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가격 급등
트레이더스 1인당 2개, 코스트코 1일 1개로 구매 제한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구은모 기자, 전진영 기자] 전 세계적인 식용유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한 파장이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식용유 구매 개수를 제한하는 유통채널이 잇따르는 등 ‘식용유 대란’이 현실화한 모습이다. 공급 불안정이 장기화되면 식품과 화장품, 세제 가격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창고형 할인점이 잇달아 식용유 구매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식용유 수급 불안정 사태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자 미리 이를 구매하려는 고객 수요가 늘어서다.
이마트는 전국 트레이더스 매장 20곳에서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2개로, 코스트코 전 지점은 일부 식용유 제품에 한해 1인당 1일 1개로 제한하고 있다. 롯데마트 맥스 등은 아직 별도의 구매 제한을 두고 있진 않지만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중이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앞서 영국과 스페인, 그리스, 터키, 벨기에 등 유럽 국가에서도 대형마트에서 1인당 구매 가능한 식용유가 2~3병으로 제한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미 상승세였던 식용유 가격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해바라기씨유 원료의 주요 수출국이던 우크라이나에서 원료 생산과 수출길이 가로막히자 대체재인 콩기름, 팜유 가격도 동반 상승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내수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팜유 원유와 파생상품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팜유 가격까지 오르자 식용유 대란이 한층 심화한 상황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3월 식용유 지수는 전월보다 23.2% 오른 248.6을 기록했다.
국내 식용유의 소비자 가격도 계속 상승세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 100%(900㎖)’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55원)보다 27.5% 올랐다. 같은 기간 ‘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900㎖)’도 4215원에서 4477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이 같은 식용유 가격 상승은 밥상물가 상승은 물론 외식업계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우선 식용유 가격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외식업계다. 특히 분식·치킨 등 튀김류를 판매하는 업장의 피해가 크다. 업소용 식용유(18ℓ)는 지난해 초만 해도 2만원대 초 중반대에 가격이 형성됐었는데 지금은 5만 5000원~5만 8000원까지 치솟았다. 팜유의 경우 제과나 제빵 등 식품을 비롯해 화장품이나 비누 등에도 광범위하게 들어가는 탓에 식품 제조 기업을 비롯해 화장품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식품 제조 기업 대부분은 수 개월분의 물량을 미리 비축한데다가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주로 사용해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공급 불안정 사태가 이어질 경우 대체재인 말레이시아산 팜유에 대한 수요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공급 불안정 사태 장기화는 결국 또 다시 식용유 가격을 밀어 올리게 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파생된 일이기 때문에 이 상황이 종료되면 어느 정도 정상화는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올해까진 전반적인 가격 상승 영향을 쉽게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 대체재나 대체지를 통해 극복하는 것 외엔 별 다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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