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대출한도 혜택없는 금리우대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이민우 기자]#지난해 은행에 입사한 A씨는 최근 대학 동창회에 갔다가 대기업에 취업한 동기들이 부러워졌다. 한 대기업에 다니는 동기는 30%의 직원 할인을 받아 차를 샀다고 자랑했고 또 다른 동기는 백화점 임직원 할인 혜택이 쏠쏠하다고 했다. 동기들은 요즘처럼 금리가 오를 때는 은행원이 가장 부럽다면서 A씨에게 대출 받을 때 얼마나 혜택을 받는지 물어봤지만 A씨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직원 혜택은 고사하고 좀 더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기 위해 매일 은행별 금리를 조회하고 있는 사실을 얘기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B은행에 다니는 C씨는 최근 전세자금이 필요해 카카오뱅크를 통해 대출을 받았다. 은행에 다니지만 자신이 다니는 은행에서는 신용대출 한도가 2000만원 밖에 되지 않아, 금리가 낮고 한도도 더 받을 수 있는 카카오뱅크를 이용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원들도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자사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는 한도는 정해져 있는 데다 금리우대 같은 혜택은 일절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금융회사의 임직원 대상 일반자금대출은 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5000만원을 포함해 최대 6000만원까지만 자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리까지 오르면서 은행원들이 타사 대출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원들에게 이처럼 엄격한 대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공정성 때문이다. 내부 직원이라면 신용평가모형에서 은행 대출이 잘 되는 유형을 더 잘 알 가능성이 있어 불공정 및 악용 우려가 발생할 수 있고, 같은 회사 직원이 대출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반인과 형평성에서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낼 경우 이자장사로 배불렸다는 눈총을 받는 것처럼 그렇게 번 돈으로 자기 직원에게 초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 부당한 특혜로 비춰지고 있다. 특히 고액 연봉자인 은행원들이 저금리 혜택까지 누리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직원 평균 급여는 지난해 1억원을 넘었다.
과거에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자사 임직원에게는 매우 낮은 금리로 특혜 대출을 해줬으나 국회 등에서 이를 지적하면서 금융당국이 그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금융사들이 대출한도 상향을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행원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불만이 크다. 30대 초반인 한 시중은행 직원은 "주요 대기업과 카카오페이 등 뜨는 핀테크(금융+기술)기업들도 내부 대출 지원 등을 직원 복지로 대대적으로 내세우는데 은행이 행원에게 사내 대출을 한다고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불공정하고 과도한 내부대출은 당연히 엄벌해야겠지만 직원 복지 차원의 혜택은 큰 무리가 아니지 않나 싶다"고 털어놨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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