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강경한 봉쇄 정책에 경제둔화 위협
위안화 가치 폭락에 일부 국가 통화 동반하락세
중국 상하이에서 배달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쇄 조처가 내려진 주거단지의 보안요원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중국의 강경한 제로코로나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통화긴축 전망 등의 영향에 따른 중국 위안화 가치 폭락이 주요 신흥국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일부 국가의 통화 가치가 지난달부터 동반 하락세를 보이며 자본유출 가능성을 키우는 모습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시장의 광범위한 중국 매도세가 신흥국 시장에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주식에서 통화, 채권까지 위협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코로나19 발병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엄격한 제로코로나 정책이 중국 셧다운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공급망 붕괴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으며 세계 2위 경제대국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개발도상국 자산을 매각하도록 압박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일부 신흥국 통화는 위안화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최근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브라질 헤알은 기준 연초 대비 20% 가까이 가치가 뛰었었지만, 위안화 가치가 폭락한 지난달 중순부터 뚜렷한 동반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페루 솔, 콜롬비아 페소 등도 낙폭을 키웠고, 칠레 페소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옐란 시즈디코프 신흥시장 글로벌 책임자는 "중국의 엄격한 봉쇄 조치가 경제 전반에 걸쳐 약세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도시 봉쇄로 인한 제조업의 10% 역성장과 철강 생산량 18% 감소 등을 제시했다.시즈디코프 책임자는 "이는 상품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특히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무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도 신흥국의 인플레이션이 올해 중반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시기가 최소 3개월 이상 지연되며 잠재적으로 각국 통화에 더 지속적인 압박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급망 여파 등으로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술주의 주가가 추락하자, 그 영향은 지구 반대편의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미쳤다. 텐센트의 지분 28.8%를 보유한 남아공 최대상장사 내스퍼스는 5년래 최저수준까지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통신은 이 같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공포로 지난 3주간 신흥시장이 슬럼프를 겪으면서 관련 시장에서 2조7000억원이 증발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선전하던 남아프리카 랜드화의 가치는 2주만에 4개월치 상승폭을 반납하기도 했다.
지난 30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4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4로 전월 대비 2.1포인트 하락하며 2020년2월(35.7) 이후 26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은행의 만수르 모히우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기 침체는 에너지가격 급등과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정책에 직면한 신흥 경제국에 대한 전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밖에 HSBC는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를 이유로 9개 아시아 통화에 대한 전망치를 하향조정했고, 미국 TD증권과 싱가포르 누버거버먼은 한국의 원화와 대만 달러가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버거버먼 이머징마켓 채권부의 프라샨트 싱 시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시아 통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 우려가 완화될 때까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통신은 이달 초 발표 예정인 한국, 태국, 대만의 4월 물가상승률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러시아의 PMI와 터키의 인플레이션 대응, 브라질의 금리인상 여부 등도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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