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재 대상 러시아인 7명에 '황금 비자' 내줘
[아시아경제 김나연 인턴기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대러시아 무기 수출 제한 제재를 회피해 장기간 무기를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로 넘어간 유럽산 무기 일부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활용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3일 유럽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들로 구성된 '유럽 탐사보도'(IE)의 보도를 인용, EU 10개 회원국이 2015∼2020년에 총 3억4600만 파운드(약 5553억원) 규모의 군사 장비를 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EU는 대러시아 무기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체코, 크로아티아, 핀란드, 슬로바키아, 스페인 등 10개국은 해당 조치 발표 전 이미 체결된 계약이나, 그 부속 계약의 수출만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을 허점으로 이용했다.
프랑스가 총 1억5000만 파운드(약 2400억원)를 수출, 최고액을 기록했고 폭발물, 전차용 열화상카메라, 전투기용 적외선 탐지기 등이 포함됐다.
더타임스는 재선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독일이 1억2000만 파운드(1900억원)로 뒤를 이었으며 소총과 '특수 보호차량' 등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도 2200만 파운드(350억원)어치를 팔았고, 특히 이탈리아에서 수출한 장갑차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장면이 이탈리아 뉴스 방송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스트리아(1900만 파운드), 불가리아(1700만 파운드), 체코(1400만 파운드)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별개로 영국은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EU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인 7명에게 '황금 비자'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야당 측의 관련 질의에 "제재 대상 러시아인 가운데 10명이 현재 이 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7명은 2014년 이후 이 비자를 처음 획득하거나 연장했다"고 인정했다.
김나연 인턴기자 letter9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