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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스·코스트코 등 창고형 할인점 "식용유 1인당 1∼2병 구매 제한"

수정 2022.05.12 10:02입력 2022.05.11 11:25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격 급등
트레이더스 1인당 2개, 코스트코 1일 1개로 구매 제한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구은모 기자, 전진영 기자] 전 세계적인 식용유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한 파장이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식용유 구매 개수를 제한하는 유통채널이 잇따르는 등 ‘식용유 대란’이 현실화한 모습이다. 공급 불안정이 장기화되면 식품과 화장품, 세제 가격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창고형 할인점이 잇달아 식용유 구매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식용유 수급 불안정 사태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자 미리 이를 구매하려는 고객 수요가 늘어서다.


이마트는 전국 트레이더스 매장 20곳에서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2개로, 코스트코 전 지점은 일부 식용유 제품에 한해 1인당 1일 1개로 제한하고 있다. 롯데마트 맥스 등은 아직 별도의 구매 제한을 두고 있진 않지만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중이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앞서 영국과 스페인, 그리스, 터키, 벨기에 등 유럽 국가에서도 대형마트에서 1인당 구매 가능한 식용유가 2~3병으로 제한된 바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이미 상승세였던 식용유 가격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해바라기씨유 원료의 주요 수출국이던 우크라이나에서 원료 생산과 수출길이 가로막히자 대체재인 콩기름, 팜유 가격도 동반 상승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내수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팜유 원유와 파생상품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팜유 가격까지 오르자 식용유 대란이 한층 심화한 상황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3월 식용유 지수는 전월보다 23.2% 오른 248.6을 기록했다.


국내 식용유의 소비자 가격도 계속 상승세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 100%(900㎖)’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55원)보다 27.5% 올랐다. 같은 기간 ‘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900㎖)’도 4215원에서 4477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같은 식용유 가격 상승은 밥상물가 상승은 물론 외식업계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우선 식용유 가격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외식업계다. 특히 분식·치킨 등 튀김류를 판매하는 업장의 피해가 크다. 업소용 식용유(18ℓ)는 지난해 초만 해도 2만원대 초 중반대에 가격이 형성됐었는데 지금은 5만 5000원~5만 8000원까지 치솟았다. 팜유의 경우 제과나 제빵 등 식품을 비롯해 화장품이나 비누 등에도 광범위하게 들어가는 탓에 식품 제조 기업을 비롯해 화장품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식품 제조 기업 대부분은 수 개월분의 물량을 미리 비축한데다가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주로 사용해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공급 불안정 사태가 이어질 경우 대체재인 말레이시아산 팜유에 대한 수요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공급 불안정 사태 장기화는 결국 또 다시 식용유 가격을 밀어 올리게 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파생된 일이기 때문에 이 상황이 종료되면 어느 정도 정상화는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올해까진 전반적인 가격 상승 영향을 쉽게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 대체재나 대체지를 통해 극복하는 것 외엔 별 다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검사 "부친 구타살해" vs 권투선수 출신 아들 "넘어져 사고사" [서초동 법썰]
수정 2022.05.11 14:04입력 2022.05.11 14:04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아버지가 죽었다. 몸 곳곳이 멍 자국이었다. 권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아들 A씨(21)가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아버지가 혼자 넘어지면서 '사고사'를 당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의 한 법정에서 형사13부(재판장 최수환 부장판사) 심리로 최근 A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검사가 말했다. "피고인은 아버지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해 사망 이르게 했고, 범행 수법도 잔혹합니다. 범행을 부인해 죄질도 좋지 않습니다."


검사는 A씨가 아버지와 둘이서만 살아가는 데 불만을 품은 채 평소 학대를 이어갔고, 사건 당일 집중적으로 구타해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A씨가 술에 취해 인천 미추홀구의 집에 들어온 지난해 1월3일 저녁 9시28분부터 짧은 시간 B씨를 수십 회 '주먹과 발'로 때렸다는 것이다. A씨의 신고로 이튿날 오전 10시38분 119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B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몸 곳곳의 멍을 발견한 경찰이 부검을 의뢰한 결과, 갈비와 가슴 쪽 뼈가 부러지고 여러 장기가 파열된 상태였다.

A씨가 아버지와 단둘이 지낸 것은 2020년 9월부터다. 이혼 후 집을 떠난 어머니의 부탁 때문이었다. B씨는 알코올의존증후군과 뇌병변에 따른 편마비가 있었다. A씨는 외출 시 방 문고리에 쇠젓가락을 끼워 B씨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부검의 및 부검 결과에 대한 법의학자 3명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손상은 타인의 폭행 및 가해행위로 발생한 것"이라며 "(당시) 주거지에 출입한 사람은 피고인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다른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함께 동거한 점 등을 참작했다.


A씨는 불복하고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변호인은 "가슴과 배 등 중요한 손상들이 피고인의 행위로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B씨의 가슴에서 '정사각형' 손상이 발견됐고, 이는 스스로 넘어지는 과정에서 방에 있던 각진 선반 또는 진열대에 부딪쳐 생긴 것이란 취지다. 또한 '노란색 멍은 최소 18시간 이전에 발생한 것'이란 한 법의관의 소견을 토대로 "(일부 손상은) 사망 몇 시간 전 발생했다고 단정할 근거 없다"고 말했다. A씨가 사건 당일 B씨에게 담배와 과자를 사다 주고 재활 운동을 도운 점 역시 함께 전했다.


A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이렇게 최후진술을 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희 아빠께선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뚝뚝하고 자상한 분이셨고, 후에 장애를 얻으셨지만 저는 그런 아빠를 사랑했습니다. (중략) 저는 아직 아빠를 보내드리지 못했습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드리고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 옆에 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재판부는 오는 26일을 항소심 선고기일로 잡았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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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림선 개통에 전세 품귀…“방 없어 청년들 돌려보내요”
수정 2022.05.11 11:00입력 2022.05.11 11:00

당곡역 인근 청년 임대차 수요 많지만
신설역 호재로 전셋값 상승해
전세 매물 부족·가격도 안 맞아

9일 오후 3시 방문한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원룸촌 일대.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이 작년에 비해 많이 올랐다"며 "원하는 조건이 없어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사진=황서율 기자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전셋값이 최근 급격히 올라 마음을 접었어요. 알아보니 신림선 때문에 비싸졌다고 하더군요."(여의도 출근으로 보라매동 주변 매물을 찾는 사회초년생 이민수씨(28·가명))


지난 9일 오후 3시 찾은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당곡역(5월 개통 예정) 인근 원룸촌.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와 얘기를 나누는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전·월세 문의 전화만 두 건이 왔다. A공인 대표는 "신설역이 생기면서 집값만 올랐다"며 "전·월세 문의가 원래 많은 탓도 있지만 청년 임차인 조건에 맞는 전세 매물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세 문의를 남긴 임차인 명부를 서너 장 넘겨 보여줬다. 이름 옆에는 ‘LH대출’, 보증금 1억2000만원 이하 등의 조건이 적혀 있었다.


관악구에서 영등포구까지 서남권을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신림선(샛강역~관악산역) 신설로 인근 전셋값이 뛰고 있다. 당곡역에서 반경 300m 이내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전용면적 23.89㎡)은 지난해 3월 1억5450만원에 전세를 계약했지만 이달 같은 건물 동일 면적 매물이 1억8000만원에 전세계약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립·다세대 전세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3월 관악구가 포함된 서남권 전세가격지수는 101.3으로 전년 동월(99.6)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이날 본 당곡역은 5월 중 개통을 앞두고 이미 역의 모습을 갖춘 상태로 출입만 제한돼 있었다. 당곡역은 신설선 신림선의 역 중 하나이다./사진=황서율 기자

문제는 보라매동을 비롯해 신림선(5월 개통 예정)이 지나가는 관악구 일대가 청년 임대차 수요가 높은 원룸촌 지역이라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말까지 서울 자치구 중 LH청년전세임대로 계약한 비율은 13.69%로 관악구가 가장 높았다. 그만큼 관악구에 청년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쏠린다는 것을 방증한다. 신설역 호재가 오히려 기초자산이 부족한 청년 임차인의 전세난을 낳고 있는 모습이다. 청년들이 이용가능한 전세자금 대출 한도는 최대 1억원에서 1억2000만원 정도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임차인 조건에 맞는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져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전세 가격이 오른 만큼의 상승분을 월세로 받으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C공인 관계자는 "전세는 요즘 찾아보기 어렵다"며 "높은 보증금에 월세 10만~20만원이라도 내는 반전세를 찾는 게 전세를 찾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전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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