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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손해 보고 장사하게 생겼어요" 식자재값 폭등에 시장 상인들 '울상'

수정 2022.04.09 07:52입력 2022.04.09 07:25

러-우크라 전쟁에 국제 곡물 물가 폭등
밀가루식용유 쓰는 시장 상인도 부담
국내 식량 자급률 19%대 불과
국제 물가에 영향 크게 받아

8일 수도권 한 재래시장에서 상인들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밀가루, 식용유값이 너무 올랐어요. 등골이 휘청일 지경이네요",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손해 보고 장사할 수도 없고…답답하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민 경제에도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밀, 옥수수, 콩 등 작물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밀가루 음식뿐만 아니라 식용유 등 다양한 식자재도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시장 상인들 또한 이미 '밥상 물가 폭등'의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호소했다.


8일 경기도 한 재래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60대 A씨는 식자재 걱정에 잠도 못 이룰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채소, 마늘, 고춧가루 같은 양념은 시기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한 게 당연한 재료들이라 어지간하면 놀라지 않는다"라며 "그런데 올해는 유독 (가격이) 폭등을 거듭하고 있어 등골이 휠 지경이다"라고 토로했다.


제과점, 분식점 등 곡물가공품을 식자재로 쓰는 업체들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 인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40대 B씨는 "밀가루값이 금값이다. 빵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재료가 밀가루인데, 한 번에 10%, 20%씩 뛰기 시작하니까 대책이 없다"라며 "대형 체인점은 본사에서 한 번에 필요한 식자재를 대량 구매할 테니 그나마 상황이 낫겠지만, 우리같은 소상공인은 조금만 가격 변동이 커져도 버티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10년 넘게 꽈배기·고로케 등 기름에 튀긴 분식을 팔고 있다는 C씨(57)는 "밀가루뿐만이 아니고 기름, 설탕, 하여간 음식 만드는 데 쓰는 건 죄다 오르는 것 같다"라며 "시장에서 일을 꽤 오래 했는데 지금처럼 이렇게 힘들어 본 적은 처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빵집, 분식집 등에 쓰이는 밀가루·식용유 등 주요 식자재 가격이 10~20%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기준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국내 외식 물가 지수는 전년 대비 6.6% 상승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4월(7.0%) 이후 최대 수준의 상승폭이다. 요식업에 쓰이는 식재료들은 대부분 두자릿수 이상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식용유는 21.6%, 간장은 18.6% 상승했으며, 밀가루 가격 또한 14.3% 올랐다.


'유엔식량농업기구' 곡물자급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19.3%다. 즉, 한국은 국제 시장 가격에 맞춰 해외에서 곡물을 수입해야 식품을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글로벌 곡물 가격은 크게 급등한 상태다. '유럽의 빵바구니'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곡물 생산국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가 차단되면서 식량 공급망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하 농업관측센터가 7일 발표한 '국제곡물 4월호'에 따르면,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식용 158.5, 사료용 163.1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주요 곡물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2015년 물가를 100으로 설정한다. 즉 7년 전과 비교해 현재 곡물 가격은 최소 50% 이상 치솟은 셈이다.


만일 국제 곡물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고점을 유지한다면, 수개월 뒤에는 밀가루·식용유 등 식자재 가격도 급등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 또한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호소했다. 평소 재래시장에서 반찬거리를 마련한다는 50대 주부 정모씨는 "고기부터 야채까지 물가가 오르는 게 확 체감이 된다. 몇 가지 재료만 넣어도 금방 4~5만원을 쓰게 되더라"라며 "예전에는 조금 더 지출하더라도 질 좋은 식재료를 골랐는데, 지금은 무조건 양 많고 싼 것만 찾게 된다"라고 토로했다.


경기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재배 중인 곡물. /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자취를 하고 있다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자주 이용하던 반찬가게에서 찬거리 가격을 500~1000원씩 올렸더라"라며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다고 하니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싼 맛에 이용하던 재래시장까지 점점 가격이 올라가니 삶이 팍팍해진다"라고 털어놨다.


현 정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앞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인 물가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유류세 인하폭 30% 확대 등 고유가 부담완화 방안도 포함됐다.


인수위는 현 정부에 더욱 강도 높은 물가 안정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7일 브리핑에서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제 곳곳에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1개월 동안 열심히 마무리하기 위해 여러 현안을 챙기고 있고, 챙겨야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 인식을 정부에 촉구했다"라며 "인수위에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 전문가 견해를 들어가며 별도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수위는 지난 6일 곡물 수입·유통 기업 및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열고 국내 곡물 재고를 파악하는 등, 국내 식량 작물 비축량 현황 파악 등에 나선 상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10명 중 3명 코로나 확진 판정…재감염 위험은 얼마나 클까
수정 2022.04.09 07:44입력 2022.04.09 07:44

8일 기준 누적 확진는 1498만3694명…국민 10명 중 3명은 코로나 확진된 셈
정부 "오미크론 감소세 확실해지고 있어"
오미크론 하위 계통 변이 연이어 출몰…우세종된 BA.2 변이 이어 XE·XJ 변이까지
영국서도 재감염 사례 속출
한국, 오미크론 변이 재감염률 0.0002% 현저히 낮아
방역당국 "코로나19 재감염 추정 사례 재조사할 것"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완만한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국민 10명 중 3명이 코로나 확진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집단면역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스텔스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연이어 출현하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기약없이 지속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0만5333명 증가해 누적 확진자는 1498만369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7일) 22만4820명보다는 1만9487명, 1주일 전인 1일 28만249명과 비교하면 7만4916명, 2주 전인 지난달 25일 33만9467명보다는 13만4134명이나 적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8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위험군인 60세 이상 고령층의 발생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중증 환자도 하루 1000명 이상 계속 발생하고 있어 경각심을 결코 늦출 수 없다"면서도 "오미크론의 감소세가 확실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국내 전체 인구 5162만8117명의 28%로,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거나 현재 확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면역의 절대적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통상 한 집단에서 항체를 가진 사람이 70%에 달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백신접종률은 8일 기준 1차접종은 87.6%, 2차접종은 86.7%, 3차접종은 64.0%이고 오미크론 이어 스텔스 오미크론(BA.2)에 의한 급격한 확진자 증가로 국민 3명 중 1명이 감염 이력이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항체를 가진 이들이 늘면서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문제는 코로나19 변이다. 현재 국내 우세종은 BA.2 변이료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변이다. 감염 후 증상, 중증도 등에선 오미크론 변이와 큰 차이가 없지만 오미크론 변이보다 30%~50% 높은 전파력이 특징이다. 또 영국 등 해외에서는 XE 변이, 태국에서는 XJ 변이가 출현했다. 새로운 두 변이 모두 오미크론 변이과 BA.2 변이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변이지만, 유전자 구성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어 코로나19 변이가 등장하면서 해외에서는 코로나19 변이에 재감염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코로나19 재감염자 수를 조사한 결과, 2020년 4월부터 올해 3월20일까지 80만4463건의 재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UKHSA는 또 총 세 차례 감염된 사람은 8717명, 네 차례 감염된 사람은 74명으로 이 밖에도 더 많은 재감염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경우 2020년 12월 기준 1차 접종 78.8%, 2차 접종 73.8%, 3차 접종은 58.0% 누적 확진자는 8일 기준 2157만8368명이다.


가디언은 재감염의 이유에 대해 ▲ 변이 출현 ▲ 감염 후 시간 경과에 따른 면역 효과 감소 ▲ 완화된 규제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코로나19 감염은 다시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도록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호가 약해진다"며 "BA.2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했고, 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많을수록 잠재적으로 재감염될 수 있는 집단이 커진다. 게다가 규제 완화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이 신속항원 검사를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코로나19에 재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정부도 코로나19 재감염 추정 사례에 대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의 오미크론 변이의 재감염율(0.002%)이 델타변이 재감염률(0.034%)에 비해 현저히 낮자 재감염자 사례 누락이 있는지 다시 점검하기 위해서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6일 "1차적으로 자료 전처리가 가능한 약 900만명을 대상으로 재감염 사례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예비적 결과를 검토한 뒤 조사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질병청이 인정하는 코로나19 재감염은 첫 번째로 최초 확진일 90일 이후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된 경우, 두 번째로 최초 확진일로부터 45일∼89일 뒤 PCR 검사 결과가 양성이면서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또는 해외 여행력)이 있는 경우 두 가지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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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격리 끝나도 아프다"…무시 못할 '롱 코비드' 증상들
수정 2022.04.09 04:00입력 2022.04.09 04:00

피로·호흡 곤란·불면·우울·후각 상실·탈모 등

한 남성이 서울역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500만명을 돌파하면서 국민 세명 중 약 한명 꼴로 코로나19 확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격리 이후에도 '롱 코비드(코로나 후유증)'와의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일 영국, 미국 언론에 따르면 롱 코비드의 대표적인 증상은 뇌에 문제가 생기는 '브레인포그'(Brain fog)다. 또 심각한 피로와 호흡 곤란, 불면, 우울증, 후각이나 미각 상실, 탈모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브레인포그란 마치 뇌에 안개가 낀 것처럼 기억력과 집중력 등에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지난달 '노화 신경과학 프런티어'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롱 코비드 환자 18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환자 10명 중 7명이 집중력과 기억력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연구원 루시 체케 박사는 "인지 관련 문제는 중요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후유증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중 19.1%가 1개 이상의 후유증으로 완치 후 병원을 찾았다. 이는 양성 판정 이후 3개월, 6개월의 추적 기간 동안 지난 3년간 의무기록에 없었던 증상이 새롭게 발생한 경우다.


WHO는 지난해 10월 롱 코비드를 코로나19 감염 후 '설명할 수 없는 적어도 하나의 증상'의 후유증이 3개월 이내 발생해 최소 2개월간 지속되는 상태라고 정의한 바 있다.


WHO는 롱 코비드 증상이 코로나19 감염 중에 시작되거나 환자가 급성기에서 회복된 후 처음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지속되는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피로, 호흡곤란, 그리고 인지장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가슴 통증, 후각 또는 미각의 이상, 근육 약화, 심장 두근거림 등 장기후유증 증상은 200개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롱 코비드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감염으로 체내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를 공격한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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