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인천 민심…李 '민주 텃밭'에서도 고전
조응천 "솔직히 민망"…이상민 "李바람? 부풀려진 기대"
전문가 "'이재명 맞춤형' 선거 전략, 역효과로 작용"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경쟁자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와 민주당 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선 후보를 지낸 이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윤 후보와의 대결에서 고전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은 민주당 '텃밭'으로 일컬어졌기에 이런 결과를 두고 '예상 밖 고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당 일각에선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대선 패배 후 불과 2개월 만에 정치적 고향인 성남시와 경기도가 아닌 연고 없는 인천에 출마한 이 위원장의 '정면 돌파' 시도가 역효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천 지역의 심상치 않은 민심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한 뒤 약 2주가 지난 현재까지 유달리 유세 현장에서 논란이 많았다. 11일 오후 계양구 일대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이 위원장은 한 시민으로부터 욕설과 항의를 들었다. 이 시민은 이 위원장을 향해 "계양이 호구냐. 여기 왜 왔어. 분당에 가" "여기 오는 자체가 쪽팔려"라고 소리쳤다. 20일에는 60대 남성이 거리 유세를 하던 이 위원장과 일행을 향해 철제 그릇을 던져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물론 욕설이나 폭력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시민들의 강한 항의와 부정적 반응은 이 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바라보는 싸늘한 민심의 반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위원장은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열세를 보이는 현 상황에 대해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우리 후보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운데 저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대선 패배 후유증으로 좌절감이 크게 지배하고 있어서 아직은 결집도가 많이 떨어지는 포기, 좌절 상태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지난 19∼20일 계양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8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3%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 자동응답 방식,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위원장의 지지율은 45.8%, 윤 후보는 49.5%로 오차범위 내에서 이 위원장이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혹감이 감지된다. 조응천 의원은 2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민망하고 속상하다. 저도 지방선거 후보들과 지역을 샅샅이 누비고 있는데 4년 전과는 격세지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 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출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예견된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저는 애초부터 지금 (이 위원장이) 움직일 때가 아니라고 계속 말씀을 드렸다"며 "(민주당은)악재가 겹치고 있고 대통령 취임 3주 만에 치러지는 선거가 쉬울 리가 있겠나. 진정성을 가지고 읍소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상민 의원도 이 위원장의 조기 등판과 6·1 지방선거 역할론에 대해 "너무 부풀려진 기대"라며 "이 위원장의 등장이 지지자와 당원을 결집하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부정인 측면도 있다. 대선이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왜 나왔지?'라는 부분이나, 신변에 관한 스캔들 등 이런 측면이 혼재된 것을 생각하면 큰 바람이 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날 “여론조사 결과를 존중한다”고 했던 위원장은 24일 인터뷰에선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며 투표를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ARS 조사에서 지고 있더라’ 라는 건 포기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작전일 수 있다. 거기에 넘어가면 안 된다. 연고는 가지고 있지만 무능력하고 영향력도 미미한 경우라면 그게 과연 도움 되겠는가”라며 연고를 따지기보단 실력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인천 지역에서 이 위원장 출마를 두고 '인천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 '만만하냐' 이런 정서가 작동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나름 전략적으로 이 위원장을 투입했고, 당내 입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도 맡겼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전략이 인천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역효과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