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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엔샵도 문 닫았다…'디플레의 나라' 日, 치솟는 물가에 '몸살'

수정 2022.05.09 10:38입력 2022.05.09 01:00

'사토리 세대' 처음으로 물가상승 겪어
아사히 맥주도 17년 만에 가격 인상
치킨값도 36년 만에 올라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세은 인턴기자] '디플레의 나라' 일본이 우크라이나 원자재값 인상에 20년 만의 엔저까지 겹치면서 유례없는 '물가 상승' 쇼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가 상승의 배경으론 '엔저 현상'이 꼽힌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은 엔화를 달러화로 바꾸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은 기존의 제로 금리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에 가속도가 붙었다. '제로 금리 유지'가 발표된 지난 28일, 일본의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엔대까지 추락했다.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약 1000조엔, 한화 9700조원)이 가장 높기에 금리를 함부로 인상할 수 없다. 금리를 올릴 때마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기존 일본 경제의 흐름이던 '경기침체'와는 정 반대 흐름이라 더욱 큰 혼란을 낳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일본의 '사토리' 세대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물가상승을 겪고 있다.


일명 '버블경제'가 붕괴한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간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에 시달려 왔다.


일본의 조사업체인 '데이코쿠 데이터뱅크'는 지난달 기준 105개의 기업이 라면·식용유·음료 등 4081개 품목의 가격을 올렸다고 밝혔다.


저렴한 100엔대의 물건을 판매하던 '100엔샵'도 문을 닫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100엔에 판매할 수 있는 물건들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인 다이소가 '100엔'이 아닌 '300엔'을 기준금액으로 삼은 오프라인 샵을 오픈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난 26일 일본 맥주 업계 1위를 달리는 아사히맥주도 14년 7개월 만에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부터 맥주는 6~10%, 위스키는 7~17% 인상된다.


회사 측은 "비용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고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물류비용이 오르고 엔저 현상도 겹치면서 맥주 원료 수입 물가가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친 걸로 풀이된다.


치킨값도 36년 만에 처음으로 오르는 등 물가 상승은 일본인들의 식생활 전방에 타격을 주고 있다.




김세은 인턴기자 callmese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JY 사면 눈 감은 文…6G·반도체와 함께 새 정부로 바통터치
수정 2022.05.09 15:51입력 2022.05.09 11:09

이재용 부회장 공들였던 사업
尹 정부 국정과제 주요 축으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날까지 특별사면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끝내 가석방 신분으로 새 정권을 맞이하게 됐다. 이 부회장이 공들여 추진해온 6G, 반도체 사업이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중요 축으로 포함돼 있는 만큼 오는 8월 광복절 특사를 통해서라도 이 부회장이 다시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 임기 내 사면·복권이 불발돼 가석방 신분으로 10일 열리는 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오는 7월29일 국정농단 사건의 형기가 만료돼 가석분 신분이지만 재계 1 순위인 삼성의 총수 자격으로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취임식에는 이 부회장 뿐 아니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참석해 취임식 만찬에서 윤 당선인과 별도로 회동한다. 역대 정부 출범 만찬에서 대기업 총수를 초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식에는 한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 경제인 사면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등 6개 경제단체장도 참석하는 만큼 이 부회장을 포함한 경제인 사면에 대한 요청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윤 당선인이 취임 후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 카드를 꺼내 8월15일 ‘광복절 특사’를 통해 이 부회장이 복권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7월 말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하더라도 5년 취업제한 조치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15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사례가 있는 만큼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힌 윤 당선인이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을 풀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미래 먹거리로 6G와 반도체를 꼽고 있어 새 정부의 신산업 육성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전날 ‘6G 주파수 백서’를 처음으로 발표하고 차세대 통신 6G 서비스용 주파수 확보를 위한 글로벌 연구를 제안한 상황.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 홈페이지에 ‘6G 주파수 백서: 주파수 영역의 확장’을 공개하고, 장기적 준비가 필요한 6G 상용화를 위해 지금부터 글로벌 차원에서 6G 주파수에 대한 논의와 관련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5G를 미래성장사업으로 선정해 육성해온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기업과 1조원 규모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둔 데 이어 2년 전부터 6G 관련 팀을 만들어 시장 선도자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도 새 정부와 삼성의 목표가 서로 맞물려 있다. 윤 정부는 2027년 반도체 수출액을 30% 이상 확대할 수 있도록 반도체 초격차 확보 및 신(新)격차 창출을 국정과제 중 한 축으로 설정했는데,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의 과감한 반도체 투자 및 인수합병(M&A)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이 부회장이 계속 경영참여에 제한을 받을 경우 대규모 투자와 M&A 결정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달 20일 한국을 방문해 새 정부와 반도체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큰 만큼 새 정부도 이 부회장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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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영화…너무 일찍 하늘 무대로 떠나다
수정 2022.05.09 10:48입력 2022.05.09 10:48

강수연 1966~2022 한국영화 세계에 알린 원조 월드스타
영화 출연 부담 느끼면서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맡아
"영화와 관객이 있는 한 영화제는 끝나지 않는다"



지난 7일 별세한 배우 강수연은 자신보다 영화를 더 사랑했던 '월드 스타'였다. 그는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1987년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객석의 영화인들은 놀라워했다. 한국은 물론 동양 여배우가 트로피를 처음 차지해서다. 강수연은 자리에 없었다. 경쟁부문 초청작 시사에도 불참했다. 수상을 기대하지 않은 영화진흥공사에서 참석을 제안하지 않았다. 그만큼 수상은 예견하지 못한 일대 사건이었다.


강수연은 '씨받이'에서 봉건가부장제 사회의 피해자 옥녀를 그렸다. 정절과 아들 출산을 강요하는 관습 속에서 이야기는 비극적으로 흘러간다. 옥녀는 아들을 빼앗긴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나무에 목을 매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임 감독은 머리를 비추지 않는다. 목 밑의 뻣뻣하게 굳은 몸만 보여준다. 프레임 상단부 틀을 단두대 칼날처럼 배치해 사회에 의한 타살처럼 묘사한다. 당시 유럽에서 논란이 된 대리모 문제와 맞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밑바탕에는 강수연의 독창적 연기가 있었다. 선머슴처럼 흉허물 없이 굴던 소녀가 성에 눈뜨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특히 사랑에 빠져 환하게 웃는 얼굴은 양반가의 장중한 건축물에 짓눌려 잔혹한 아름다움으로 나타난다. 고작 스무 살에 해낸 일이다. 그는 다섯 살이던 1971년 TBC(동양방송) TV '똘똘이의 모험'으로 데뷔했다. 학교보다 영화 촬영장이나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길었을 만큼 많은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강수연은 스무 살 전후 참여한 '철수와 미미의 청춘 스케치', '연산군', '감자',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이상 1987)' 등에서 일찍이 만개한 연기를 뽐냈다. '씨받이'도 그 무렵 촬영했다.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없어 사전에 출산 장면이 담긴 필름 수십 편을 계속 돌려봤다.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조언까지 구하며 실재감을 더했다.

강수연은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임 감독의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여우주연상을 받아 '월드 스타'라는 칭호를 얻었다. 수상은 임 감독에 대한 세계적 관심으로 이어졌다. 예술영화 종주국을 자처하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조차 뒤늦게 주목하고 나섰다. 당시 임 감독은 '장군의 아들(1990)' 등 흥행에 무게를 둔 작품을 만들었다. 한동안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2000년 '춘향뎐'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품었다. 이후 한국영화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2019)'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독식하는 등 세계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정작 강수연은 놀라운 변화에 편승하지 못했다. '경마장 가는 길(1991)',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지독한 사랑(1996)',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송어(1999)' 등 다양한 색깔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이전만큼 호평이나 갈채를 받지 못했다. 한동안 연기도 멀리했다. 작품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는 생전에 "어릴 때보다 작품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고 부담스럽다. 나에 대한 기대치가 크고 나이도 나이인 만큼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영화를 향한 사랑만큼은 여전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빚어진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등과 파행을 수습하고자 2015년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출범 초기부터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애정을 쏟아온 축제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걸 지켜볼 수 없었단다. 그는 이듬해 인터뷰에서 "평생 싫은 사람은 안 만나고, 내 주관대로 행동했는데, 영화제 들어와서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처음으로 느꼈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강수연은 영화계의 반발에 떠밀려 2017년 불명예 퇴진했다. 그는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인과 관객에게 자긍심을 불어넣는 말을 전하며 퇴장했다. 한국영화의 영원한 큰 별다웠다. "영화제의 주인은 오직 영화와 영화를 사랑하고 찾아주는 관객이다. 그들이 있는 한 영화제는 끝나지 않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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