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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핫소스 없는 식탁"…기후위기가 초라한 식탁 부른다

수정 2022.06.12 14:34입력 2022.06.12 14:34

기후위기로 식량 수급난 심각해져
햄버거 프랜차이즈 '감자튀김·양상추 실종사건'
우크라전쟁·최악의 가뭄 등으로 아프리카 기아 인구 늘어

기후위기로 인해 식량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지난해 일정 기간 동안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는 감자튀김과 양상추가 미제공됐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픽사베이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기후위기가 인류에게 식량난이란 끔찍한 재앙의 모습으로 닥칠 것이란 경고는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지만 이미 우리 앞의 현실이 됐다. 다양한 식재료가 오르던 식탁은 식량 수급난으로 인해 점점 초라해지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 수급 문제가 국내에 크게 대두된 발단은 '양상추 실종사건'이었다. 지난해 말 이상한파로 양상추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햄버거 프랜차이즈 등에서 양상추 빠진 제품을 제공한 것이다. 양상추가 부족해 작고 홀쭉해진 햄버거를 두고 '마카롱 버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지난 1~2월에도 기후위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까지 더해져 양상추와 감자튀김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당시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일부 매장은 감자튀김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후렌치후라이 대신 맥너겟과 치즈스틱 중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식탁의 매운맛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스리라차 소스의 제조사 '후이퐁'은 지난 4월19일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약 5개월 간 생산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최근 캘리포니아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원재료인 할라피뇨 고추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스리라차 소스는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왔다.


후이퐁은 "불행히도 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며 "필수 재료(고추) 없이 우리는 어떤 제품도 생산할 수 없다"고 배경을 전했다.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멕시코 등의 농장에서 원재료인 고추를 확보해왔다. 하지만 최근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극심한 가뭄과 이상 기온이 이어지면서 품질은 물론,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국민생선이었던 명태가 자취를 감춘 원인으로도 기후위기가 꼽힌다. 명태는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 어장에서 매년 수만톤씩 잡혔지만, 기후변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 등으로 아프리카 기아 인구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사진은 말리 중부지역 세구 근처 들판에서 밀을 체로 치고 있는 말리 여성들 모습. [세구 AP=연합뉴스]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 수급난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전세계 식량지도가 변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과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악재가 겹쳤다.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6일(현지시간) 식량 위기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우크라이나 전쟁, 극단적인 날씨, 코로나19 등의 파급 효과로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내몰렸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아프리카에는 최악의 식량난이 닥쳤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겹치면서 수많은 이들이 굶주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아프리카는 밀의 4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작물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고, 러시아군이 흑해 항구를 장악해 곡물 수출 활로도 가로막혔다.


한편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세계 식량·농업 유전자 자원 조사' 보고서에서 "2055년까지 땅콩, 토마토, 콩 등 인간에게 중요한 식량 자원의 야생 종자 22%가 멸종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00~2000년 사이에 기후변화 때문에 전 세계 식용 식물 가운데 75%가 사라졌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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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는 성공했는데, 민주당은 왜 졌나"…지난 5년 평가론 野에서 제기
수정 2022.06.12 20:23입력 2022.06.12 09:01

지방선거 참패 후 비대위에서 선거패배 평가론 제기
대선·지선 패배 분석 넘어 文정부 평가론 제기
'문재인 잘했지만 졌다'는 유령 넘어서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1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 총사퇴를 결정한 가운데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가 썰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6·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책을 논의할 예정이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방선거 참패 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지방선거는 물론 대통령선거까지 평가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다. 최근에는 평가 영역을 넓혀 문재인 정부 5년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8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지선 평가 토론회’가 초재선 의원 중심으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 중 비공개로 진행됐던 토론 가운데는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민주당을 떠도는 2개의 유령을 극복해야 승리할 수 있다"면서 "이재명 의원(지난 대선후보)에 대한 ‘졌잘싸’ 유령과 문 전 대통령 관련 ‘잘했졌’(잘했지만 졌다)는 유령"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공한 (전직) 대통령과 성공한 대선후보였다면 민주당은 대선 패배 원인이 없는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당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문재인 정부 때 운영에 가깝게 관여하신 분들도 지금 시점에 와서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인격이나 헌신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정부 자체의 공과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새 비대위에 초선 대표로 참여하는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비대위의 성격을 언급하면서 "선거에 져놓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무엇을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당연히 쇄신이 수반돼야 되고 지난 선거 과정, 집권 5년과 총선, 대선, 지선 모든 것들을 평가가 같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비대위"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논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5년에 대한 성역을 깨는 시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역대 여당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통상 여당의 경우 정권교체론을 앞세운 야당에 맞서 현 정권과 차별화를 모색하는 일들이 빈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문 전 대통령을 의식한 듯, 차별화에 나서지 못했다. 더욱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정부의 역사를 성공의 역사로 기록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사로잡혔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책 등 일부 정책을 빼놓고는 문재인 정부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최 부소장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진보세력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채택했지만, 실천을 통해 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고 부족용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 "구호만 성공적이었고 집행하는 순간 폭망하는 정책이었다"면서 "촛불연합의 한 축이었던 부·울·경 보수와 2030 청년 보수를 쫓아낸 이슈였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시급 6470원의 최저임금을 3년내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즉 한국 진보 진영이 생각한 진보적 정책 등이 문재인 정부에서 현실화됐지만, 그 결과는 정책이나 정치 어느 쪽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승리하는 민주당이 되기 위해서는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며 "조국 논란이나 추미애-윤석열 갈등, 검수완박과 같은 정무적 이슈에 대한 반성과 함께 최저임금 1만원, 소득주도성장론, 부동산 정책, 임대차 3법, 종부세와 양도세 이슈, 탈원전과 같은 정책적 이슈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부소장은 "개혁은 좋은 것이지만 운동권틱한 개혁이 좋은 것이 아니다"라며 "진보적 가치지향은 분명히 하되 반드시 유능한 개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5년을 평가하는 작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지난 대선, 지방선거 평가 작업이 이른바 이재명 책임론으로 흘러갈 수 있다면, 5년 평가 작업의 경우에는 당내 또 다른 주도 세력인 친문을 흔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친명의 밑바탕에도 역시나 문 전 대통령 지지층이 있는 만큼 이런 평가 작업이 민주전당 전반의 지지층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잇따른 참패 속에서 민주당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역시나 나온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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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범죄' 드러난 대구 변호사사무실 방화…충격에 휩싸인 변호사들
수정 2022.06.12 07:05입력 2022.06.12 07:05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으로 법조계는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이 사건은 법정에서 자신을 패배케 한 상대측 변호사를 겨냥한 보복성 범죄로 드러나 일선 변호사들은 공포심마저 느끼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단체들은 변호사들에 대한 안전망을 확보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을 "법질서를 훼손한 반문명적 테러"로 규정,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정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조계는 지난 9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를 주시하고 있다. 전날 사망자 7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소견이 나왔다. 사망자 중 변호사, 사무장이었던 남성 2명에게선 자상(흉기에 찔린 상처)이 발견됐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아닐 것이란 소견도 나왔다.


이 사건은 50대 남성 천모씨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일어난 것으로 경찰은 본다. 전씨는 9일 오전 10시55분께 법원 인근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빌딩 중 지상 2층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 고의로 불을 질렀다. 그는 건설사업에 돈을 투자했다가 잃어 민사소송에까지 휘말렸고 소송에서 패하자 소송 상대편을 도운 변호사의 근무지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 사건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법정에 나가 승패가 갈리는 일이 일상이고 이를 업으로 삼고 있는 변호사들로선 그럴 수 밖에 없다. 그간 쉬쉬하던 문제가 이번 사건으로 표면화됐다는 분석도 많다.


한국법조인협회는 "변호사는 크고 작은 폭언과 협박에 노출돼 있어 그것이 실제 위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있었다"며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어도 사건 관련자가 변호사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사회구성원들의 합의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본인이 패소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순간에 무고한 희생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비인륜적 행위이며 그 때문인 비통함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변호사에 대한 테러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변협도 "자신의 역할과 직무에 충실하여 최선을 다한 상대방 변호사를 겨냥한 무자비한 테러가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에서 자행되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범죄는 단순히 변호사 개인을 향한 범죄를 넘어 사법체계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자 야만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수록 변호사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지난 10일 오후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법무부 장관으로서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고 피해자 지원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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