06.22 11:14입력 2022.06.22 11:00

160-4 일대 8만3000㎡
1종·2종 주거지역 등 혼재
주민 사전동의율 80% 달해
사업기간 단축 영향 커

21일 오후 3시께 방문한 마포구 성산동 160-4 일대. 이 지역 빌라들은 구축과 신축이 섞여있는 모습이었다./사진=황서율 기자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권리산정일이 며칠로 돼있다고요?" "6월23일로 고지돼 있습니다."


21일 오후 방문한 서울 마포구 성산동 160-4 일대. 이날 오전 서울시에서 발표된 모아타운 사업 대상지 21곳 중 하나로 선정된 이 지역 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들뜬 분위기가 감돌았다. 해당 사무소에서는 이곳 모아주택 추진위원회(가칭) 위원장인 이광석씨(71)가 권리산정일을 문의하는 전화는 물론 직접 방문해 모아타운 사업 관련 질문을 하는 주민들을 응대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지역 내 이웃한 다가구·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로 아파트를 공동 개발하는 ‘모아주택(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신·구축 건물이 섞여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주거지를 모아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사업이다.


마포구 성산동 160-4 일대는 면적 8만3265㎡로 제1종과 2종 일반주거지역이 혼재하는 곳이다. 실제로 마포구청역 2번 출구에서 걸어 나와 경사진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대부분 오래된 빨간 벽돌집들 사이로 신축 시멘트 집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주택 앞에 줄지어 주차된 자동차 옆으로는 한 승용차가 슬금슬금 기어 지나갔다. 주민 김모씨(74)는 "건물 노후화도 그렇고 도로가 좁아서 주차공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소방차가 드나들기도 어려워 화재에도 위험하다"며 "주민들 불협화음 없이 5년 안에 진행돼 지하주차장도 만들고 층수 높은 주택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갓길에 주차된 차량들 옆으로 하얀색 승용차가 느리게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

과거 재건축이 무산된 적이 있던 터라 이번 모아주택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이번엔 주민 사전 동의율 약 80%를 달성해 토지 면적 76.5%를 확보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사업기간이 단축된다는 모아주택의 장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곳에서 45년을 살았다는 주민 이성용씨(65)는 "재건축을 추진한 지가 10년 정도, 횟수로도 여러 번"이라며 "이번 선정으로 앞으로 성산동에 있을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23일로 지정된 권리산정일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시는 지분쪼개기 등 투기세력 유입 차단을 위해 권리산정기준일을 지정·고시해 이후에 착공 신고를 받은 경우 현금청산 대상자로 설정했다. 이 위원장은 "불만이 없을 순 없다"면서도 "투기세력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권리산정기준일이 발표 날 기준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주민들에게 얘기해뒀다"며 "투기세력이 있긴 했지만 파는 사람이 없어서 구매까지 연결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모아타운 추진을 통해 2026년까지 총 3만가구 이상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7월 중 추가로 ‘모아타운 대상지’ 공모를 실시할 예정이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동으로 다음기사가 보여집니다.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