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 드러누운 20대…국가가 대신 갚은 빚 35배 늘었다
수정 2022.04.29 22:16입력 2022.04.29 12:00
[빚내는 20대, 빛바랜 청춘]
햇살론 유스 갈수록 문제
대위변제금 4억5800만원 → 160억원 폭증
대출건수는 57.6% 증가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송승섭 기자]# 서울 광진구에 사는 권진석씨(24·가명)는 기초수급자다. 지난해 말 월세를 낼 방법이 없어 ‘햇살론 유스’로 돈을 빌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잘리면서 원리금을 갚기도 빠듯해졌다. 두 달 전부터는 연체가 시작됐다. 갚아야 할 금액은 477만3200원. 권씨는 불이익이 생길거라는 은행 직원의 말을 듣고 대위변제(대출금을 국가가 대신 갚아줌)를 받을지, 상환기간을 늘리는 채무조정을 선택할지 고민중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국가에 손을 벌리고 있다.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리지만 이것도 갚지 못해 국가가 대신 갚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햇살론 유스 대출건수는 9만1222건으로 집계됐다. 시행 초였던 2020년 5만7868건에서 1년 만에 57.6%(3만3354건) 늘어났다.
햇살론유스는 대학생과 청년의 자금애로 해소를 위해 만든 서민금융상품이다. 만 34세 이하면서 연소득이 3500만원 이하인 자가 대상이다. 취업준비생이거나 사회초년생(중소기업 1년 이하)인 경우에만 빌릴 수 있다. 최장 15년간 연 3.5% 금리로 1인당 최대 12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대출규모도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3452억 이었는데 전년 대비 54.5% 확대됐다. 햇살론 유스는 애초 반기별로 500억~600억원가량의 신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동안에만 2132억원의 대출집행이 이뤄졌다.
문제는 저렴한 금리에도 원리금을 내지 못하는 청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위변제액이 빠르게 치솟았다. 햇살론 유스는 부실이 발생하면 국가가 청년 대신 은행에 돈을 갚아준다. 햇살론유스가 본격적으로 나가기 시작한 2020년 대위변제금은 4억5800만원에 불과했다. 2021년 상반기가 되자 64억원으로 확 뛰더니 하반기에는 160억원까지 올랐다. 35배에 달하는 증가세다. 해당 통계는 구상채권으로 회수한 자금은 제외했다. 실제 발생했던 부실규모는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햇살론 유스 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연체와 부실이 증가하는 속도가 얼마나 더 빠른지를 보여주는 대위변제율도 증가추세다. 2020년 0.2%였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상반기 1.9% 하반기 2.9%로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햇살론 유스의 대출증가 속도가 빠르고 대출기간도 긴 것을 고려하면 청년부채의 질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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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리은행 통장 해지해야 되냐?"
수정 2022.04.29 10:26입력 2022.04.29 10:26
우리은행 직원이 600억원대 횡령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주위 지인들로부터 걱정 섞인 질문이 쏟아졌다. 앞으로 우리은행을 이용해도 괜찮은 지가 걱정된다는 거다. 물론 기업개선부에서 이뤄진 금융사고로 소비자금융부문의 예금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다.
하지만 선뜻 "괜찮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은행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은행의 기본영업인 여·수신은 신용(信用)을 주고받는다는 의미다. 내 돈을 맡길 때는 은행이 안전하게 보관하고 계약에 따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담보돼야 한다. 이번 사고는 믿음에 균열을 냈다.
게다가 이번 사안의 핵심으로 내부통제가 꼽히고 있다. 악독한 구성원이 집요하게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내부통제가 허술해 누구라도 저지를 수 있는 사고였다는 뜻이다. 진짜 시스템의 문제라면 금융소비자는 언제 사고가 터질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철저한 감시와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불안을 키웠다. 횡령은 수년에 걸쳐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세 차례에 걸친 돈 빼돌리기를 알지 못했다. 기업개선부장도, 일선 부서장을 지휘하는 임원도, 내부통제·리스크 담당자도, 검사팀도, 행장도, 금융지주 내부통제위원회도 몰랐다. 우리은행 윤리강령 1장2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는 누가 따르는지 의문이다.
내부통제 규정을 지키지 않는 건 사고가 터져도 경영진과 은행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라임사태가 그랬다. 금융당국의 징계에 은행은 ‘불복’ 소송으로 맞섰다. 법정에서는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을 CEO에게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논리가 나왔다. 사고에도 매해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운다.
한국보다 기업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은 어떨까. 수년 전 웰스파고 금융사고가 벌어졌을 때 미 소비자금융보호국은 1억8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사회는 회장의 스톡옵션 450억원과 급여를 몰수했다. 연루 직원 5300명은 전부 해고됐다. 일부 주에서 1년 간 영업정지를 당했다.
더 이상 금융사고는 없어야 한다. 우리은행이 어느 정도로 책임을 지는지, 사고를 막지 못한 것에 어떻게 사과하는지, 대안은 얼마나 빨리 철저하게 마련하는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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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 여론조사]김동연 vs 김은혜 초박빙…대선 재연될까, 경기도 뒤집힐까
수정 2022.05.31 14:39입력 2022.04.29 11:30
민주당 40.8% vs 국민의힘 48.2%
김동연 43.3% vs 김은혜 43.9%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던 경기도가 이번 여론조사에선 양강후보가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지지율을 보면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의 효과가 사라진 뒤 오히려 경기도 선거 지형이 국민의힘 우세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특히 대통령선거 직후 지방선거 등이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경기도민 가운데 7명이 현재 지지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혀 경기지사 선거 결과는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끝까지 지켜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아시아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7~28일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무선 90%·유선 10%, 자동응답)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48.2%로 민주당(40.8%)을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섰다. 이에 앞서 이달 1~2일 아시아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41.6%로, 국민의힘(40.1%)보다 약간 우세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 후보는 경기도에서 50.9%의 득표율을 기록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45.6%)을 크게 앞선 바 있다. 여론 지형이 뒤바뀐 것이다.
경기지사 적합도는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43.9%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0.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김동연 후보는 20대(51.0%), 40대(54.0%), 50대(52.3%)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었다. 김은혜 후보는 30대(44.6%), 60대 이상(70.2%)에서 강세를 보였다.
지지 이유는 다소 차이가 있다. 김동연 후보 지지층의 지지 이유를 보면 경제관료출신(36.9%)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경제부총리 등 정통경제 분야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 것이다. 반면 김은혜 후보의 경우에는 ‘공약추진 능력이 뛰어나다’(27.9%)는 점이 선택 이유로 꼽혔다. 윤 당선인 대변인 출신으로 윤심(尹心)을 등에 업어 차기 정부에서 중앙정부와의 지원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본 것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여론 지형이 확연히 갈렸다는 점도 이번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표심의 특징이다. 현재 지지하고 있는 경기도 지사 후보자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77.4%로 조사됐다. 바꿀 수 있다고 밝힌 응답층은 17.9%, 없거나 잘 모름은 4.7%였다.
특히 양강으로 꼽히는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후보 지지층의 계속 지지 강도가 높았다. 김동연 후보 지지자의 경우 82.2%, 김은혜 후보 지지자의 경우 81.0%가 계속 지지 의사를 밝혔다.
▶어떻게 조사됐나 = 이번 조사는 아시아경제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27일과 28일 이틀간 경기도 소재 18세 이상 유권자 5만7108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1010명이 응답을 완료, 응답률은 1.8%였고 무선(90%)·유선(10%)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22년 3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림가중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개요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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