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연속적인 빅스텝 시사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향후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다만 연속적인 0.5%포인트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오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두어 번의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Fed는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0.25~0.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6월 1일부터 대차대조표 축소 등 양적긴축에 돌입한다고 결정했다. Fed가 한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은 닷컴버블 당시인 2000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기자회견에 나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정책금리를 보다 정산 수준으로 신속하게 옮기는 과정"이라고 입을 뗐다.
그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0.75%포인트 인상은 테이블 위에 없다"면서 "0.5%포인트 인상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오는 6월과 7월 FOMC 정례회의에서 이날과 같은 빅스텝이 이어질 것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간 시장에서 파월 의장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 여지를 남겨둘 것이라고 내다본 것과 달리, 명확하게 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다. 0.75%포인트 인상은 ‘채권 시장의 대학살’로 불렸던 1994년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기자회견 내내 파월 의장은 40여년만의 최고 수준인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두고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폐쇄 조치,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공급망 차질을 심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전 공개된 5월 FOMC 성명서에도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폐쇄가 공급망 차질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매우 주의(highly attentive)를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파월 의장은 "우리의 도구는 수요에 따라 작동한다"며 중앙은행이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도 인정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은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 경제는 매우 강해 올리고자 하는 금리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경제 충격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침체가 가깝다고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 경제가 연착륙 또는 완만한 착륙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노동시장을 비롯한 강력한 지표들을 언급했다.
이밖에 파월 의장은 Fed의 신뢰성을 묻는 질문에는 "신뢰 문제가 전혀 없다"며 "테이퍼링 후 금리를 올린다고 발표했고, 통화정책은 경제와 일관성있게 가고 있다. 신뢰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뉴욕 증시는 일제히 상승폭을 키웠다. 장 마감을 앞둔 오후 3시36분 현재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2.97% 올라 거래되고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의 상승폭도 각각 2.74%, 2.80% 안팎을 기록 중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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