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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니까 괴롭힌거야"…'계곡 살인' 가스라이팅 정황

수정 2022.04.26 14:12입력 2022.04.26 05:00

"무시당해 힘들다" 호소하면서도 못 벗어난 피해자
전문가 "가스라이팅 범죄로 성립되기 어려워"
"장기적·반복적 가스라이팅 범죄 인정 재고 필요"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가 지난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는 이씨의 남편이자 피해자인 윤모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윤씨가 수영을 못하면서도 스스로 다이빙을 하고, 일정 수준의 연봉을 받았음에도 사망 직전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윤씨가 이씨로부터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난 22일 SBS는 이씨와 윤씨 간 전화통화 녹취와 윤씨가 조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등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씨가 윤씨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도록 하는 발언을 지속해서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다수 확인된다.


윤씨는 지난 2019년 1월 이씨 내연남인 조씨에게 "은해에게 존중받고 싶다", "무시당하고 막말 듣는 게 너무 힘들다" 등 자신이 이씨에게 무시당해 고통스럽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윤씨가 이씨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스라이팅은 피해자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심리적 학대를 뜻하는 말로, 연인·친구 등 친밀한 관계에서 주로 나타난다.


윤씨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이씨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등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윤씨가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꺼내자, 이씨는 통화에서 "내가 있잖아, 술 먹으면 제일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막 대하거나 막 괴롭히거나 그래"라고 답한다. 이씨는 또 "오빠를 무시해서 그렇게 행동한 게 아니라 (나는) 그냥 그래"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잘못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행위는 가스라이팅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피해자 스스로 괴롭힘당함을 인지하기 어렵게 한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씨 유족 등에 따르면 윤씨는 일정 수준의 연봉을 받는 대기업 연구원 출신이었으나 이씨와 결혼한 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이씨와 윤씨는 지난 2017년 3월 혼인신고를 한 뒤 인천에 신혼집도 마련했지만, 신혼집에는 이씨만 살았고 윤씨는 직장 근처인 수원의 반지하 월세방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씨가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 경제적·심리적으로 윤씨를 완전히 통제했다고 분석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씨가 악의를 가지고 윤씨를 이용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비슷한 걸 했다. 마치 사랑을 줄 것처럼 계속 이야기 하지만 전혀 부부에 해당하는 관계를 유지해주지를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신적인 애정을 이용해서 결국은 가스라이팅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심리적인 압박을 (윤씨에게) 했다"며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피해자가 왜 벗어날 수 없었는가, 이해가 잘 안 될 수 있지만 여러 번 위험한 상황에 처해서 결국은 목숨까지 잃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죽음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가스라이팅의 심각성은 커지고 있지만, 가스라이팅 행위 그 자체만으로는 범죄 행위가 성립되기 어렵다.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폭행이나 위해가 가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행위의 영역으로 볼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가스라이팅은 애정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상대를 이해하거나 좋아하는 애정이 권력으로 작용한다"며 "폭력, 협박 등 위력이 행해지지 않았다면 가스라이팅을 범죄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가스라이팅이 심각한 범죄행위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이를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변호사는 "범죄로 의율하긴 어렵다고 하더라도 친밀한 관계에서 장기적으로 가스라이팅이라고 여겨질 만한 객관적 행위, 학대가 발생했다면 민사상 불법행위 차원에서 인정되는 방향으로 재고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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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탄 맞은 '약속의 명소' 향토백화점…명맥유지도 '위태'
수정 2022.04.26 14:11입력 2022.04.26 11:38

코로나 이후 8곳 중 2곳 문닫아
구도심 상권·트렌드 적응 실패

대전 세이백화점 전경.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한때 지역 상권을 이끌었던 향토백화점(지역 백화점)이 코로나19 이후 명맥 유지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코로나가 불을 지핀 소비 방식 및 트렌드의 변화, 상권의 이동, 명품을 앞세운 대기업 백화점의 공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대기업이 아닌 민간 단일 자본으로 유통산업발전법상 백화점의 기준을 충족한 향토백화점은 8곳 이었으나, 코로나19를 거치며 두 곳이 문을 닫았다. 서울시 동작구 태평백화점이 30년 만에 문을 닫았고, 메이저급으로 꼽혔던 대구광역시 중구 대구백화점(본점)도 52년 만에 폐점했다.


현재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 경기도 고양시 그랜드백화점, 대구백화점(프라자점), 경남 창원시 대동백화점, 대전광역시 중구 세이백화점, 강원 춘천시 M백화점 등 6곳이 남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세이백화점은 현재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고, 대동백화점은 한 차례 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나머지 백화점들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토백화점의 쇠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권이 이동하고, 대기업들이 향토백화점 인수에 나서는 등 백화점 산업의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산 광복동의 미화당 백화점은 부산 최초의 향토백화점으로 당시 ‘약속의 명소’로 통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맞았다. 이후 부산 상권이 해운대로 이동하며 광복동은 구도심으로 남게 됐다.


백화점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상권을 찾아 이동하면서 향토백화점이 건립될 당시의 상권이 구도심이 됐고, 여기에 3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이 IMF 이후 지역 백화점을 인수하며 체인화됐다"며 "현재는 코로나19 타격과 함께 온라인 쇼핑 등 소비 문화의 변화로 향토백화점이 쇠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토백화점의 쇠퇴는 흐름에 따른 것이나,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해 지역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백화점에게 기대하는 것은 고급품을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는 것"이라며 "향토백화점은 명품 등 고급품보다는 생필품과 잡화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도 백화점의 고급화 전략은 계속해서 생존 전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향토백화점은 지역 주민들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시대의 흐름에 맡긴다며 손만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도시 간 경쟁,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살아남고 인구 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역 특색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추세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도 코로나19를 겪으며 향토백화점이 한 차례 휘청거렸다. 일본의 전국 백화점 점포 수는 1999년 311개로 정점에 달했다가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기 시작했고 2009년 271개에서 올해 4월 기준 176개로 급감했다. 미하루야 등 지역 향토백화점은 4월부로 문을 닫아 고별 세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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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해상공항 '가덕도 신공항' 연착륙
수정 2022.04.26 11:12입력 2022.04.26 11:00

예타 면제…경제성 논란 여전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 국토교통부 제공.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첫 해상공항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가덕도신공항 예타 면제 안건이 2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이 사업의 국가 정책적 추진이 확정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연구용역을 발주,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예상 수요는 2065년 기준 여객 2336만명, 화물 28.6만톤으로 분석됐다. 활주로 길이는 국적사 화물기(B747-400F)의 최대이륙중량 기준의 이륙 필요거리(3480m)를 고려해 3500m로 검토됐다. 최적배치안은 A~E 등 5개안 중에서 동서 배치이자 순수 해상배치안인 E안이 최종 선정됐다. 총사업비는 13조70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도 비용 대비 편익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경제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부울경 지역의 생산유발 효과 16조 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6조 8000억원 등 총 23조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고 추산했다. 또 고용유발 효과도 10만 3000명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이번 국무회의 의결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정부의 흔들림 없는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차질 없는 사업 추진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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