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확진 62만명대 병원은 '포화'
재택치료자는 200만명 육박
확진자 급증하자 전문약품도 품귀
불안감 확산에 확진 아닌데도 사재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2만1328명 발생한 17일 서울 한 병의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아니, 이게 무슨 줄이야? 다 검사받으러 온 거예요?"
17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의 한 의원. 2층에 위치한 병원으로 가기 위해 건물에 들어서자 복도 끝 좁은 계단 쪽으로 30명이 넘게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20대 젊은층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병원을 찾는 대부분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막 도착해 접수를 마친 30대 남성은 "지금부터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더라"며 줄 끝으로 갔다.
이날 오전 9시 진료를 시작한 서울 중구의 한 이비인후과. 입구엔 ‘코로나 검사 받으러 오신 분들은 대기실과 계단에 대기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내걸리고, 복도엔 의자가 여러 개 나와 있었다. 20대 직장인 강모씨는 "어제부터 목이 아프고 컨디션이 많이 나빠져 출근하는 길에 아무래도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할 것 같아 20분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진료 30분 전부터 기다린 이모씨(60대)는 "몸이 영 좋지 않아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약만 처방받아 바로 집에 돌아가 쉬어야겠다"고 밝혔다.
이날 코로나19 확진자는 62만1328명 늘어 누적 825만592명을 기록했다. 전날(40만711명)보다 22만617명 폭증한 수치다. 사망자는 429명으로 전일(164명)보다 265명 늘어났다. 위중증 환자는 1159명으로 열흘째 1000명대를 이어갔다. 재택치료자는 192만5759명으로 200만명에 육박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2만1328명 발생한 17일 서울 한 병의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동네병원으로 몰리는 확진자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선 동네 병·의원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유전자증폭(PCR) 방식이 아닌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도 확진 판정이 가능해지자 검사 수요가 폭증한 데다 환자가 몰리며 병원 내 감염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서울 강동구 한 내과 관계자는 "하루에 환자가 40~50명 정도 내원하는데 지금은 모두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분들"이라며 "현재로선 다른 환자들을 받을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도 하루 60~70명의 환자를 받고 있다. 특히 주말이 끝난 지난 14일엔 검사인원이 80명까지 늘어났다. 이 병원 원장은 "원래부터 PCR 검사까지 하고 있어 환자가 크게 늘진 않았지만 검사자 중 확진 비율은 확실히 늘어났다"며 "그나마 지금은 자동화가 돼 조금 나아졌는데 처음에는 행정업무 과부화로 저녁 9시까지 확진자 정보를 입력한 뒤에야 퇴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몰린 일부 병원들은 대기시간이 1시간 넘게 나오거나 검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병원은 16일 오전에 이미 이날 검사 예약이 모두 마감됐고, 서초구 한 의원도 검사키트 소진으로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동네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많아지자 병원들도 "매일 매일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뀌는 검사·판정 체계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혼란을 겪은 데다 각종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근무하더라도 원내감염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동탄의 한 내과병원에선 원장이 확진 판정을 받자 병원 내원객과 예약자들에게 ‘의료진 확진으로 일주일간 휴원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문을 닫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월요일(14일)부터 신속항원검사로 확진 판정을 하기로 한 결정을 바로 직전 금요일(11일)에 해버리니 혼란이 더 컸다"면서 "조금만 빨리 준비됐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신속항원검사 수요가 너무 몰려 재택치료 진료는 거의 못하고 있다"며 "기존 인력으로 검사를 돌리는 데도 한계가 있어 전화 받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60만명을 넘어선 17일 서울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신규 확진자 숫자를 파악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는 62만 1328명으로 집계됐다. 위중증 환자는 1159명, 사망자 수는 429명이다./김현민 기자 kimhyun81@약국은 감기약·해열제 재고 바닥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약국에는 감기약, 해열제 등 호흡기 질환과 관련된 약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확진자가 아닌데도 '필요할 때 못 살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의약품을 사재기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다만 지난 14일부터 동네 병의원에서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해지면서 개인용 코로나 검사키트 수요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약국 약사는 "일주일 사이 해열제나 감기약 찾는 손님들이 크게 늘었다"며 "이번 주 들어 웬만한 약이 도매상에서도 죄다 품절이라 약국 재고로 남은 물량만 판매하고 있지만 거의 바닥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남 화순의 한 약국에서도 "타이레놀은 어쩌다 20개씩 들어오면 금세 다 나가고, 2주 전부터는 콜대원(감기약), 챔프(어린이 해열제) 같은 약도 아예 구할 수가 없다"며 "목감기약도 대부분 다 나가 이제는 한방약을 드리고 있다"고 알렸다.
일반 감기약 뿐 아니라 병원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들도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40대)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기간이 끝난 뒤에도 감기 기운이 남아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처방받았는데 인근 약국마다 재고가 없다고 해서 3번째 방문한 약국에서 겨우 약을 받았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동네 병원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협 관계자는 "확진 판정까지 하게 되면서 병·의원들의 행정부담이 커졌는데, 이를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먹는 치료제(팍스로비드)도 동네병원에서 처방해 곧바로 투약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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