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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의 둔촌주공…중재나선 국토부-서울시

수정 2022.05.24 08:23입력 2022.05.23 13:00
역대 최대 재건축 사업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가 공사 중단 사태에 직면했다. 조합과 시공사 간 사업비를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 등 4개사)은 오는 15일부로 공사 중단을 예고했다. 사진은 14일 재건축 현장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사 중단 사태를 빚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자체에 이어 정부까지 사실상 갈등 중재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조사가 둔촌주공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서울시, 강동구청은 이날부터 다음달 3일까지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의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한다.


당초 7월 정기점검 예정돼 있었으나, 공사 중단으로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한 일부 조합원들의 민원에 따라 조사 일정을 앞당겼다. 합동점검반은 조합의 용역업체 선정과 계약, 자금차입, 예산편성과 집행 등 회계처리, 총회 개최, 정보 공개 등 운영 전반을 점검한다. 특히 공사 중단 사태로 번진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 요인 부분도 들여다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조합과 시공단, 그리고 조합 내부 갈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공단과 팽팽히 대치 중인 조합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일부 조합원들은 이번 조사가 조합에 일종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점검 과정에서 조합 운영상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조합의 대표성이 흔들릴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합장 해임, 새 집행부 선출 등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합 집행부는 이번 조사를 조합의 투명성을 증명하는 기회로 보고 있다. 조합 집행부는 합동점검 사실이 알려진 후 조합원들에게 "조합이 비리와 무관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은 조합과 시공단 간 갈등으로 지난달 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공사비 증액에 대한 입장차가 원인이지만, 전임 조합장과 시공단이 맺은 공사비 증액계약을 인정할지를 놓고 팽팽히 맞서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조합과 시공단 앞에 놓인 상황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시공단은 7월까지 타워크레인 등 건설 중장비를 모두 철거하겠다는 계획이어서 공사중단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8월24일 사업비 7000억원에 대한 대출만기가 도래하는데 그전까지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대출만기 연장도 어려울 전망이다. 조합원은 1인당 1억원 이상 사업비를 갚아야 하고, 이를 못 갚을 경우 대주단(대출 금융사 단체)이 시공단에 대위 변제 요구, 시공단이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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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강' 못 넘은 민주당, "의원직 잃을 만큼 잘못했나" 최강욱 수호
수정 2022.05.23 10:55입력 2022.05.23 10:40

최 의원 '조국 아들 인턴 확인서 허위 작성' 의원직 상실형 받아
고민정·김의겸 등 "조국 일가 수사 처음부터 의도적" 반발
진중권 "'지키자'가 유일한 어젠다…'더불어지킨당'으로 바꿔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경력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2심에서도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같은 당 최강욱 의원을 적극 수호하고 나섰다. 이들은 집단 성명을 내고 "의원직까지 잃을 만큼의 잘못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번 판결이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조국 사태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여러 차례 사과와 쇄신을 다짐한 민주당이 또다시 '조국의 강'에 빠진 모습이다.


민주당 등 야권 인사 18명은 지난 20일 최 의원 재판 관련 성명을 내고 "최 의원이 의원직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조 전 장관 아들에게 써 준 인턴 확인서에 16시간이라는 단어가 총량인지 주당 시간인지를 모호하게 썼다는 것이 유죄의 주된 이유"라며 "조 전 장관 아들은 실제 최 의원 사무실에 여러 차례 와서 인턴 활동을 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과 기록도 명확하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는 처음부터 의도적이었다. 검찰이 자기 자신 만을 위해 국민이 준 칼을 휘두른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 중 누가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인사청문회도 하기 전에 수많은 압수수색을 당했는가"라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온 가족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도, 전관예우에 로펌 회전문을 몇 번이고 들락날락해도, 논문 대필 의혹을 받아도, 조국이 아니기에 괜찮은 것이냐"며 따졌다.


성명에는 한병도, 이용선, 윤영찬, 정태호, 고민정, 김영배, 진성준, 윤건영, 신정훈, 윤영덕, 박영순, 김승원, 문정복, 박상혁, 이장섭, 이원택,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참여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는 조 전 장관 아들 조모씨의 인턴 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최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최 의원은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지난 2017년 10월 조씨의 인턴 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조씨가 지원한 대학원의 입시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2020년 1월 기소됐다. 조씨는 이 확인서를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활용했고 2018년 두 대학원에 모두 합격했다.


최 의원이 발급한 조씨의 인턴 경력 확인서에는 '2017년 1~10월 매주 2회 총 16시간 인턴 활동을 했다'고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가 확인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활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가 법무법인에 매주 2차례 또는 상당 횟수에 걸쳐 방문했다는 정황을 찾을 수 없고, 어떤 일을 했는지 확인할 자료가 없으며, 조씨의 인턴 활동 시간 등에 대한 최 의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최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


최 의원은 선고 직후 "인턴 활동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나 기준이 있을 텐데 왜 법원은 별도의 기준을 가지고 세밀하게 판단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이번 판결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최 의원의 판결에 대한 태도와 야권 의원들의 '최강욱 지키기'를 두고 민주당이 또다시 조국의 강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을 전후로 조국 사태와 관련해 여러 차례 사과와 반성 입장을 밝히며 쇄신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는 의도적인 것"이라는 등 반성과는 상반된 발언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개혁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국 지키기, 문재인 지키기, 이재명 지키기, 최강욱 지키기, '지키자'가 민주당의 유일한 정치 어젠다"라며 "애초에 지켜야 할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대체 뭣들 하는 짓이냐. 아예 당명을 더불어지킨당으로 바꾸라"고 질타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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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바이든과 우정은 과시…기대 못미친 실익
수정 2022.05.23 13:32입력 2022.05.23 13:00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생각해 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환영만찬장.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아일랜드계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인간의 영광’의 한 구절을 읊으며 양국의 동맹 관계를 재확인했다.


예이츠의 시가 등장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든 생각은 한마디로 ‘세심함’이다. 이 시는 지난 2017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유 메달’을 수여하며 읊은 시 구절이다.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 온 아일랜드 이민자 혈통 출신이자 아일랜드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온 바이든 대통령은 이 시 구절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힌 바 있다.


친구 사이의 세심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선물로 ‘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가 새겨진 푯말을 준비했다. 헤리 트루먼 미국 33대 대통령이 재임 중 집무실 책상 위에 놓았던 푯말을 본뜬 탁상용 푯말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유튜브 방송 ‘석열이네형 밥집’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집무실 책상에 이 푯말을 두고 싶다고 한 말을 백악관이 놓치지 않은 것이다.

세심함과 함께 서로의 개인사를 터 놓을 만큼 친밀한 관계를 다진 대화들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출마 이유에 대해 "검사로 27년 살다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느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민자 혈통이자, 이른바 흙수저 출신이었지만 정치를 바꿔보고자 했던 이야기를 하며 서로 자유민주주의를 토대로 한 신의를 쌓았다.


하지만 우정을 쌓은 것과는 별개로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한국은 미국 기업의 직접적인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각각 170억달러(약 20조원), 105달러(약 13조원) 투자를 약속 받은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또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을 빠르게 확정하면서 대중 외교 관리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외교에서는 명분 못지않게 실리도 중요하다. 훌륭한 친구를 사귀는 것 이상의 확실한 국익도 챙길 필요가 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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