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시비비]윤석열의 술, 문재인의 책

수정 2022.05.18 15:18입력 2022.05.18 11:14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소종섭 정치사회부문에디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상징어가 책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의 상징어는 술이다. 어떤 것이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고 다르다는 뜻이다. 책과 술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책은 정적이고 술은 동적이다. 책은 학구적이고 술은 활동적이다. 책은 혼자 읽고 술은 같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책을 읽는 것은 곱씹는 것과 연결되고 술을 먹는 자리는 내뱉는 것으로 이어진다.


과거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책 좀 그만 읽고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있을 때 관저로 퇴근하면 독서를 하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책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다는 평가다. 그렇다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참모들을 불러 밤 늦게까지 역동적으로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같은 게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문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도왔던 사람들도 "청와대에서 나를 부르지 않는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문 전 대통령은 이른바 '대면 소통'을 어려워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문 전 대통령의 성정이었다. 그래서 문 전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 가서 저녁 먹고 왔다"는 말을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었다. '소통'을 표방했던 대통령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소통'이 문제가 됐던 이유도 이런 이유가 컸다.


윤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술'이 자주 오르내린다. 정계 입문을 앞두고 정치인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술자리가 언론에 자주 노출됐다. 대선 운동 과정에서는 "삽겹살과 소주가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선거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야당 대표들에게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기는 했지만 대통령실 직원들이 낮술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렇잖아도 윤 대통령은 검찰에 있을 때부터 애주가로 유명했다. 술자리와 관련한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많다. 윤 대통령과 검찰에서 같이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당해 낼 사람이 없다"고 표현했다. 대선 후보 시절 몇 차례 윤 대통령과 술자리를 같이 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폭탄주를 꺾어(나눠)먹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계속 한 번에 마시는 것을 보며 놀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술은 어쩌면 바늘과 실 같은 관계인지도 모른다.

술자리에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대면 소통'에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는 윤 대통령의 성정과 어우러진다면 음주가 여야 정치권의 협치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조만간 문을 연다는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에서 저녁 모임이 활발하게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그러나 위기 요인도 있다. 음주는 보통 자제력을 약화시킨다. 대통령의 언급이 길어지고 불필요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면 메시지의 혼선이 올 수 있다. 그때는 소통이 아니라 정리가 필요해지는 상황이 된다. 이재오 전 의원이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술자리도 절제해야 한다. 야당과 만나서 협치를 의논할 때나 술을 마셔야 한다"고 말한 게 주목되는 이유다.




소종섭 정치사회부문에디터 kumkang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백발 되어 떠나는 정은경 청장 … "K-방역, 그 자체였다"
수정 2022.05.18 14:55입력 2022.05.18 11:22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의 4년10개월
"머리감는 시간도 아깝다" 코로나19 대응 헌신 인정
오미크론 확산 땐 文 정부 대신해 비판 받기도

2020년 1월(왼쪽)만 해도 검은색이었던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의 머리카락이 같은 8월(가운데)과 이임식을 가진 17일에는 점점 더 하얗게 바뀌었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4년10개월간의 다사다난한 임기를 마치고 'K-방역수장' 자리에서 떠났다. 재임 기간의 절반인 2년4개월여를 코로나19 최전방에서 싸워 온 그는 "공직자로서 자기 일을 잘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고, 덕분에 무거운 소임을 마칠 수 있었다"며 "커다란 보람이자 영광이었다"는 소회를 남겼다.


정 전 청장은 17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엔 충북 청주시 질병청으로 돌아가 이임식을 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퇴임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임식에서 직원들은 정 전 청장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편지와 영상, 꽃다발 등을 전달했다. 정 전 청장은 이임사에서 "코로나19 유행 극복과 질병 관리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서 제게 커다란 보람이자 영광이었다"면서도 "유행이 진행 중인데 무거운 짐을 남기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는 "우리의 결정과 판단이 국민 생활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쳐 질병청의 책임이 막중해졌고 국민의 시선과 기대가 부담스럽고 무거울 것"이라며 "책임감은 무겁게 가지되, 더 자신감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리라 믿고 응원하겠다"고 당부했다.


의사 출신인 정 전 청장은 1995년 질병관리본부(당시 국립보건원) 연구원 특채로 공직에 입문해 28년간 질병 관리 및 방역 현장에서 헌신해 왔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도 위기관리에 앞장섰지만 당시 사태 확산의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장에 임명된 뒤 코로나19로 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면서 초대 청장을 맡았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을 펼쳤다. 국민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직접 설득하며 80%의 높은 백신 접종률을 이끌어낸 것도 정 전 청장의 성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성실한 대응과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행 초기 대구·경북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했을 때 머리 감을 시간을 아끼겠다면서 머리를 짧게 자른 일화와 도넛과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다반사였던 업무추진비 이용 내역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계속될수록 늘어가는 흰머리, 닳아버린 구두에도 정 전 청장의 차분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대응은 코로나 극복의 상징처럼 인식되기도 됐다. 'K-방역'의 성과가 주목을 받으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서 상징적인 인물이 된 만큼 문 정부의 성과와 함께 비판도 그의 몫이 됐다. 올 들어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방역정책을 완화한 결과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자 방역수장으로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K-방역'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하고 '과학적 방역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하자 정 전 청장은 떠나는 순간에도 "질병청은 과학적 전문성을 핵심으로 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국민의 신뢰와 보건의료분야 리더십은 우리의 전문성에서 나온다"며 직원 개인의 역량, 기관의 정책·연구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영웅' 등의 평가를 받은 데 대해 "너무 과분하다"며 코로나19 극복에 온 마음을 모아주신 국민과 일선 방역담당 공무원, 의료진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당분간 쉬면서 고민하겠다"고 답했지만 질병청 안팎에서는 모교인 서울대 의과대학 등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재용이 낙점한 '로봇 사업' 판 커진다…삼성·LG·현대차 출사표(종합)
수정 2022.05.18 15:19입력 2022.05.18 15:19

삼성전자, '젬스' 출시 앞두고 공격적 인재 수혈
로봇시장은 연간 두 자릿 수 성장 중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부문 인력을 대폭 늘린다. 첫 상용화 제품인 ‘젬스’ 출시를 앞두고 공격적인 인재 수혈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낙점한 핵심 미래사업의 한 축인 로봇을 미래먹거리로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공격적 인재 수혈 나선 삼성전자=18일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삼성전자 로봇사업팀은 인력을 현재(130여명) 대비 연말까지 2배 이상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생 조직이다 보니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인력을 현재 대비 연말까지 2배로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로봇사업팀이 공격적인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 사업화 태스크포스(TF)에서 정식 부서로 격상됐지만, 인력 규모가 여전히 TF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서다. 인력난에 아직 제대로 된 신사업·개발 기획팀도 꾸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생 조직의 특성상 내부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 만들어진 부서다 보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성과나 고과가 가장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부에서 필요 인력을 뽑는 잡포스팅 등이 원만하지 않다"고 귀띔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외부 경력 채용 등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외부의 우수한 인재를 적극 채용해 사업 본격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로봇사업팀은 최근 ▲기구·HW 개발 ▲해외영업 ▲상품기획 ▲로봇 규격 ▲사업전략 등 총 19개 직군에 대한 대규모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했다. 지난달에도 의료용 로봇 개발과 밀접한 임상마케팅·임상연구 직무에 대한 채용 공고도 올린 바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첫 의료용 로봇 제품 ‘젬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로봇 상용화 시점이 임박함에 따라 공격적인 인재 수혈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대로 인력을 현재 대비 2배로 늘린다면 연말에는 26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팀이 신설된 지난해 초 12명과 비교하면 약 20배 이상 덩치를 키우는 셈이다.


LG, 현대차그룹 등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잇따라 로봇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와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초연결 시대가 되면서 지금까지 1위를 달렸던 가전, 자동차 부문의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로봇, 인공지능(AI)의 접목이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로봇시장 연간 두자릿수 성장...삼성 첫 상용화 나서며 도전장=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부터 연평균 13%씩 성장, 2025년 이후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로봇산업협회가 내놓은 최신 통계에서도 2020년 기준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8577억원 수준으로 2019년보다 34.9% 증가했다.


로봇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먹거리 중 하나로 점찍은 분야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로봇,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향후 3년 간 240조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이 신사업 분야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이후 삼성 내 로봇 사업도 가속이 붙었다.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 태스크포스(TF)를 정식 조직인 사업팀으로 격상시키고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예고한 시점도 지난해 연말이다.


삼성의 로봇사업은 현재 건강과 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는 고관절에 착용하는 보행보조로봇 젬스 상용화가 목표다. 삼성전자는 젬스 상용화 이후 ▲상점에서 주문과 음식 서빙 등을 돕는 ‘삼성봇 서빙’ ▲고객 응대 ‘삼성봇 가이드’ ▲돌봄 로봇 ‘삼성봇 케어’ ▲설거지 등을 돕는 가정용 로봇 ‘삼성봇 핸디’ 등도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M&A)을 진행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일찌감치 로봇 찍은 LG·현대차…보급 확대 단계=2003년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로봇청소기를 출시하는 등 일찌감치 로봇을 미래사업의 한 축으로 삼은 LG는 이미 7개의 로봇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에서 LG 클로이 안내로봇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LG 클로이 서브봇 2종(서랍형·선반형), LG 클로이 바리스타봇, LG 클로이 셰프봇, LG 클로이 UV-C봇 등 운영 중인 ‘클로이 로봇’ 라인업을 총 6종으로 강화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잔디와 정원 환경에 최적화한 한국형 잔디깎이 로봇을 출시했다. 사무실이나 호텔 로비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업용 로봇 청소기도 이달 중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고 실내외 통합배송 로봇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LG전자의 로봇 투자도 성과 단계에 있다. 2017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SG로보틱스를 시작으로 AI 스타트업 ‘아크릴’,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티즈’, 미 로봇개발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2018년에는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를 인수해 현재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차그룹도 5대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로보틱스를 꼽고 연구개발을 진행,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착용형 로봇은 보행이 불편한 이를 위해 2014년부터 개발했다. 독자 개발한 의자형 착용로봇 CEX, 조끼형 착용로봇 VEX는 현장에서 시범적용하는 등 검증을 거쳐 2020년 10월 미국공장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쓰고 있다. 지금은 이를 의료용으로 확장, 하반신 마비환자의 보행을 돕거나 재활과정에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I 기반의 서비스로봇은 고객 응대 서비스를 하는 ‘달이’, 호텔 내 배송서비스를 하는 ‘H2D2’가 있다. 달이는 얼굴인식과 자연어 대화, 자율이동 기술 등이 들어갔다. 지난해 초 첫선을 보인 이후 일부 지점에서 고객응대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경인지, 상황판단, 매커니즘 등 로보틱스 기술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이동수단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라며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도 급격히 성장하는 로봇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동으로 다음기사가 보여집니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