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빙수' 시즌 시작
전년대비 30%까지 인상
일일한정에 대기 1시간
업계 "망고 가격 오른 탓"
인지도 높일 대표 메뉴
좋은 재료 사용은 필수
MZ "아깝다 생각 안 해"
'여름 소확행 코스' 각인
SNS 인증사진도 인기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망빙(망고빙수) 시작했대. 먹으러 갈 사람?"
직장인 허시원씨(29)는 신라호텔서울의 제주산 애플망고빙수 개시 소식을 접하자마자 카카오톡으로 같이 갈 친구들을 모았다. 작년에도 함께 호텔 빙수를 먹으러 갔던 멤버들은 흔쾌히 승낙했다.
올해 신라호텔 망고빙수 가격은 8만3000원. "이러다 금방 10만원 되겠다"는 푸념은 오갔지만, 그날 입고 갈 옷 등을 고르며 카톡방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허씨는 "작년보다 2만원 가까이 오른 가격에 놀라긴 했어도, 친구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고 하루 힐링하고 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여름 하루 이 정도는 나에게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은 호텔업계가 앞다퉈 망고 등 다양한 토핑을 올린 빙수를 출시하는 달이다. 올해는 주요 호텔 대부분이 작년보다 인상된 가격으로 빙수를 선보이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호텔 빙수는 전년보다 가격이 15~30% 인상됐다. 호텔신라의 제주산 애플망고빙수는 올해 8만3000원으로 지난해 6만4000원에서 약 30% 인상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대비하면 53.7% 뛰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망고빙수는 지난해 4만8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올랐고, 그랜드하얏트는 지난해 4만2000원에서 올해 5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지난해 9만8000원짜리 샤인머스캣빙수로 호텔 빙수 최고가를 찍은 조선팰리스는 올해 8만원대의 카라향빙수를 선보인다. 롯데호텔은 오는 16일 공개할 예정으로 현재 가격 막판 조율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원료인 망고 가격이 오른 것이 가장 크다. 전반적인 국내 물가 상승, 팥, 우유 등 부자재값 상승 때문에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호텔 빙수는 호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대표 메뉴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 좋은 재료를 쓴다. 애초에 마진이 많이 남는 상품이 아니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망고 5㎏의 평균 도매 가격은 4만1000원으로 1년 전 가격인 3만8600원보다 6% 올랐다.
그러나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망고빙수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빙수를 먹으러 호텔에 가는 행위는 어느새 자신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까지도 온전히 대접한다는 ‘여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코스로 각인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숏을 찍어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MZ세대에게 호텔은 최고의 사진 스폿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작년 가족과 호텔 빙수를 먹으러 다녀온 직장인 임모씨는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확실히 질이 좋다"며 "가족과 좋은 곳에 다녀온다는 ‘플렉스’라고 생각하니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인기에 일일 한정 200그릇만 판매하는 호텔신라의 망고빙수는 주말 기준 1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인터컨티넨탈의 경우 빙수 판매가 시작된 5월 첫주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서울 파르나스가 50%, 코엑스가 12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매행태는 경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단순히 망고빙수를 사서 먹는다는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호텔의 고급스러운 디자인, 분위기 등을 전부 체험한다는 경험소비 측면을 높게 평가한다"며 "다만 SNS 소통이 활발한 MZ세대 사이에서 과시를 하려는 목적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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