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매출 사상 75조 전망
반도체·갤럭시 S22…'일등공신'
LG전자 매출액도 20조 육박 호실적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박선미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1분기(1~3월)에 역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속에서도 1분기 기준 처음으로 매출 7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통상적인 부품업계의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 이뤄낸 역대급 성과다.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프리미엄 생활가전·TV 판매 호조가 꼽힌다. 거래처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부품 공급 효과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공급망 위기 속 삼성·LG전자, 산뜻한 출발=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1분기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액 75조1454억원, 영업이익 13조1031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4.92%, 영업이익은 39.6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순이익도 1분기 9조8927억원으로 39.48%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 73조9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3개 분기 연속 분기 매출 7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삼성전자는 올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액 300조원, 영업이익 6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삼성전자의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가능케 한 일등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우려했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적은 덕에 통상 실적이 가장 낮은 1분기 ‘보릿고개’를 가뿐히 넘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부터 글로벌 공급망 위기,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 상황을 감안할 때 ‘반도체는 역시 삼성’이라는 성공공식을 재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올해 반도체 부문에서 94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 미국 인텔을 제치고 3년 만에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차지한 지난해 성적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LG전자 역시 1분기 매출액이 19조881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7% 증가한 역대 최대 1분기 매출 실적을 낼 것으로 점쳐진다.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생활가전과 TV 판매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6% 감소한 1조3559억원, 순이익은 8.87% 줄어든 909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서 공급망 교란이 발생해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급등한 타격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덕에 날았다= 당초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이른바 ‘반도체의 겨울’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반도체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에서 반도체 부문 매출액이 25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분기가 전자업계의 전통적 비수기라는 특성상 지난해 3, 4분기보다 매출이 감소하겠지만 감소폭이 크지 않고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확연한 성장세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각각 6.2%, 5.1%에 달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 상황은 이보다 훨씬 양호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D램 고정거래가격은 두 달째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D램 가격 하락세는 2분기에도 이어지겠지만, 낸드의 경우 글로벌 제조사들의 공급량 감소 영향으로 2분기 5~10% 반등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도 삼성전자 호실적 배경으로 이 같은 메모리시장의 ‘빠른 회복세’를 지목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 D램과 낸드 출하량 증가율은 모두 한 자릿수 초반의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각각 보합, 3% 증가 등 양호했다"고 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은 시장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긍정적인 점은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실적도 ‘축포’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등 글로벌 주요 낸드 제조사들의 공장 가동중단 이슈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고 부품 수급 이슈 장기화에 따라 반도체 가격 반등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수율(제조제품 중 정상제품 비율) 이슈가 불거졌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의 상황도 최근 나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미국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의 기저효과로 올해는 매출액에 상당한 증가세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따른 대외 후폭풍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러시아행 수출 선적이 중단된 상태지만 지역 비중이 워낙 작아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계속될 경우 삼성·LG 전자 모두 가전 부문의 수익성 악화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1분기에 출시한 삼성전자의 새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한 점도 실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업계에 따르면 전작인 갤럭시 S21보다 판매량 100만대 돌파가 2주 정도 앞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월 말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2만3000대 이상씩 팔렸다는 뜻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