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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모아타운' 마포구 성산동, "재건축 추진만 10년째…이번엔 변화 기대돼"

수정 2022.06.22 11:14입력 2022.06.22 11:00

160-4 일대 8만3000㎡
1종·2종 주거지역 등 혼재
주민 사전동의율 80% 달해
사업기간 단축 영향 커

21일 오후 3시께 방문한 마포구 성산동 160-4 일대. 이 지역 빌라들은 구축과 신축이 섞여있는 모습이었다./사진=황서율 기자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권리산정일이 며칠로 돼있다고요?" "6월23일로 고지돼 있습니다."


21일 오후 방문한 서울 마포구 성산동 160-4 일대. 이날 오전 서울시에서 발표된 모아타운 사업 대상지 21곳 중 하나로 선정된 이 지역 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들뜬 분위기가 감돌았다. 해당 사무소에서는 이곳 모아주택 추진위원회(가칭) 위원장인 이광석씨(71)가 권리산정일을 문의하는 전화는 물론 직접 방문해 모아타운 사업 관련 질문을 하는 주민들을 응대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지역 내 이웃한 다가구·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로 아파트를 공동 개발하는 ‘모아주택(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신·구축 건물이 섞여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주거지를 모아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사업이다.


마포구 성산동 160-4 일대는 면적 8만3265㎡로 제1종과 2종 일반주거지역이 혼재하는 곳이다. 실제로 마포구청역 2번 출구에서 걸어 나와 경사진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대부분 오래된 빨간 벽돌집들 사이로 신축 시멘트 집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주택 앞에 줄지어 주차된 자동차 옆으로는 한 승용차가 슬금슬금 기어 지나갔다. 주민 김모씨(74)는 "건물 노후화도 그렇고 도로가 좁아서 주차공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소방차가 드나들기도 어려워 화재에도 위험하다"며 "주민들 불협화음 없이 5년 안에 진행돼 지하주차장도 만들고 층수 높은 주택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갓길에 주차된 차량들 옆으로 하얀색 승용차가 느리게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

과거 재건축이 무산된 적이 있던 터라 이번 모아주택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이번엔 주민 사전 동의율 약 80%를 달성해 토지 면적 76.5%를 확보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사업기간이 단축된다는 모아주택의 장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곳에서 45년을 살았다는 주민 이성용씨(65)는 "재건축을 추진한 지가 10년 정도, 횟수로도 여러 번"이라며 "이번 선정으로 앞으로 성산동에 있을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23일로 지정된 권리산정일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시는 지분쪼개기 등 투기세력 유입 차단을 위해 권리산정기준일을 지정·고시해 이후에 착공 신고를 받은 경우 현금청산 대상자로 설정했다. 이 위원장은 "불만이 없을 순 없다"면서도 "투기세력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권리산정기준일이 발표 날 기준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주민들에게 얘기해뒀다"며 "투기세력이 있긴 했지만 파는 사람이 없어서 구매까지 연결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모아타운 추진을 통해 2026년까지 총 3만가구 이상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7월 중 추가로 ‘모아타운 대상지’ 공모를 실시할 예정이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러시아 멸시 받았지만 포기 안해" 숨은 주역들의 눈물[누리호 성공]
수정 2022.06.22 15:05입력 2022.06.22 14:26

고정환 KARI 본부장 등 연구진 30년 결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2차 발사일인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거치된 누리호가 최종 점검을 받으며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6.21 고흥=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30년간 노력이 드디어 빛을 봤다. 우리 기술로 우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이제 시작이다."


누리호 개발의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연구진과 500여명의 엔지니어들은 누리호 발사 성공에 서로 감싸 안고 감격했다. 누리호 사업을 총괄한 고정환 KARI 본부장은 고대하고 기다렸던 순간이 오자 "누리호가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하는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울먹였다. 5개 부서와 16개팀, 250여명의 인력들은 기술 자립을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한 결실을 맺는 순간, 말을 잊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왼쪽부터),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 한영민 발사체엔진개발부장

2000년 KARI에 합류한 고 본부장은 액체추진 과학로켓(KSR-Ⅲ) 개발을 담당했으며, 2002년 8월부터 러시아와 협업한 나로호(KSLV-I) 개발에 참여했다. 나로호는 2013년 1월 3차 발사에 성공했다. 이어 누리호 개발 초기부터 함께했으며, 7년간 사령탑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장영순 발사체계개발부장과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 한영민 발사체엔진개발부장 등도 누리호 개발 초기부터 함께 고생한 인물들이다.


국내 기술만으로 75t 액체엔진을 개발하던 과정은 좌절과 재도전의 연속이었다. 고 본부장은 "우리가 기술력이 부족하니까 러시아에서 멸시도 받았지만, 끊임없이 도전했다"면서 "액체엔진 연소 불안으로 설계를 수십 차례 바꾸며 각고의 노력 끝에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했다"고 회상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장 부장은 "3호기는 1, 2차 비행시험 때 만약 문제 있을 시 예비모델로 개발됐다"면서 "현재 단별 조립 완료 목표는 오는 12월 말인데 이번 2차 발사 성공으로 3호기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1차 발사에 해당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탑재되는 위성은 차세대 소형위성 2호로 시기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지만 내년 초 쯤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누리호에 들어가는 초소형 큐브위성은 카이스트(KAIST),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조선대학교 등 4곳의 대학원생들이 만들어냈다. 위성이 궤도에 오르면 큐브위성이 이틀 간격으로 빠져나와 각자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중학생이었던 2013년 나로호가 발사되는 걸 보면서 우주에 다가가는 일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면서 "작게나마 발걸음을 맞출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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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조’ 원전 수주전 닥치는데…정부 전담 인력은 ‘8명’
수정 2022.06.22 16:32입력 2022.06.22 11:26

'원전수출전략추진단' 연내 출범…원전 수출 컨트롤타워
수출 전담 정부 조직은 8명 규모…정부 전략 지원 '역부족'
체코·폴란드 수주전 등 과제 산더미…업무 과부하 우려도
원전차관보 신설도 난항 겪을 듯…정부조직법 개정해야

경북 울진에 위치한 신한울 1·2호기 전경. [사진 = 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의 원자력발전 수출 활성화 전략이 부처 이기주의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전 수출 컨트롤타워 격인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은 올 하반기 출범할 계획이지만 정작 추진단을 뒷받침할 실무 조직은 마련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 담긴 원전 차관보(1급) 신설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 원전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국 등 1개 국(局)이 총괄한다. 원전산업정책국은 원전산업정책과, 원전수출진흥과, 원전환경과, 원전지역협력과 등 4개 과(課)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원전 수출 업무를 전담하는 건 원전수출진흥과다.




업무 과부하 우려

문제는 원전수출진흥과가 8명 규모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원전 수출 활성화가 윤석열 정부 핵심 국정과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담 조직 규모는 크지 않다. 이에 현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원전수출진흥과를 ‘원전수출국’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기존 과 단위 조직 1개만으로는 정부의 원전 수출 전략을 지원하는 게 역부족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등 소관 부처 견제에 원전수출국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정부 전략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수출진흥과는 원전수출국이 담당할 계획이었던 추진단 실무 총괄도 맡게 됐다. 당초 국 단위 조직이 맡기로 했던 업무를 과 단위 조직이 담당하게 된 셈이다.

업무 과부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8명 규모의 원전수출진흥과가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추진단 실무를 맡게 된 데다 체코, 폴란드 등 한국이 노리고 있는 해외 원전 수주전도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당장 8조원 규모의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체코는 오는 11월 본입찰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협상을 시작한다. 폴란드는 40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폴란드 정부는 한국, 미국, 프랑스 등 3개국에 원전 사업을 제안했다. 본입찰은 내년 개시된다.


눈앞에 닥친 원전 수주전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한국에 12조원 규모의 원전 사업 입찰참여요청서를 보냈다. 사우디는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지은 바라카 원전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원전 수주 여부를 가르는 요소 중 정부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면서 "원전 건설의 기술력과 경제성으로 보면 한국 경쟁력은 이미 확실하다"고 말했다.




원전 차관보도 쉽지 않을 듯

정부 국정과제인 원전 차관보 신설이 쉽지 않다는 건 또다른 문제다. 정부조직법상 산업부는 차관보를 1명만 둘 수 있다. 이미 통상 차관보가 있는 산업부에 원전 차관보 자리를 만들려면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여소야대 국면으로 인해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조직 개편을 중장기 과제로 미룬 상황에서 추진단 출범에 발맞춰 원전 차관보를 신설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행안부, 기획재정부 등 소관 부처의 견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국내 원전 산업을 위해 부처 이기주의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탈원전 여파로 황폐화된 원전 생태계 복원이 시급한 만큼 원전수출국 신설 등 정부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원전 수출은 최근 5년새 계약 건수가 반 토막 났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원전 수출 계약 건수는 30건으로 5년 전인 2015년(62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기업들은 지난 5년간 생사기로에 내몰렸다"면서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하루가 급한데 정부 부처들은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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