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 1년5개월만 복귀
조영수 손잡고 '비바 라 비다' 발표
"응원해준 대중에게 미안한 마음"
"쉬는 동안 자연스럽게 인맥 정리"
"후배 임영웅·정동원과 협업 기대"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10년 넘게 활동을 했지만 이렇게 큰일을 처음 겪었어요.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잠도 잘 못 자고 입맛도 없고. 하루하루 힘들었어요. 가수를 그만둘까, 복귀하는 게 맞나 망설였습니다. 내가 미웠고, 저를 믿어주신 대중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홍진영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IM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신곡으로 힘겹게 복귀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척한 얼굴에 흰 셔츠 차림으로 인사를 건넨 그는 시원한 커피로 마른 입을 적시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전했다. 인터뷰 도중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지만, 애써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2020년 11월 조선대 무역학과 석사학위 논문의 표절 의혹에 휩싸인 홍진영은 사과의 뜻을 밝히고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1년5개월간 두문불출하던 그는 지난 6일 새 앨범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를 발표하고 돌아왔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17개월,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숙했다. 홍진영은 포털사이트 연예 뉴스를 보기 버거울 정도로 쇠약해졌다. 당시를 돌아보며 그는 "사회·경제 뉴스까지만 보고 연예 뉴스는 차마 보지 못했다"며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현실과 마주하고 나니 내가 밉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가장 두려운 건 제 과오로 인해 공연장, TV에서 보여드린 제 모습이 거짓으로 비쳤을까 걱정됐고, 두려운 마음이 컸습니다."
소속사 식구들을 보며 힘든 시간을 견뎠다고 했다. 홍진영은 1인 기획사를 운영 중인 대표이자, 유일한 소속 연예인이다. 활동하지 못하면서 영업손실은 6억원에 육박했지만 홀로 감당했다.
"제가 힘들다고 회사 문을 닫을 수 없잖아요. 저 때문에 순식간에 직업을 잃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회사에서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는데, 함께하는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갈 수 있냐고 물으니 한두명만 데리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거절했죠. 혼자 살자고 그렇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직원들 앞에서 일부러 더 웃고 힘든 내색을 안 했어요. 아마 다들 알지 않았을까요."
홍진영의 '의리'는 알아주는 편이다. 주변 사람을 살뜰히 챙기기로 유명한 그는 쉬는 동안 사람들로 인해 상처 받았다고 털어놨다.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정리됐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쉬는 동안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한테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인맥이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절반은 아니었더라. 제가 마음이 안 좋을 때 뭔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았다. 뭔가 부탁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부담스러웠던 거 같다. 그 상처가 아물지 않더라. 복귀한다는 기사를 보고서야 연락을 해온 사람들도 있다. 자연스럽게 인맥 정리가 됐다"고 털어놨다.
홍진영은 신인 때부터 여러 히트곡을 함께해온 작곡가 조영수·이유진이 참여한 라틴 댄스곡 '비바 라 비다'로 돌아온다. 홍진영이 공동 작사에 참여한 곡으로 일상 속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한다. "제가 제목을 정했는데, 라틴어로 '인생 만세'라는 뜻이에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데 이 곡을 들으며 힘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복귀를 결정하는 데 조영수 작곡가의 도움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곡이 안 좋았으면 복귀를 망설이지 않았을까. 컴백 생각을 안 했을 수도 있겠다. 감사하게도 조영수 작곡가가 좋은 곡을 주셨고 쉬는 동안에도 용기를 주셨다. 옆에서 지지해주신 분 중 한 분이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가이드곡을 듣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만큼 음악에 목말라 있었나 봐요. 감회가 남달랐달까요. 사실 용기가 안 났었거든요. 여전히 두렵지만, 제가 가수로서 인생을 살아갈 거라면 어찌 됐든 한 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힘겹게 용기 낸 만큼 마음 잡고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홍진영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2009년 '사랑의 배터리'로 첫인사를 할 때와 마음이 같아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바라기보다 하나하나 쌓아간다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신인 때 한 컷이라도 더 받으려면 튀어야 해서 더 크게 소리 내고 인사하다 보니 안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가며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서서히 마음이 열리고 좋게 봐주셨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여전히 홍진영의 정체성은 '트로트'라고 했다. 그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트로트 가수' 타이틀이 싫지 않다. 최근 트로트 가수들이 대중한테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뿌듯하다"며 "예전에는 트로트 장르가 어른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는데 이제 시장이 달라졌다. 앞으로 더 사랑 받으면서 달라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은 후배로 임영웅과 정동원을 꼽았다. 홍진영은 "트로트 가수가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일이 드문데 처음 봤다. 늘 톱100에는 아이돌 가수 노래나 발라드곡이 주를 이루지 않나. 그런데 차트 안에 임영웅의 곡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2, 제3의 임영웅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정동원과는 '미스터트롯' 출연 전에 녹음실에서 봤는데 시간이 다르게 잘 성장해가는 모습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트로트 후배들이랑 컬레버레이션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고,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다"고 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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