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 스텔스보다 전파력 10% 높을 것으로 추측
국내 방역 완화 추세…2주 뒤 실외 마스크 벗을 수도
"방역 따라 유행 커지는 원인 될 수 있어"
"마스크 착용 문제 끝까지 신중해야"
서울 마포구 홍대앞 젊음의 거리가 저녁 시간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연합뉴스[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영국과 대만 등지에서 코로나19 새 변이 'XE'가 확인됐다. 국내에선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감소세에 접어들며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추세지만, 해외에서는 새로운 변이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어 한편에선 재유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신종 변이 'XE'의 출현을 공식화했다. WHO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주간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XE는 기존 오미크론 변이를 지칭하는 'BA.1'과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가 조합된 것으로, 올해 1월19일 영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지난달 22일까지 전국에서 637건의 XE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대만과 이스라엘에서 각각 1건, 2건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WHO는 XE를 포함해 최근 유럽, 미국 등에서 발견된 또 다른 재조합 변이인 델타크론을 'XD', 'XF'로 정의하고 각각의 전파력 및 중증도 등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XE가 지금까지 발견된 신종 변이보다 더 강한 전파력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스텔스 오미크론은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30~50%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두 변이가 조합된 XE는 전파력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WHO는 "초기 연구에선 XE가 스텔스 오미크론보다 10% 정도 '감염 증가율 우위'를 보였다"며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SA도 초기에는 XE의 감염 증가율이 스텔스 오미크론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달 16일까지 최신 사례를 모아 분석한 결과 스텔스 오미크론보다 9.8%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HSA는 다만 "새로운 자료가 추가되면 이런 추산치도 바뀔 수 있다"며 XE의 전파력이 더 높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아직까진 XE 발생이 확인되지 않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일 "신종 변이인 XD, XE, XF의 현재 국내 발생은 확인된 바 없다"며 "국내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외 현황 및 국내 유입, 발생 여부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 모니터에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를 표하는 내용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이런 가운데, 정부는 국내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를 보이면서 방역 조치를 점차 완화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4일부터 2주간 사적모임은 10명,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밤 12시로 연장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또 2주 뒤에도 유행 상황이 괜찮다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수 있고,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거리두기' 조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선 새로운 변이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섣불리 방역의 고삐를 놓아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로 발견된 변이의 전파 양상이나 임상 양상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가로 퍼질지 알 수 없기에 당장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면서 "방역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다시 유행이 커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마스크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실외에서만 마스크 착용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부분이 실내 생활과 엄격하게 구분돼서 지켜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새로운 변이가 계속 발견되더라도 방역의 완화는 점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거리두기 완화는) 가야 할 순서라고 생각한다. 겨우 (영업시간) 1시간 연장에 (사적모임) 2명이 더 모여서 감염 확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했기 때문에 의료시스템만 잘 대응할 수 있게 만들어놓는다면 웬만한 변이가 와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다만 "2주 뒤에 모든 걸 다 풀겠다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 영업시간·모임인원은 해제해도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보지만, 실내 마스크(착용)는 마지막까지 남겨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XE의 향후 유행세에 따라 방역 조치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4일 브리핑에서 "(새 변이의) 전파력, 치명률, 백신 예방접종 저항력 등 3가지를 평가한 결과에 따라 거리두기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방역전략의 재가동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며 "전파력이 얼마나 빨라지고, 치명률은 얼마나 높아지는지, 기존 예방접종에 대한 감염 예방효과와 중증화·사망 방지 효과는 여전히 유효한지 등에 집중해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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